평화세미나-두 번째 시간 (2010.9.15 2시)

조진석(나와 우리)

*지난 주 시간: 자기 소개와 평화에 대한 생각을 나눔.
 

* 평화-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 평화란 무엇일까. 물론 평화란 단어는 계속 존재했지만 1945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중요한 단어로 부각됐다.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터트린 원자폭탄(누군가를 죽인다는 느낌조차 없이 사람을 파괴하고 대대손손 영향을 미친다.)과 나치가 저지른 인종학살과 집단 수용소. 사람들은 인간 자체를 말살시킨 행위에 놀라고 인간이 같은 인간을 이렇게 파괴할 수 있다니,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한다.

  • ‘공포의 균형’(서로가 서로를 확실하게 절멸시키기 위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기를 쓰지 않고 상대가 유발시킬 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점점 번져 이제는 미국과 소련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은 소련, 중국(중공)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미국이 군사를 훈련시키지 않고 최신무기를 주지 않았다면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중심에 있으면서 한반도에는 전쟁이 벌어지고 200만명(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이상이 죽게 되었다.

  • 지금 현재도 원자력과 강제 수용소의 문제는 여전하다.

    한반도는 전쟁을 기념하는 전쟁기념관이 있는 나라로 평화라는 단어가 낯설다. 하지만 히로시마에 가면 평화는 쉽게 볼 수 있고 친근한 개념이다. 원자력, 핵무기가 없는 세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평화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식민지 경험이 있다. 바로 정신대 할머니들이다.

 

* 그림책 <꽃할머니> 같이 읽기.
(이 그림책은 한중일 작가들이 동화책 속에 그린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평화로운 동북아시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 그림책을 보고 난 느낌

: 내가 할머니의 상황이 될 수 없기에 마음이 복잡하다. '나비'라는 연극을 하신 분(<꽃할머니>처럼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고 그 내용을 연극으로 공연하는)을 아는데, 그 팀은 그 활동을 통해 일본의 공식사과를 받는 게 목표이다. 하지만 이명박은 사과를 취소했는데,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지난 일은 왜 이야기하냐 식의 논리를 폈다. 저번 주에는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평화적이지 못한 것이 다 사라지면 평화가 오는 걸까.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를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얼마 전에 제주도를 가서 4·3항쟁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일을 당한 이도, 저지른 이도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일도 있다고 한다.

<'South koreans seek relationship with Japan' (한국은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라는 제목하의 기사내용 중 'Lee has pledged not to seek a new apology from Japan for the use of forced labor and sex slaves during colonial rule. (이명박 대통령은 식민지통치 기간에 벌어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이상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하였다. -AP통신 2009년 1월>

홍조: 누구한테 잘못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누군가의 잘못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 내가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얼마나 참혹한 심정인지, 절망스런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동생, 조카들에게 읽어줄 수 있을까.
씨오진: 이런 문제를 가지고 느낌이 어떠냐고 물으면 너무나 막막해서 태평양을 재는데 15센티미터 자를 들이댄 기분이다.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찢어 밟혔는데, 지금 와서 일본 정치인들이 사과하네 마네 하는 것도 그렇고. 감정의 스케일이나 폭이 너무 커서 무슨 말을 하기 힘들다.


* 일본만의 문제인가. 베트남전쟁에서는 미군 다음에 한국군이 많았고 현지 여성들에게 한국군이 끔찍한 일도 많이 저질렀다고 하는데,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교육하고 있는가. 현재도 여러 나라들은 여성들을 강제수용소에 넣고 강간하고 일부러 임신을 시키기도 한다.
(보스니아/ 홍조 ‘그르바비차’ 영화에서 다루고 있음.)


*<꽃할머니>의 시각을 바꿔서 이제 병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9살 일본군 나카무라의 이야기. 가난한 농촌 총각이 돈이 필요해 마을에서 사람들을 위안부로 강제로 끌고 가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전쟁터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위안소를 이용한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위안소에 가면 내가 맘대로 굴 수 있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성으로 위안해 준다. 다른 동료들도 다 이용하는데 나만 이용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여성은 내가 갈 때마다 공포를 느끼고, 정신을 놓거나, 빨리 끝나기만 바란다. 어느 날 위안소에 가니 정신을 놓은 여성이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옆에 앉아있다 나왔는데 분노가 치밀었다. 전쟁 상황은 더 악화됐다. 위안소는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었다. 그 여성들의 얼굴은 누구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여성들이 누군지, 어떻게 살았는지, 왜 그리 공포에 질렸는지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이 여성들이 텔레비전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가해자라고,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천황의 명령으로 전장에 갔을 뿐이다.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또 일본에게 사과하라고 이야기하는 한국 역시 베트남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는가. 왜 나만, 왜 일본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가. 전쟁이란 끔찍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 아니냐. 한국이 힘이 있었다면 당하지 않을 일 아닌가. 당신들도 죄인이다. 나도 죄인이다. 우리 모두 죄인이다. 나는 나와 보내는 시간에 대한 대가를 주고 그 여성들을 샀을 따름이다. 나는 죄인이 아니다.

* 누가 누구에게 '위안'받는가?
   누가 누구를 ‘위안’하는가?


* 병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느낌

히게오: 모두 다 한다고 해서 나쁜 짓이 아닌 것은 아니다.
: 전쟁이 나쁘다.
동녘: 이 모든 걸 다 떠나서 일본이 미운 심정. 하지만 일본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심정.
씨오진: 일본이 한국에게 사과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어야 한다. 전쟁 자체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국가 차원의 사과가 필요한 거 아닌가. 히틀러 때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치에 협력을 했을까 하는 의문으로 전기충격 실험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험을 하기 전 자신은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지만 조금만 강한 권위를 들이대도 복종을 하게 된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 병사였으면 어땠을까. 도망쳤을 것 같지만, 내가 하나 빠진다고 그 상황이 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조진석: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위안부라고 모집할 때도 강제로 끌고 간 경우와 돈을 벌 수 있다고 데리고 간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실 병사들 중에서는 조선인이 반 이상이었다. 끌고 간 사람과 끌려간 사람이 50년 뒤에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장교 중에 위안부 여성을 사랑해서 결혼해서 산 경우도 있다. 다 케이스가 다르다. 인간이란 못 견디는 상황이 오면 계속해서 다른 통로를 찾기 때문이다. 
선택한다는 것. 물론 할머니들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가해자 쪽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게 더 있었다.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리면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이 구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할머니들은 사과도 받고 싶지만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할머니들이 당한 일은 성노예지만, 누군가는 위안이라고 이름 붙인다. 위안이라는 틀 자체를 깨버릴 수 있는 것. 위안이라는 단어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뭐가 있느냐.
평화의 반대말이 전쟁만은 아니다. 국가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이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
가령 나카무라는 이렇게 했지만, 옆에 사카모토는 이렇게까지 하는 게 힘들고 못 견디겠다,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 있는 거다.
씨오진: 병사 한 명이 포기한다고 전체 상황에서 바뀌는 게 뭐냐.
조진석: 그 힘이 조직화 되면 달라진다.
씨오진: 어떻게 조직화를 시킬 수 있나.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화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조진석: 마사키 선생님도 일본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키는 것을 안 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일본 헌법 9조를 지키자고 외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일은 국가의 체제, 헌법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고 조직화도 어렵지만, 뭉치면 국가, 세계의 틀을 만드는 식으로 커질 수 있다.
당시 학교에서 선생들이 아이들을 뽑아서 보낸 일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떤 걸 해야만 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가해자 입장인 것이다. 그런 순간에도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자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잘못됐다면 안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평화라는 것은 참 힘들다.
앞으로 한국은 피해보다 가해의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평화를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평화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일본이 조선인 여성을 선택한 이유는 정조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성병의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정확한 위안부 수는 아무도 모른다. 끌려간 병사 수로 계산하면 나오지만, 신고하신 분은 200명이 채 안 된다. 지금 일본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병사들의 시체는 찾고 있지만, 위안부는 시체조차 찾는 사람이 없다. ‘강제로 끌려갔다. 어떤 공간에 갇힌다. 강제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인간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을 때 할머니들은 자존감이 부족한 상태였다.
지금 나는 누군가를 위안의 대상으로 삼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용어의 문제

  1. 정신대: 몸을 바쳐 국가를 위해 일하는 집단. 국가정책으로 노동력을 동원하게 한 법령에서 나온 용어다. 근로정신대와 위안부를 포함하고 있다.
  2. 위안부: comfort women의 번역.
  3. 성노예: sexual slavery
  4. 성노예라는 개념으로 써야 한다고 하지만 할머니들한테는 이미 정신대라는 표현이 굳어져서 그렇게 쓰고 있다. 당사자들에게 성노예라고 하기도 적절치 않고.

: 연극 ‘나비’의 목적이 일본의 사과를 받고자하는 것이라면 지금 시민단체의 목표는 무엇인지.
조진석: 처음에 이 일을 할 때는 뭐가 뭔지 몰랐다. 정신대동원령 하에서 벌어진 일이니 정신대라고 불렀다. 해방 뒤 4,50년 가까이 이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여성운동을 통해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단체에서 바라는 것은 크게 진실규명과 공식적 사과, 역사 교육에 이 내용을 담으라는 것이다. 일본의 사과가 미적한데는 일본 천황의 문제이다. 일본 내각제가 천황의 힘이 세다. 천황의 공식적 사과를 일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 사실 일본 내각제는 국민들이 뽑은 사람들이 총리를 뽑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총리를 임명하고 말고는 천황에 달려있다. 천황이 노라고 이야기하면 끝나는 문제다. 천황은 신 같은 존재인 것이다. 천황은 위안부를 군사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목적>
  1. 일본군 '위안부'범죄 인정
  2. 진상규명
  3. 국회결의사죄
  4. 법적배상
  5. 역사교과서 기록
  6. 위령탑과 사료관 건립
  7. 책임자 처벌
* 다음 주 예고: 식민지 이후 분단 상황

숙제: 할머니들 증언을 읽고 짧게 느낌 쓰기.

(http://www.1945815.or.kr 자료실/ 문서자료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