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의 리뷰:


처음에 나는 쿠로코를 헬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히옥스와 타이헨 관계자들이 ‘쿠로코는 헬퍼가 아니다’ 라고 했을 때, ‘헬퍼가 아니라면 어떻게 배우들을 대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없지않아 있었다. 이제까지 나는 장애인들과 봉사의 관계 이상으로 만나 본 적이 없었고, 또 장애인들을 우리가 돌봐 주고 도와 주어야 하는 불쌍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도 꽃동네에 갔었는데 그 곳에서는 물론 봉사자로 간 이유도 있지만, 거기서 받은 교육의 내용이 장애인들은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나 같은 비장애인들이 도와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꽃동네에 있는 장애인 분들은 대부분이 갈 곳이 없는 분들이라 그렇게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제까지 접했던 사회에서의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비장애인과 다를 것이 없고 똑 같은 권리를 가진다’ 라는 포장 속에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도와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캠페인 등에서 나오는 모습은 장애인들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또 비장애인들이 그들을 도와 주어서 그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된다고 맺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 때문에 장애인들에 대한 나의 인식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하자와 타이헨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서 좀 헷갈렸다. 

너무 오랫동안 장애인을 돕는 것은 오직 봉사에만 국한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 분들이 가진 장애를 ‘불쌍하다’ 는 감정을 지우고 바라보자 그제야 헬퍼가 아닌 쿠로코, 혹은 스태프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였다. 말 그대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헨이라는 일본의 어떤 극단이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잘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돕는 것이었다. 이 때 돕는다는 말은 장애인을 도운다는 말이 아니라 타이헨과 우리 모두의 프로젝트를 위해 돕는다는 말이다. 물론 타이헨의 배우들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식사나 화장실에서 도움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주로 도우려고, 즉 봉사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신체적 특성상 빠르고 안전하게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한 극단의 쿠로코로서, 그리고 스태프로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아직까지 내가 장애인들을 완전히 동정심 같은 것 없이 대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불쌍하다’ 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을 때 내가 이전까지 장애인들을 대할 때 느꼈던 불편함이나 부담감이 사라진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다. 나는 가족여행이 겹치는 바람에 고성 공연을 갈 수 없어서(내가 쿠로코로서의 자질이 없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스태프로 있었지만, 배우분들을 접할 기회는 충분히 많았다. 그러면서 내가 이제까지 가져 왔던 많은 생각이 달라졌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아무런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과 의사소통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들이 말을 어렵게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스태프들은 정말 할 게 없어서 정말로 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공연이 닥쳐오니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는 건 좀 과장이고, 정말 바빠졌다. 배우들의 메이크업부터 쿠로코들이 챙기지 못하는 다른 것들을 우리가 다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것이어서 좀 정신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우리가 쿠로코 못지않게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찼다. 아직도 히옥스가 정말 정신차리고 열심히 해야 할 사람들은 우리들이고, 또 우리가 진짜 보이지 않는 쿠로코라고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때 스태프의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 준 말인 것 같다.


타이헨은 정말 어렵고 이상한 극단이지만, 

이런 극단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는 게 기뻤고 앞으로도 공연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입학하자마자 한 달 남짓 간 해 온 프로젝트가 끝나서 좀 멍하기도 하다. 왠지 하자에 타이헨을 하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입학하고 모두 함께 한 첫 번째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서 기분이 좋다. 합숙을 하고, 계속 함께 지내며 다른 죽돌들과 하자의 문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었고, 또 익숙해져서 앞으로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Please consider the planet before printing this post

hiiocks (hiiock kim)
e. hiiocks@gmail.com
w. http://productionschool.org, http://filltong.net
t. 070-4268-9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