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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을 자연 그대로 지켜주세요"
공사 허가 단계부터 졸속적…"자연은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
2010년 08월 01일 (일) 08:45:22김원정

"성미산을 지켜주세요. 자연 그대로 지켜주세요."

지난 30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망원우체국 앞 인도에서 초등학생 연령대 아이들 스무 명이 합창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개사한 동요를 여러 곡 낭랑하게 불렀고, 옹기종기 둘러앉은 어른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쟁이'라는 아이디의 남성이 "오늘은 산에 나무가 베어지지 않은 보기 드문 하루였다"고 '투쟁경과'를 보고하자 100여 명을 헤아리는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와" 하고 함성을 터뜨렸다. 뒤이어 '별똥별'이란 아이디로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성미산에 아카시아꽃이 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부모 된 사람으로 우리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생태학습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지난 5월24일부터 휴일을 제하곤 매일같이 열려 이날로 67회를 맞았다.

마을주민들은 문화제와 더불어 같은 달 26일부터 성미산 중턱에서 두 달 넘게 '천막농성'을 잇고 있다. 이들은 포크레인이 등장하면 숲을 헤치지 못하도록 나무를 꼭 껴안는 식으로 공사를 막는다. 일견 평범한 이웃들이 이처럼 절박한 연유가 뭘까?

▷성미산마을에 무슨 일이?

주민들 요구는 간명했다. 성미산을 자연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지난 1994년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인근에 대안공동체 '성미산마을'이 조성된 뒤로, 이 산은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습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다 지난 2007년 성미산 일대를 소유한 홍익학원이 산 남쪽을 허물어 재단 부속 홍익초등학교, 홍익여중, 홍익여고를 이전키로 결정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이들 학교가 현재 홍익대학교 안에 자리하고 있어 비좁게 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건물을 이전·신축해 더 넓고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홍익학원 주장이다.

홍익사대부속여중은 지난 6월 학교장 명의로 자료를 배포, '친환경 명품학교'를 만들겠다며 주민들에게 공사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표면상 마을 아이들 학습권과 재단 학생들의 학습권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재단 부속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부인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건물 이전이 필요하면 대체부지를 찾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주민들 생각이다. 실제 이들은 서울시 마포구 당인리, 상암동, 구 마포구청 등지를 대체지로 제안한 상태다.

▷양쪽에서 학습권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러나 대화는 거부됐고 공사는 강행 중이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홍대 캠퍼스 일대가 상업지로 유용하다는 점에 주목, 홍익학원이 부속학교를 이전한 뒤 그곳에서 임대사업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공사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성미산을 깎은 자리에 사립학교가 들어설 경우 동네가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품고 있다.

성미산도 대학 캠퍼스도 홍익학원이 소유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문제될 게 없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15년 동안 공동체의 구심점이 돼온 성미산을 다름 아닌 '학교법인'이 건설사와 손을 잡고 '개발'하려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실 성미산을 가운데 놓고 개발논리와 보존논리는 끊임없이 대립해왔다.(딸림기사 '성미산 개발과 저항 일지 참고') 성미산의 생태공원화를 요구해온 마을 주민들은 신축 공사가 이행될 경우, 산의 3분의 1이 사라지는 데다 훼손된 숲은 복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엇보다 우려한다.

성미산마을 주민 김언경씨는 "7년 동안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고 꾸준히 가꿨다"면서 "이곳 주민들 모두 자기 이름 혹은 자녀들 이름으로 성미산에 나무가 있다"고 말했다. 벌목행위가 이들에게 각별히 아플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홍영두 건국대 학술교수는 "홍익학원이 성미산 남사면 일대에 소유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적 소유권의 행사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사회라도 소유권 행사는 정의로워야

공사현장에 인접한 성서초등학교 학부모들도 학교 이전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구체적이다. 학교 앞 도로가 2차선, 3차선에 불과해 공사용 덤프트럭이 오가다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포구청도 '안전 대책 미비'를 들어 도로 점용 허가를 다섯 차례나 보류했다. 서울시가 건축을 허가한 데 반해 그 하급기관에선 '불가'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사가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된 것인지 웅변하는 사례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홍익학원 쪽 용지 변경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홍익학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홍익대 교수가 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주민들의 정보 공개 청구로 드러나기도 했다. 건축 허가 단계에서 이미 문제가 노정된 만큼 일단 공사를 멈추고 학교이전계획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주장한다.

김언경씨는 "님비로 모는 일각의 시선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연은 서울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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