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行.


하자에서는 약 10년전부터 매년 고정희기행을 떠나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작년과 이번, 즉 시인 고정희의 18주기와 19주기를 맞아 찾은 적이 있게 된 것이다. 초기에는 하자의 청소년들의 'Cultural hero'로서 고정희를 소녀들의 페미니즘 팀이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이 시작이 되었다는데, 내 경우에는 작업장학교에 입학하고 길찾기가 되었더니 어쩌다가 한번 따라가 보았던 것이 작년의 여행이었다. 고정희라는 시인 자체를 그 때 처음 들었고, 알게 되었으며 사실상 그때까지도 나는 딱히 시를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교과서에는 있었지만 그건 이미 처음부터 답이 다 나와있는 해석들을 배우는 것이라 읽었다고 생각 안한다.)

그 후 1년 조금 안되는 시간을 작업장학교에서 공부해오면서 수료할 때 즈음에는 모두가 나름대로 시인으로서 각자의 '시'자를 가지게 되었다. 꿈까지는 못되는 것 같지만, 그래서 수료 후에도 시즌2 학교만들기팀이 되어서 공부를 계속하려는 내가 상상할수 있는 그 다음 단계의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음악가로서 노래를 순풍에 돛단 듯 가볍게 만들고 부를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다작 중의 준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설정했다. 크리킨디의 하나의 물방울이 다른 여러 벌새들도 불러서 물방울들이 빗물을 이루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빗물 시 溡'가 무색하게 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가벼운 노래들을 많이 만들 수 있어야지.

그런데 2달이 흘러도 나는 한곡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고, 시인이 시를 연습하듯 왜 음악가가 노래를 만들어보지 못할까라며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결론을 내리긴 했는데, 학교가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는 나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될 것같은 핑계 아닌 핑계가 떠올랐고 조금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고정희 추모 기행에서 시도 읽고 생각도 하며 이 여행동안이 끝나고나서 바로 노래를 만들 수 있는지 자신을 시험하기로했다.

시를 참 많이 보고, 읽었다. 평소보다 시인들과 시들과 더 많이 함께한 후 내가 마음속으로 뱉었던 말들 중 가장 많았던 것은'아, 어떻게 이런 문장이!'였는데, 그 시들은 문장도 표현도 단어도 절묘하게 잘 맞아들어간 듯이 아름답고, 따갑고, 하여튼 압권이었기 때문에 나는 멋지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고작 몇개만을 알아볼 수 있고 정말 많이 생각해야 알 수 있겠지만 '민중시인', '시대를 읽고 노래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들이 심지어 아름답기도 하니 이 사람들이 내공이 대단하다 싶었고, 나도 노래를 쓰고, 가사를 쓰고 여러가지를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만큼 하고 싶고, 되고 싶었다. 항상 노래를 써야했을 때 (사북고한의 casino와 폐광촌에 다녀와서, 하자 앞마당이 통째로 파여 없어졌을 때, 4대강 사업으로 생명이 싹 사라진 낙동강에 다녀와서), 항상 난 굉장히 애를 먹었었다. 솔직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하는 이 커다란 일들에 대해 어떻게 무게를 가져야 하나하고, 난 곡조도 스케일이 크고 울림이 큰 걸 쓰고 싶었기 때문에 매번 곡 쓰는 것 자체가 숙제고 어려운 일이었다.  

어쨌든 어김없이 나는 시를 쓰던, 노래를 쓰던 계속 뭘 어떻게 써야할까 하는 고민으로 머리를 끙끙 싸맸고 그동안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자기 시험을 하겠다고는 했는데 어때야할는지. 

고정희 묘소 앞에서 우리는 생전 시인의 18번이었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불러드렸다. 그때 불현듯 생각이 났는데, 어떤래든 노래의 가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든 그 장소와 시간에 따라 의미 또한 부여되어지고 같이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즐겁게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하는게 아닐까 했다. 정말 별거 아니었다. 내가 시를 읽고서 그 의미의 심도있는 해석 이전에, 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그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 나는 그게 정말 좋아졌다. 시든 노래든, 읽혀지고 불려지고 그게 축제든 위로든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그만의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이런 내 '부진한 생산성'에 대해서 히옥스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히옥스는 '비틀즈랑 경쟁하지 말고 캐비넷 싱얼롱즈랑 경쟁해라'라고 하더라. 

내년에도 고정희 20주기를 맞아서 또 여행을 갈지는 모르겠다, 이번에는 자기 시험이 있는 시행詩行을 떠났지만 다음에 갈 때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정희 여행에 우연히 가게 되어서 시를 많이 읽게 되고, 나름대로 시인으로서 시를 쓰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꿈도 꿀 수 있게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서 고정희를 롤모델로서 만날 수 있어도 좋겠지만 그렇다면 내 영웅은 어떤 사람으로 찾아야할지 생각해보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