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노래한다, 이지상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이다.. 4대강 사업은 '우리 것'을 '내것'으로 만들려는 것
 

2010년 05월 30일 (일) 15:14:44

한상봉  isu@nahnews.net

지난 5월 28일 저녁에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Artizen)에서는 '사람을 노래한다'는 주제로 가수 이지상을 초대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강의실에서 열린 이번 문화나눔마당에서는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 이지상 씨

이지상(45세)은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으로 활동하는 가수 겸 작곡가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삼인)라는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나눔은 그 책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이지상은 그동안 대학 노래패에서 시작해 20여년 동안 ‘민중가요’를 불어왔는데, 일본 에다가와 조선학교 후원 모금회 공연, 사형제 폐지 국민운동 공연, 지리산 평화연대 공연 등을 통해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해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람이 사는 마을>(1998), <상한 내마음의 무지개>(2000) 등 4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2004년부터는 성공회대에서 노래를 통해 우리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 보는 ‘노래로 보는 한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노숙인과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도 하고 있다. 

이지상은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부르고 싶은 노래도 많은 사람인듯 했다. 오후 7시30분에 시작한 강의가 밤 10시가 다 되어 어렵사리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대중문화란 문화의 자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문가 중심의 분업체계이며, 복제기술을 기본으로 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생산되는 문화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대중가요나 드라마 제목은 좀 '유치하더라도' 원색적이다. '보고 또 보고' '있을 때 잘해' 같은 종류라는 것이다. 

음악의 경우에, 우리는 인터넷이든 텔레비전, 라디오든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데, 결국 "내가 돈 들여 만들었으니 여러분이 사주세요!"하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그런데 미디어로 걸러진, 돈 들여 공급되는 정보만을 보고 음악을 선택해 사서 듣게 된다면, 그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사는 것인가? 이지상은 되묻는다. 

이 참에 이지상은 어린 시절, 무지개를 쫓아갔던 기억을 더듬는다. 앵두나무와 살구나무가 있던 집에서 자란 이지상은 장마철에 무지개를 쫒아 산을 올랐지만, 결국 허탕 치고 집마당에 들어선다.  그때 어머니가 묻는다. "그래, 어디 갔었냐?" "무지개 잡으러요." "그래, 왜 못 잡았냐?" "예" 맥없이 대답하는 어린 아들에게 어머니가 한마디 한다. "무지개가 네 꺼냐, 이놈아!"

그후로 이지상에겐 "'내 것'과 '우리 것'에 대한 생각이 들어왔다. 그는 굳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하는 짓이 갯수를 세는 것이라고 말한다. 갯수를 알아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사람이 만든 것 가운데 셀 수 없는 게 있냐고 물었다. 거의 대부분이 셀 수 있다. 다음에, 자연의 것들 중에서 셀 수 있는 게 있는지 물었다. 자연은 스스로 생성되고 소멸하기 때문에 셀 수 없다는 것이다. 

4대강 역시 본래 모두의 것, 우리 것이었다. 누구든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4대강을 파헤치는 것은 셀 수 없는 것을 수조 원을 퍼부어 셀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곧, 모두의 것인 강을 팔 수 있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돈을 들여 공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강은 '얼마짜리 강'이 될 것이다. 

그래서 무지개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얼마나 척박할까, 하고 이지상은 다시 묻는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과 순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귀한 까닭이다. 

이 마당에 희망과 집착에 대한 이지상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지상이 작곡한 노래 '무지개' 가사에 보면,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난 5월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전사자 추모, 북한 응징 결의 국민대회’에 몰려왔던 재향군인회, 해병대전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을 빗대면서 전쟁에서 싸울 기력도 없는 노인들이나 전쟁의 참혹함을 모르는 고위 국가공무원들이 전쟁 운운한다면서, 특히 뉴라이트에 대해선 '믿음이 지나쳐' 예수를 잘못 믿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지상은 희망과 집착은 "못가졌으나 바라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 희망은 나를 포함해 우리를 위한 공동체적 바람이며, 집착은 혼자 다 가지겠다는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구분한다. 또한 집착은 경쟁을 통한 독점으로 아루어지고, 희망은 나눔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집착이 강한 정부를 많이 욕하지만, 우리도 그런 집착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이지상은 효율의 체계에서 진정성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언젠가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단과 축구를 한 적이 잇는데, 그네들의 한발 한발,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말과 행동의 진정성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말 한 마디, 발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효율이 아니라 진정성을 잣대로 축구경기가 승패를 가름한다면,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이번 6.2지방선거도 효율성을 강조하는 집단과 진정성을 높이 사는 집단 사이의 대결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지상은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사진작가 이시우 시가 한 말을 상기시킨다.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이다."라는 말이다. 우리 몸의 온 신경이 가는 곳은 바로 '아픈 곳'이 되어야 정상이다. 우리 사회 역시 아픈 곳을 먼저 돌이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리 부러졌는데 머리 깍으러 가는 사람과 같은 꼴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엔 다른 아픈 곳이 너무 많은 데 멀쩡한 강을 가서 파헤치는 것이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이지상은 아픈 곳이 없는 사회가 온전한 사회라고 말한다. 가장 낮고 힘들고 차별받고 아픈 사람들이 우리 사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기준에 들어맞는 곳은 지하철 노약자-장애인용 승강기밖에 없다고 한다. 가장 약자를 위해 만든 승강기가 있으면 다른 힘든 사람도 바쁜 사람도 덤으로 탈 수 있는 승강기, 그러나 여전히 노약자와 장애인이 우선인 승강 말이다. 그래서 힘있는 자들은 언제든지 남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작고 낮고 약한 이들은 남을 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평화'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왜 이지상이 굳이 우리 사회에서 보잘 것 없다고 취급받는 이들에게로 마음이 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들처럼 평화롭기 때문이다. 출세하지 못하고 돈도 별로 없는 낮고 작고 가난하고 약한 자의 하나로 누리는 평화가 아름답고 눈물겹기 때문이다. 
 


 

 

무지개
(이지상 작사 / 이지상 작곡)
3집 음반 <위로하다 위로받다> 중

그대 처음 만난 날 비개인 오후였지
활짝 개인 하늘 무지개가 그대 눈동자에 비췄어
세상이 외롭다며 늘어진 어깰 기대는
그녀의 낮은 한숨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그대 향한 내 그리움이 집착인줄 모르고
이별이 지나도록 이별인줄 몰랐던
바보 같은 내 사랑을 후회하고 있어
그대 내맘 같다면 그 눈빛을 보여줘
내 마음 곱게 색칠할 무지개를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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