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미디어로 읽는 미래 고요함이 깃든 짙은 바다.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소리가 수평선 저 멀리서 코앞까지 서서히 번져온다. 연이어 팀파니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수면을 깨고 공중을 향해 솟아오르는 혹등고래.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장면들은 머리 속에 각인돼 웅장한 울림으로 가슴 속에 남는다. 눈동자는 반회전을 하며 자맥질하는 돌고래의 뛰어난 기술에 감탄하지만 머리는 그 바다밑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과학 다큐멘터리가 과학적 호기심을 위한 중요한 기제가 되는 이유다.
 | | ⓒ오션스 |
해양과학은 사실 다른 여러 과학의 카테고리와 비교하면 독특한 분야다. 육상과학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꽤 넓은 편이다. 이 때문에 천체과학처럼 눈 앞에 놓여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해양과학은 기상학 차원에서 접근하는 큰 줄기와 함께 생물학이나 진화학(론)에서 파고 들어가는 다양한 길이 있다. 이중에 해양생물학이나 그에 따른 진화를 살펴보는 학문적 접근방법은 대단히 독특한 편이다. 인간이 직접 눈으로 살펴볼 수 없는 미지의 개척지가 해양에는 아직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뛰어난 촬영기술로 생생한 바다모습 담아
해양생물을 다룬 다큐멘터리 기대작 ‘오션스’가 29일 한국에 상륙한다. 7년간의 제작기간과 8천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로 이미 세계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육상의 그 모든 생물에 대한 심도깊은 관찰에 어느 정도 만족한 영화 제작자들이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 봐야할 곳으로 지목한 바다의 신비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오션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근본 이유는 새로운 촬영기술에 있다. 보다 뛰어난 화질의 카메라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이것의 다양한 카메라 워크를 선보일 수 있는 제어장치들이 속속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션스’만을 위해 고안된 수중 및 공중 영상촬영 기술은 놀랍기만 하다. 실험실 수준에서 고안된 촬영장비들은 이제까지 인간이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해양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실 촬영기술과 새로 개발된 촬영 기자재가 해양다큐멘터리와 같은 영화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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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로 조종되는 ‘버디’는 길이 1.8m, 12kg의 소형헬리콥터다. 일반 헬리콥터처럼 보이지만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전기엔진을 장착했다. 근접해 촬영할 때 동물들이 놀라지 않도록 해 보다 자연에 가까운 장면들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버디’는 멀리 떨어진 배나 육지에서 조종하는 카메라 맨의 지시에 따라 돌고래 등의 해양생물에게 가까이 접근한다. 돌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바다 위로 쳐오를 때 버디를 그저 지나치는 새들 중에 하나로 인식한다. 이런 장비가 없었다면 ‘오션스’의 화려한 이미지는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동균형유지 카메라 ‘떼띠’는 수학적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는 자이로 컴퍼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카메라다. 카메라가 항상 정확하게 균형이 잡힌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파도와 풍랑에 상관없이 고속주행 시에도 수평을 유지하면서 양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길이 60cm, 폭 35cm, 무게 17kg의 수중 카메라는 압력이 높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부족한 광량에 따른 색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고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폴캠’이라고 불리는 수중 촬영장치는 소니 950 카메라를 장착하고 탐사선에 부착해 최고 8노트의 속도로 운행하면서 해양동물들을 촬영할 수 있다.
해양과학의 중요성 알리는 ‘오션스’
‘오션스’는 다윈이 진화론 연구의 기본 자료를 모으기 위해 비글호를 타고 떠났던 갈라파고스 제도로의 여행을 첫 시작으로 한다. 첫 등장동물은 바다 이구아나. 워낙 독특하게 생긴 파충류다 보니 이런 저런 다큐멘터리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동물이다. 그러나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바다 이구아나는 평소에 생각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거친 가죽 사이사이에 아직 덜 벗겨진 비늘이 하늘거리고, 비늘 사이에는 갑옷에 박힌 것처럼 날렵한 뿔이 박혀있다. 고화질로 세심하게 촬영된 영상으로 보는 과학 다큐멘터리는 좁은 화면에서 보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감동을 준다. 감탄을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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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는 과학다큐멘터리지만, 나름대로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다 생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비쳐주며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그들만의 삶을 화려하게 펼쳐낸다. 그러나 이들의 불안한 삶의 원인을 비춰주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무자비한 포획이다. 삭스핀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바로 바다에 빠뜨리는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큐멘터리는 갈등의 극한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이 버리는 수많은 화학적, 물리학적 쓰레기들을 비춰주며 바다생물의 위기를 경고한다.
많은 해양과학자들 역시 바다의 위기, 해양생물의 위기를 경고해왔다. 그러나 컨퍼런스에서 목이 쉬도록 주장을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무덤덤하고, ‘그렇군’하고 수긍한 뒤에는 삭스핀을 먹으러 중화요리집으로 달려간다. 반면 ‘오션스’와 같은 과학 다큐멘터리는 그 어떤 과학적 주장보다도 합리적으로 설득력있는 주장을 제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션스’를 만든 영화 제작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양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주효한 에반겔리스트이자 과학 후견인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