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학기 하자작업장학교

학기중 한 번은 개인과제로 수행해야 하는 페차쿠차. 

온(최하은)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를 읽고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하였으나,

다양한 참고자료들이 추가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페차쿠차는 5월에 진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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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의 페차쿠차 주제는 노먼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읽고, 디자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사물, 장소, 메시지’ 라는 소제목이 붙는데 디자인의 큰 세 가지 부류인 공업 디자인, 환경 디자인, 의사소통 디자인을 말합니다. 아래에 보시다시피 이 책은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다” 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2.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아주 전문적인 책입니다.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이고, 디자인은 예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사회 속의 전문적이고, 때로는 상업적인 디자이너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디자이너들의 상업적 활동 구조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기업이나 의뢰인에게 디자인 의뢰를 받고, 때로는 협업자들과 함께 일합니다.

  3. 이 사람은 앙드레 김인데요. 디자이너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표상이 된 사람입니다. 문득 이 사람은 평생을 패션 디자인에 종사하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 디자이너는 타인을 통해, 타인을 위해 일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앙드레김은 부와 명성과 함께 보람과 즐거움을 얻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저는 이제까지 건축을 디자인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먼 포터는 건축을 디자인에서 제외하는 관행은 흔한 만큼 불편한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건물도 아름답게 지을 수 있고, 편의와 목적에 따라 ‘디자인’ 되는 게 맞는데 말이죠. 사진은 인도 델리의 ‘Lotus Temple’ 이라는 사원인데, 좀 화려한 느낌은 있지만 사원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5. 이건 디자인의 세 부류 중 ‘사물’ 에 포함되는 건데, 잔에 물을 따를 때 일부러 손으로 기울일 필요 없게 만든 컵입니다. 이 책에서도 디자인은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해지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하는데, 생활 속에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런 물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항상 주변의 모든 환경에 오감을 열어 놓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6. 또 이 책에서 디자인 장인이라는 게 나오는데, 공예가나 개인 작업실을 가지고 혼자 작업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작가는 이런 작업실에 실존적 이점은 많지만 자본이 부족해 곤궁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7. 이건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건데, 하하허허 카페에 삶 디자인이라고 적힌 팻말을 한 번쯤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에 다양한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찾아봤는데 그 중에 삶 디자인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 디자인의 세계는 정말 깊고 넓구나 했습니다.

  8.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삶 디자인과 자급자족에 대한 핸드메이드 라이프라는 책인데, 책의 첫 장이 ‘삶을 디자인하다’ 로, 삶과 사회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디자인은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하는 활동이고, 전문가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가 자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9. 책에서 드로잉은 디자인의 목표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드로잉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었고요. 또 저는 드로잉을 더 좋아하고 잘하는데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멀어지는 건가? 하고 의아해졌습니다.

  10. 이건 여수 황소식당 식탁에 깔려 있던 비닐을 붙여서 만든 건데, 처음에는 그냥 비닐을 손톱으로 긁었을 때 나오는 무늬가 예뻐서 집에 가져왔다가 무언가를 만들면서 함께 사는 우리 마을을 표현해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디자인인가? 싶어서 넣어 봤습니다.

  11. 공정무역 초콜릿 먹다가 생각나서 그려본 그림인데, 우리가 먹는 초콜릿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린이가 노예처럼 일해서 딴 카카오로 만든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그렸는데 노먼 포터에 따르면 이것도 그냥 드로잉일 뿐이거든요. 어떻게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12. 이렇게 읽은 책의 주제에서 좀 벗어나 여기저기서 고민을 하다 보니 갑자기 디자인이라는 말의 의미가 뭔가 흐릿해졌습니다. 그래서 막 찾아봤습니다. 우리 엄마는 삶의 양식이라고 했고, 네이버 사전에서는 물건의 설계나 도안이라고 하고 핸드메이드 라이프에서는 쓰기 좋은 물건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목표를 위해 인간이 무언가를 활발하게 만들어간다는 뜻도 된다고 합니다. 또 달갱은 항상 디자인은 ‘보다 더’ 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상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같은 진짜 프로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이고, 뭘 디자인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 이건 90% 를 위한 디자인인데, 빅터 파파넥이라는 사람의 9센트짜리 라디오입니다. 발리 원주민들을 위해 연소할 수 있는 모든 재료로 만든 라디오인데 파파넥이 이 라디오를 선보이면서 헝겊이나 조개껍데기로 마음대로 디자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의미심장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Lifestraw 라는 건데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작은 빨대에 정수 필터를 달아서 바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걸 보면서 또 ‘디자인은 타인을 위한 것’ 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았는데, 삶 디자인 같은 건 아니더라도 이런 물건 디자인만큼은 살면서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지구상의 90%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이 사용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 이건 저번에 윤호섭 선생님이 디자인으로 지구 살리기 이야기 했을 때 생각나서 그린 건데, 역시 이것도 그냥 드로잉입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은 윤호섭 선생님 그림인데 마음에 들고 좋은 디자인인 것 같아서 데이북에 붙였습니다.

  15. 저 사람은 달갱인데, 달갱이 디자인은 ‘보다 더’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물도 좀 더 편하고, 실용적이고, 아름답게 해야 되고 사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게 그런 것 같아요.

  16.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이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각도 디자인할 수 있지 않을까? 였는데요. 예를 들어 환경하고 현지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을 하고, 모든 사람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정무역을 하기. 이게 더 좋은 생각이잖아요. 그러니까 시각적인 디자인 등 간접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생각도 디자인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7. 솔직히 이 책의 특성상도 그렇고 어렵기도 해서 좀 어렵게 읽었는데, 진짜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고요. 또 모든 인간은 디자이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생각만 있으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오글거리는데 누가 ‘넌 무슨 디자인 하고 싶니’ 라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울지 않는 세상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할 겁니다.

  18. 조금 더 좋게, 조금 더 새롭게 라는 생각만 있으면 디자인은 시작된 겁니다.

  19. 이건 책에서 나오는 톨텍 족의 예술가 라는 시인데, 진짜 예술가는 어떻고 썩은 예술가는 어떻고 하는 내용인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도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 이건 시간 남아서 그린 건데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생각만 있으면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는 될 수 없으니, 자신의 삶을, 생활을, 사회를 디자인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건 부연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추가로 적을게요. 아까 질문 받은 것처럼 좀 모순된 게 있었는데, 저는 두 부류의 디자이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앙드레 김처럼 진짜 프로 디자이너들이 있고요. 근데 모든 사람들이 앙드레 김 같은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냥 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디자인하고, 또 삶이나 사회 같은 추상적인 것들도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사람들을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디자이너라는 말이 꼭 앙드레 김 같은 사람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라는 거죠. 핸드메이드 라이프의 저자는 작가이면서 디자이너고, 농부면서 교사고 뭐 이런 식인데 그런 것처럼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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