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가는 다른 예술가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자기 자신의 독창적인 법칙에 의해 규정되어지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되어지기를 원하지 않는 모든 예술의 목적은 자기 자신과 이 세상에 삶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지구상의 인간 존재의 근본과 목적이 무엇인가를 인간들에게 분명히 하는 일이다. 또는 설명하려 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것부터 시작 하여 보자: 논란의 여지 없이 예술의 기능은 내게는 인식시키는 일이다. 어떤 형태로 충격과 카타르시스로 나타나는 파급효과를 얻어낼 것인가? 이브가 선악과라는 인식의 과일을 먹은 그 순간부터 인류는 영원한 진실 탐구라는 언도를 받은 셈이다. (...........)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삶의 본질과 자기 자신, 자신의 가능성과 목적을, 그때마다 새롭게 인식한다. 그런 인식과정에서 인간은 기존에 축적된 지식을 총체적으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도덕적 자기 인식이라는 것은, 매번 새롭게 겪어야만 하는 그때 그때의 경험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이 세계와 관계를 맺게 되며, 이 세계를 획득하려는 고통스런 요구에 내몰린 채, 자신이 직관적으로 감지한 이상과 이 세계를 조화시키고자 애쓴다. 이 채워질 수 없는 요구야말로 인간적 불만과 자기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고통의 원천인 것이다.

예술과 학문이란 그러니까 인간이 세계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형식인 것이며, 소위 "절대 진리" 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는 인간의 인식형태라고 할 수 있다. (..........)

예술에 있어서 인간은 현실을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서 파악한다. 예술적 견해와 발견은, 매번 하나의 새롭고 유일무이한 세계상으로서, 절대진리의 한 상형문자로서 이루어진다. 예술적 견해와 발견은 공개적 표명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세계의 모든 규칙적 양상을 직관적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성급하고도 번뜩이는 정열적 소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이 세계의 아름다운 것, 추한 것, 인간적인 것, 잔인한 것, 무한한 것, 제한된 것. 이 모든 것들을 예술가는 독특한 방법으로 절대적인 것을 포착하는 한 형상의 창조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 형상의 도움으로 끝없는 진리에 대한 느낌이 제한적 수법을 통하여 표현된다: 정신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을 통하여, 무한한 것은 유한한 것을 통하여 표현된다. 예술이란 실증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실천이 우리들에게 감추고 있는 저 완전한 정신적 진리와 함께 맺어져 있는 이 세계의 한 상징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

예술은 작품이 우리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가슴으로 느껴지고, 감정적인 충격을 자아내고, 감상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고 하는 희망을 갖고 모든 수단을 사용한다. 그리고 예술은 인간을 그 어떤 가차없는 지적인 논증에 예속시키지 않고, 오히려 예술가들이 인간들에게 전달하는 예의 정신적 에너지에 의존한다. 그리고 정신적인 경험을 요구한다. (........)

예술적인 형상이란 항상 한 가지를 다른 것을 통해서 대신하는, 보다 큰 것은 보다 작은 것을 통해서 대신하는 일종의 상징인 것이다. 활력에 넘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예술가는 사멸한 것을 끄집어 내고, 무한한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하여 유한한 것을 소개한다. 하나의 대용물! 무한한 것은 구체화 할 수 없다. 우리들은 무한한 것의 상상적 환영, 그 형상만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추한것 속에 덮여 있듯이, 추한 것은 똑같이 아름다운 것 속에 덮인 채로 들어 있다. 삶은 이 부조리할 정도로 대단한 모순 속에 얽혀있으며, 이 모순은 예술 속에서 조화적이면서 동시에 극적인 단위로 나타난다. 
예술적 형상은 모든 것이 서로 인접해 있고, 모든 것이 서로 범람하는 가운데에서 예의 조화적 극적 단위를 인지하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우리들은 한 형상의 이념에 대해서 말을 할 수 있다. 그 본질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생각이란 말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에 의한 묘사란 결코 생각을 올바르게 담아낼 수 없다. 한 형상이란 창조하고 느끼고 공감하거나 거부할 수는 있지만, 사건의 이성적인 의미의 맥락 속에서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무한한 것에 대한 생각은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아니 묘사하는 것조차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오직 예술만이 이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예술만이 무한한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절대적인 것은 오로지 믿음과 창조적 행위를 통해서만 도달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고유한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한 예술가의 투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예술품 창조에 이바지하겠다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봉인된 시간"  이상을 향한 동경으로서의 예술 부분 45~49p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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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선 작업을 하며 시간에 대해 생각 하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어요. 
정선 후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는 주제들 속에서 시간과 공간 같은 어떤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나오고,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표현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을 하다보니 이 책의 몇몇 문장들이 크게 들어오네요. 

정선에서부터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 마을에서 예술이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 또 예술가란 어떤 사람일까 와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이어 고민하고 있어요. 어쩌면 이번 시인들강좌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