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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영상글 수 646
소소(기억할诵, 사라질消) [페이지1]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다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페이지2] 1 버마와 중국의 국경지대 쪽에는 Ta'ang이라는 민족이 살고 있다. 그곳은 라페라는 차산업이 아주 유명한 곳으로 향긋한 찻잎이 사방에 심어져있는 곳이었다. 타앙민족은 매일매일 라페 차를 마셨으며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것, 차를 먹고, 파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이자 곧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Ta'ang민족은 향긋한 차를 마시지도 못할뿐더러 오랫동안 재배해왔던 차밭에 갈 수도 없게 되었다. 그들이 일터와 집터에서 볼 수 있는 것이란 유혹적인 양귀비꽃들이었다. 양귀비꽃은 무척이나 화려했지만 Ta'ang민족은 그 화려함에 유혹될 수 없었다. Ta'ang민족은 양귀비꽃에게 자신들의 땅을 빼앗겼다. 그리고 땅에 묻어있던 그들의 문화와 언어도 빼앗겼다. 급작스럽게 땅이 사라지고, 일터와 집터가 사라진 Ta'ang민족의 삶은 빼앗긴 땅과 함께 변해갔다. Ta'ang민족 중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잊은 채로 유혹적인 양귀비에 홀라닥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차밭을 대신하여 생겨난 양귀비꽃밭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귀비꽃밭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사람들은 함께 모여 양귀비재배를 했으며 차밭을 일궜을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온 차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버는 돈은 양귀비꽃을 재배하는 사람들보다 적었다. 양귀비꽃밭의 주인인 군부독재정권이 양귀비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차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너무나 유혹적인 양귀비꽃밭에서 헤어나 올수 없었다. Ta'ang민족들은 잃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들은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군부독재정권의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다. 군부독재정권은 비밀리에 마약농사에 참여하고 있었고, 버마의 경찰도 군인도 마약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계속해서 양귀비꽃을 심는다. 양귀비 꽃밭이 넓어질수록 타앙민족은 땅을 잃어갔다. 타앙민족에게 땅은 단순히 발을 딛고 있는 터가 아니라 자신들 언어가 존재하는 곳이며 집과 일, 사람과 기억이 공존하는 삶의 터이다. 2 언젠가 나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변해버린 주변을 낯설게 본적이 있다. 하루아침 사이 새로워져버린 풍경은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달랐다. 마치 여러 시간 속에서 쌓인 기억이 그 공간들 속에서 상실되어버린 것처럼 나는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사라짐이 자연히 일어난 것도, 그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눈앞에 떡하니 놓인 새로운 풍경은 계속 새로웠다. 오랜 시간 동안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3 메솟, 그곳에서 나는 언어와 땅,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타국의 땅인 메솟지역에서 그들은 일주일에 한번 민족전통의상을 입는다고 한다. CDC에서는 하자작업장학교와의 만남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춤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들의 언어로 된 노래를 알려주었다. 메솟에서 만난 단체들은 군부독재정권으로 인해 빼앗기는 민족의 땅과 문화, 언어를 지키는 움직임을 만들고 있었다. 버마와 중국 국경지대의 소수민족 Ta'ang.민족은 버마 내에서 팔라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들이 자신을 칭하는 이름은 Ta'ang이다. 현재 팔라웅유스센터에서는 군부독재정권으로 인해 잃어가는 Ta'ang언어를 교육하고 있으며 청소년지원과 민주화운동지원을 하고 있다. 그들은 군부독재정권의 인권탄압과 마약밀매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자신들의 ‘전통’이나 ‘문화’가 아닌, ‘인권탄압’이라는 것을 인식하게끔 교육한다. 지금 그들은 오래전부터 유지시켜온 전통과 문화, 일상을 잃어간다. 땅과 일터를 일어간다. 그러므로 그들이 하고 있는 운동은 자기 삶을 지켜내는 것이자 민족을 지켜내는 것이다. 소수민족의 탄압이 더 극심한 상황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마치 저항의 의미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메솟에서 타앙민족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우리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인식하며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4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과 함께 잊혀지고 있는 것은 나의 기억이었다. 나에게 장소와 함께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일상과 흐름을 잃는 것이었다. 군부독재정권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단절된 버마 민족의 삶의 흐름에서 단절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가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메솟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는 사라지는 것이 많은 내 삶의 근거지에서 내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보다 내가 지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상황과 장소와 함께 변해가는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내 기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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