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소비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보조2: 관광 안내원이 본 일본인 그리고 중국인
| | » 외국인 관광객에게 통역 서비스를 하는 관광 안내원들은 일어와 중국어는 물론 영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들은 길 잃은 관광객들에게 든든한 길잡이다. 하루에 300~500명의 관광객이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8월의 어느 비 오는 날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통역 안내를 하는 관광 안내원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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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어떻게 명동을 소비할까? 명동거리에서 가장 활발하게 관광객과 접촉하는 관광 안내원들을
동행 취재함으로써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받는 질문이나 주로 안내하는 장소,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들이 명동을 찾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중앙로와 명동길이 만나는 중간 지점인 명동예술회관 앞.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빨간 모자에 빨간 옷을 입은 여성 2명이 유난히 눈에 띈다. 사람들이 늘 주변을 에워싸고, 무엇인가를 묻고는 떠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통역 서비스를 하는 관광 안내원들이다. 일어와 중국어는 물론 영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들은 길 잃은 관광객들에게 든든한 길잡이다. 하루에 300~500명의 관광객이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고맙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백번 듣는 사람들이다. 이들보다 외국 관광객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없다.
빨간 옷의 관광 안내원… “고맙다”는 말 하루에 수백번
| | » 나라별 관광안내원 이용현황. 서울시관광협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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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통역을 하는 박선정(24) 안내원에게 40대 일본 여성이 다가왔다. 지도를 펴 놓고 한참 고개를 갸웃거린 뒤였다. 그녀는 ‘ㅇ’ 마사지숍이 어디냐고 물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은 “제이와이제이(JYJ)의 앨범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며 수줍게 웃었고, 20대 일본 여성은 “이것으로 택시를 탈 수 있느냐”며 ‘티머니 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화장품 매장과 옷 가게를 알려달라는 문의는 수도 없었다.
한국 여행이 3번째라는 30대 일본 여성은 의류매장을 찾고 있었다. 그는 “옷이나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쇼핑하러 한국에 왔다”며 “이번엔 남편과 함께 왔지만, 기회가 되면 친구나 다른 가족과 한국을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장근석이 즐겨 입는 브랜드를 물어요”
| | » 일본 관광객들은 한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한국 이야기를 접하고, 인터넷에는 한국 여행 정보가 넘쳐난다. 한국 사람 못지 않게 명동 빠꼼이들이 일본 관광객 중에 많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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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안내원은 “일본인들은 일본
국내관광하는 것처럼 한국 관광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며 “쇼핑뿐 아니라 한국인이 먹는 소소한 먹거리를 찾고, 한국 사람이 자주 가는 찻집이나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점을 찾는 등 문화를 소비하는 경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한국 이야기를 접하고, 인터넷에는 한국 여행 정보가 넘쳐난다. 한국 사람 못지않게 명동 빠꼼이들이 일본 관광객 중에 많다. 그렇다 보니 관광 안내원도 당황할 정도로 상세한 질문을 던져 올 때가 있다. 박 안내원이 소개한 일화다. “한류 스타에 관한 질문도 ‘배우 장근석씨가 즐겨 입는 옷 브랜드를 명동 어디에서 파느냐’ 하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죠. 일제 때 지어진
건물이 어디에 남아 있느냐고 묻기도 하고, 의장행렬 교대식은 어디서 볼 수 있느냐고 묻는 분도 있었어요.”
쇼핑에 관심 많은 중국인들 급증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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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와 영어 안내를 하는 김귀진(25) 안내원도 쉴 틈이 없었다. 20대 중국 여성 3명이 뭔가를 상의하며 주변을 서성거리자 김 안내원이 재빨리 먼저 말을 걸었다. 일본인들에겐 관광 안내원의 존재가 많이 알려져 스스럼없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아직 말 붙이는 것을 어색해 한다. 그들은 한국 브랜드 매장의 화장품
가방을 3~4개씩 팔에 끼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많아 보였다. 그들은 “한국 화장품이 품질도 뛰어나고 중국에서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며 “선물용으로 몇 개씩 더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화장품 쇼핑을 끝내고 의류 매장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휴가를 맞아 일주일 일정으로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을 왔다는 한 싱가포르 여성은 한국 약국에서 산 감기약의 사용설명서를 꺼내 복용법을 물었다. 그는 명동에 대해 “쇼핑할 곳도 많고 살 것도 많아 마음에 든다”면서도 “영어나 중국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 | » 중국 관광객들은 여전히 단체 관광이 많다. 그러나 서서히 개인 관광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고, 20대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 중국대사관 앞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 중국 관광객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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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안내원은 “중국 관광객들도 단체 관광에서 서서히 개인 관광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고, 20대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며 “쇼핑이 대부분이라 백화점이나 화장품 매장을 묻는 질문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당연히 ‘메이드 인 차이나’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대신, 백화점이나 화장품 매장의 고가 제품을 쓸어 간다. 대부분 매장에선 20kg 이상 구입하면 항공편으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매해 30~40%씩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면 2020년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예측(한국문화관광연구원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수용 태세 개선 방안’, 2010년 3월)이 나온다. 중국 사람들은 중국어로 된 지도나 매장의 간판이 일본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