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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표현의 자유"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표현의 자유' 토크마당 "인터넷 글 감시는 우리나라 뿐"…규제의 일상화는 '자기검열'로
[0호] 2012년 04월 22일 (일)박새미 기자  psm@mediatoday.co.kr
“PD수첩 수사는 정말 우스운 게,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명예훼손을 ‘늘여서’ 적용한 사례가 없다. 제 외국 친구들은 다 물어본다. ‘도대체 (제작진의) 죄목이 뭐냐. 미국산 소고기가 안 좋다고 제기했는데 누굴 명예훼손한 거냐. 미국산 소냐, 아니면 미국 낙농업자냐’ 그런데 실제로는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한 장관(당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명예훼손했다는 것”(박경신 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정근씨가 북한 체제 선전물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하고, 장총 대신 양주를 합성한 패러디물을 농담처럼 트윗에 올렸는데, 이를 국가보안법 위반 명목으로 구속 수사를 당했다. 제가 보기엔 북한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할 사안인 것 같은데.(웃음)”(이호중 서강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주관으로 <반가워, 표현의 자유>라는 토크 마당 및 정책제안 발표회가 열렸다. 오후 3시부터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4부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각계 인사 및 전문가들과 일반 청중들이 참석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발제 및 이야기 주제가 된 내용은 크게 국가보안법,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폐지, 매체에서의 표현의 자유, 거리에서의 표현의 자유, 선거 시기 표현의 자유, 노동영역과 소비자 운동에서 표현의 자유, 특수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 등으로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통해 다채롭게 논의됐다. 
  
▲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반가워, 표현의 자유> 토크 마당 및 정책제안회.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다른 자유와 인권의 여러 영역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가 됨을 강조하며 국제적으로 옹호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분야와 영역을 망라했다. 이와 함께  관련 정책과제와 개선방안을 담은 500여쪽 분량의 정책제안서를 발간해 배포했으며 2012년 19대 국회와 차기 정부에서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행사 초반 총론을 발제한 이호중 교수는 행정기관(방송통신심의원회)이 인터넷의 글을 감시하고 삭제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모순을 지적하는 표현을 통제하게 되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축 효과’다. 규제가 일상화되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이런 영화를 만들어도 되나? 이런 가사를 써도 되나?’라는 생각부터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되면 개방적이고 남의 말을 잘 듣고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시민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편가르기’하는 시민들이 만들어진다”며 표현의 자유 억압이 ‘편협한 시민성’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곧 민주주의의 붕괴현상이라는 얘기다. 

박경신 교수는 “표현은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표현 자체에 대해 책임을 지우거나 처벌을 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과거 개그우먼 정선희씨가 “인터넷은 호수 같은 것. 호수에 예쁜 꽃, 새, 나비만 사느냐. 미생물도 산다. 미생물이 산다고 해서 호숫물을 뽑아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했던 발언을 인용하며 “저는 더 나아가서 미생물도 살아야 예쁜 꽃, 새, 나비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두뇌에서 나쁜 생각을 하는 부분만 잘라내 버리면 두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며 “나쁜 생각을 하는 부분까지 합쳐져서 걸작들이 나오는 것이다. 똥에 대한 생각을 하는 머리에서 세익스피어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실된 비판도 형법 307조 제1항에 의해 처벌받는 현행법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안 좋은 얘기인데 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예의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진실들을 다 막아놓고 지켜지는 것이 과연 ‘명예’일까 ‘위선’일까”라고 반문하며 “어떤 판사는 ‘허명’이라고 하던데 저는 더 나아가 ‘위선’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이로 말미암아 ‘의혹 제기’도 함께 막게 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어둠 속, 꽉 막힌 골방 속에서 이뤄지는 부정들에 대한 의혹제기는 자유롭게 허용돼야 함에도 그마저 처벌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박 교수는 “어차피 진실이든 허위이든 처벌될 것이기 때문에 판사들 입장에선 이 사람(피고)이 한 말이 진실인지 허위인지 밝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 판결 같은 결과가 나왔으며,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 X-파일’ 폭로로 검찰에 기소돼 7년간 싸워온 사실 등을 거론했다. 
  
▲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검은빛(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최승호(MBC PD, 전 PD수첩 CP), 오성희(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경신(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공익법센터소장).
 

이들은 또 구금시설 수용자, 청소년, 군인, 교사·공무원 등의 그룹에 속한 이들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규제되는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단지 이들 그룹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할 수 있는 말들과 읽을 수 있는 자료들을 못 읽게 하는 규제가 ‘집단 목표’와 상관없을 경우에도 과잉 행사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성년자인 ‘검은빛’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제도적으로 미성년자(만 20세 미만)의 각종 정치권이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항변했다. 그는 “청소년은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도 없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처벌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진행됐을 때에도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서명을 한 번도 할 수 없었던 상황 등을 지적했다. 최근 청소년 활동가들이 청소년 참정권 배제에 대해 투표소 앞에서 1인 시위을 벌이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의 행동에 나섰다.

한편 공무원의 노동조합과 정치권을 과도하고 불평등하게 제한하는 현 상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공무원이나 교사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현저히 위협하거나 비상사태가 아닐 경우에는 모두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경 공무원들이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광고를 낸 것에 대해 ‘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기소됐던 바 있다. 현재 해당 사건과 관련해 18명이 파면당했으며 14명이 재판 중에 있다. 당시 대법원 판결 요지는 ‘공무원들이 의사 표명하는 것으로 광고 형식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오성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제부장은 “정부에서 공무원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을 굉장히 강조한다”며 “그런데 직무와 무관한 것까지도 정부는 편파적으로 공무를 집행할 수 있다는 논리로 공무원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 후원하는 공무원들은 걸렸어도 징계한 적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은 단지 투표권만 있다”며 “노동기본권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고 단결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5·18 집회를 토요일에 참여하면 불법집회 엄중경고라는 식으로 경고가 떨어지고 사진 채증 등을 해서 나중에 징계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법조문에는 업무 시간 외에는 공무원의 정치권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공무원 정치 중립성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가 과거의 관건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도 나왔다. 박경신 교수는 “자유당 시절 공무원들 동원해서 공무원들이 쌀 퍼주고 고무신 주고 여당 표 받는 그런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 정치 중립성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공무원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투표권에 관여하거나 공무원의 권한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던 조항이 잘못 해석돼 ‘공무원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표현, 권리를 하면 안 된다’는 제한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가 발제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18세기 영국의 대의민주주의제를 비판한 장 자크 루소의 말(화면 위)의 말을 언급하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선거 때조차도 자유로운 국민이 아니다"라고 선거시기 표현을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을 비판했다.
 

또한 경찰의 자의적이고 불평등한 집회시위관리방침에 대한 문제도 논의됐다. 경찰은 중앙권력에 예속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중앙권력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억제하려는 성질을 띠게 된다고 지적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우리나라 집회는 폭력적이고 후진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대부분의 매체들이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며 “그러나 경찰청의 최근 몇 년 폭력집회 발생 추이 자료를 보면 폭력 집회 비율이 실제로 1퍼센트에서 밑돌고 있으며 2008년에도 전체 집회의 0.66퍼센트만 폭력집회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또 정부 직속 기관인 경찰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금지 통고와 해산 명령, 청소년보호법에 개인적·시간적·공간적 특성의 고려가 없는 단선적이고 모호한 기준 등에 대한 문제를 설명했다. 

또 선거시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오히려 선거 때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정치소통수단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역진 현상 발생한다”며 “유권자의 생각 및 정책 전달이 후보자간의 표 얻기 운동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패널로 참가한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허재현(한겨레 기자), 김조광수(영화감독, 제작자),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박주민(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가 창작자들을 위축시키는 문제점도 거론됐다. 김조광수 영화감독 겸 제작자는 “관람등급판정에 대한 소를 제기하고 법원 판결을 기다린 후 개봉을 한다고 치면 수십억을 들인 영화를 3,4년 묵혔다가 개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창작하는 입장에서 투자사도 있고 돈도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를 자꾸 신경쓰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번 등급을 매긴 사람이 (재심의를 신청하게 되면) 똑같은 사람이 또 심의를 보는 것”에 불합리함을 제기하며 “저는 이번에는 새로 개봉할 영화를 ‘친구사이’(그의 이전 작품으로 영등위 등급판정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음)보다도 표현수위를 훨씬 낮췄다.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행정기관이 미디어에 대한 모든 심의를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나라는 이런 사례가 많지 않으며 그냥 법정에서 다투면 되는 사안이고 창작자·제작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 그는 “행정기관 특징은 일을 계속 만든다. 그래야 예산도 떨어지고 인원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디어 제반에 대한 행정 심의만큼은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한하는 법을 만약 만든다면 아주 세세하게 실체적인 위협을 고려하며 만들어야지 지금처럼 통으로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패널로 공지영(소설가), 김조광수(영화감독, 제작자), 우석훈(2.1연구소 소장), 최승호(MBC PD, 전 PD수첩 CP), 허재현(한겨레 기자), 검은빛(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박경신(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공익법센터소장), 박주민(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오성희(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호중(서강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표현의자유를위한연대운영위원장),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최은아(인권운동사랑방), 홍성수(숙명여자대학교법과대학) 등이 출연했다.

다음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리스트이다. 
1. 국가보안법 폐지
2.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폐지
3.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유해매체 심의 삭제
4.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 심의 폐지
5. 자의적인 제한상영가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폐지
6. 인터넷 심의, 인터넷 실명제 폐지
7. 셧다운제, 음반 심의제도 폐지
8. 공영방송 정상화, 신·방 겸영 금지
9. 퍼블릭 액세스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 보장
10. 집시법을 폐지, ‘집회보호법’ 제정
11. 경찰의 집회시위관리 방식개선으로 집회방해 중단
12. 일반교통방해죄로 집회참가자 처벌 중단
13. 선거운동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전면 철폐
14.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폐지
15. 소비자 운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폐지
16. 구금시설 수용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
17. 청소년의 정치적 표현이 자유 보장
18. 군인의 표현의 자유 보장
19. 공무원, 교사의 표현의 자유 보장
20. 정보공개 확대, 알권리 보장
21.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 표현 규제
22. 시민 발언과 참여를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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