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소유에서 소비 시대로”

  이희욱 2010. 01. 18 (16)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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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보세요. 대부분 MP3 음악을 다운로드해 감상하는 식이었는데요. 아이폰같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시장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듣고픈 음악을 골라 바로 감상하는 스트리밍 중심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곡 하나에 대한 권리를 사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실시간 소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임혁진 소리바다 서비스 본부장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요컨대 음악을 소유하는 시대가 가고,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모바일 환경이 바뀐 덕분이란다. 와이파이(Wi-Fi)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MP3 다운로드의 매력이 줄어들었다. 빈 자리는 실시간 음악감상 서비스가 채웠다. 무엇보다 애플 ‘아이폰’이 물꼬를 턴 모양새다.

좀 더 귀를 기울여보자. “음악을 파는 곳, 서비스 업체에선 지금껏 음악을 소유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하지만 일반 이용자들은 음악을 소유한다기보다는 감상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죠. 지금까지는 웹브라우저를 중심으로 이용자를 제한했기 때문에 둘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지 않았는데요.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와이파이를 거쳐 인터넷으로 바로 접속해 음악을 듣는 방식으로 음악 소비 흐름이 바뀌고 있어요. 안드로이드폰이 나오면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전망이에요. 소유 개념으로 음악을 공급했던 시장도 이제 변화가 일어나야 할 시점입니다.”

음악 소비 문화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를테면 아이폰용 소리바다 응용프로그램이 그런 사례다. 소리바다 응용프로그램은 아이폰에서 소리바다 곡들을 검색해 실시간 감상할 수 있는 도구다. 월 3300원짜리 듣기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라면 소리바다가 보유한 120여만곡에서 원하는 곡을 골라 마음껏 들을 수 있다. 돈을 내고 MP3 음악을 내려받은 사람도 해당 곡을 아이폰에서 언제든 찾아 감상하도록 했다. 일반 이용자는 첫 1분만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소리바다 응용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21일 첫선을 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오자마자 하루 5천여건씩 다운로드가 일어나며, 등록 사흘만에 무료 응용프로그램 부문 1위에 올랐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다. 트위터같은 SNS를 타고 이용자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냈다. 지금까지 다운로드수만도 10만여건. 이 정도면 초기 반응치곤 꽤나 훌륭한 성적표다.

“기존 이용자들을 많이 배려한 게 호응을 얻었나봅니다. MP3 다운로드 구매자들도 웹에선 본인이 내려받은 곡을 1분 미리듣기밖에 못하는데요. 소리바다 응용프로그램은 전곡듣기 상품을 구매 안 해도 다운로드 이용자에게 전체 곡을 실시간 듣도록 했습니다. 다운로드 이용자들은 해당 음악에 대한 권리를 산 것이니, 들을 권리를 주는 건 당연한 일이죠.”

이런 변화는 와이파이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와이파이에 연결돼 있다면, 듣기상품 구매자든 다운로드 이용자든 사실상 데이터 이용료 없이 언제 어디서든 라디오를 듣듯이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됐다. 음질도 192Kbps로 깨끗하고, 끊김도 거의 없다. 와이파이가 아닌 3G 망으로 들을 경우 한 곡당 대략 3MB 정도의 데이터 사용량이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소리바다 응용프로그램에선 와이파이에서 3G 망으로 넘어갈 때 경고 문구를 팝업창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들을 최우선 배려한다는 소리바다 철학을 담으려 애썼어요. 소리바다가 P2P 형태로 음악을 제공한 것도 이용자들이 좀 더 널리 음악을 소비하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DRM프리 음악도 2006년 7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놓았어요. DRM이 걸린 음악은 ‘플러스#’이란 이름으로 따로 판매해오다 그나마도 2008년 9월 완전히 없애고 지금은 DRM프리 음악만 제공하고 있죠.”

지난해 4월에는 ‘위젯’ 서비스도 내놓았다. 앨범을 통째로 위젯 형태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걸어두고 듣는 서비스다. “저작권자들도 처음엔 이용자들이 위젯을 블로그에 다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어요. 관리가 어렵다며 부정적 시선으로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위젯을 블로그에 달면 이용자가 음악을 소비하는 채널을 하나 더 늘리는 셈이니 저작권자에게도 이득입니다. 저작권 관련 협회들을 설득해 한시적이나마 합의를 이끌어냈어요.”

‘오픈 뮤직 네트워크’란 시도도 눈길을 끈다. 소리바다에서 음악 서비스 API를 공개해, 포털이나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음악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곡 하나마다 고유 웹주소(URL)를 배당한 것도 이용자를 배려한 결정이다. 소리바다는 어떤 트랙이라도 고유 URL과 짧은 주소를 뽑아낼 수 있도록 했다. 짧은 주소를 트위터에 올리고, 누군가 이를 클릭하면 소리바다 서버로 접속해 바로 음악을 감상하는 식이다. “이용자들이 소리바다란 특정 웹사이트에 들어가 음악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친구와 메신저나 트위터로 대화하다가 곧바로 음악을 소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란다.

음악 소유에서 소비 시대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1월8일에는 네오위즈벅스도 아이폰용 벅스 응용프로그램을 공식 선보였다. 매출도 따라 출렁이고 있다. “소리바다 응용프로그램이 출시된 뒤 첫 5일동안 듣기전용 상품인 ‘음악감상 이용권’ 매출이 300%나 증가했어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비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도 변화이고요. 앞으로도 실시간 스트리밍 관련 서비스를 더욱 비중있게 준비해 내놓을 생각입니다.”

떳떳한 음악 공유를 돕는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CCL이 적용된 음악을 소리바다를 통해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팬과 아티스트가 바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요. 아티스트가 음악을 등록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을 어떤 식으로 제공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2000년대 초반, CD에서 MP3으로 음악 유통 시장이 바뀔 때의 혼란이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재연될 가능성도 적잖다. 웹사이트 중심으로 저작권자와 서비스 사업자간 계약이 이뤄지다보니, 모바일 서비스를 둘러싼 교통정리가 채 안 돼 있는 탓이다. 저작권을 존중하면서 이용자 편의성을 우선 배려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애플의 ‘보수적’인 음악 응용프로그램 허용 정책도 소리바다 입장에선 풀어야 할 숙제다. 예컨대 아이폰에서 응용프로그램을 꺼도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는 ‘백그라운드 실행’ 같은 기능을 응용프로그램 사업자에겐 막아둔 식의 문제들이다.

“백그라운드 실행 문제는 캐싱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내장된 음악과 공유해 쓰는 방식 등으로 풀어볼 생각입니다. 민감한 문제이지만, MP3 파일이나 뮤직비디오 다운로드 서비스도 우회적으로 시도해볼 계획이고요. 노래 URL을 붙여 트위터나 미투데이같은 SNS로 전송하는 기능도 다음 버전에선 추가하고, 음악 장르도 세분화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듣는 데 편리하고 안정적인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겠죠.”

임혁진 본부장은 KAIST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한 뒤 삼성SDS, 삼성전자, NHN을 두루 거쳤다. 2004년부터 4년동안 SK커뮤니케이션즈 R&D연구소장을 지냈으며, 2008년 11월 소리바다 식구로 합류했다. NHN 재직 당시 네이버 블로그 탄생을 주도했고, SK컴즈에선 ‘통’ 서비스를 기획하고 탄생시킨 1인 미디어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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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욱

asadal입니다. '우공이산'(http://asadal.bloter.net)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뉴미디어, 사회적 웹서비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오픈소스, CCL 등을 공유합니다.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