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희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어 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부드럽고 딱딱한 토슈즈 - 황병승

나 아끼코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나빠요 싫은 행동이에요, 라고 말하는 순간
나 아끼코가 더 나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은 왜일까
그렇다고 침묵을 하면 뭔가 달라질까
그래도 역시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나 아끼코를 초(超)비참하게 만들지 않는 한
앞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라고 타협을 할까 한다

저녁에는 극단(劇團)의 언니 오빠들과 함꼐 장어 멍게 해삼을 먹었다
그것들의 공통점은 물에서 산다는 것이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지는 모르겠다
서로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인지도
나 아끼코는 모르겠다

장어 한 번 멍게 한 번 그리고 해삼…… 이렇게 순서대로 먹었다 계속해서
뭔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나 아끼코는 한껏 온아한 표정으로
건배를 하고 뉴스를 보며 오물오물 수다를 떨었다

아끼코 상! 아끼코 상!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은 그것이 머리의 차가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비옷을 입은 기자는
장마통에 집이 무너져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고 전한다
나 아끼코에게 집이라는 건 빗소리를 듣기에 참 좋은 장소인데……
비 때문에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는 보도는
언제 들어도 즐거움과 초재미를 준다.





페북을 탈퇴해서 여기다 적어요 혹시 안되는 걸까요 
ㅍㅊㅋㅊ숙제도 있고 디자인 숙제도 해야되는데 내일 인기가요부터 나가수랑 신입사원이랑 내마음이들리니까지 봐야 될 티비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요.. 아 괴롭다
(예쁜 케이크와 고양이의 사진도 첨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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