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수국제청소년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청소년이 기획의 주체가 됐다는 점이다. 여수 지역의 청소년과 서울 하자작업장 학교 청소년들로 구성된 총 42명의 청소년기획단은 축제 전부터 축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행사 전체를 꾸려나갔다. 이들이 올해 축제를 준비하고 만들어나가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을까? 하자작업장학교에 다니는 홍조(19·본명 서새롬)양이 청소년기획단을 대표해 기획단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말해줬다.
청소년기획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올해 축제는 하자센터에서 총지휘하고, 감독했다. 하자작업장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기획단으로 합류했다. 축제의 테마가 ‘청소년’인 만큼 청소년이 직접 축제 기획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여수 지역 청소년반, 하자작업장학교 청소년반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기획단을 운영했다.”
여러 가지 지구환경 문제들 가운데 ‘기후변화’를 주제로 내세우게 된 이유가 있나?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지구의 크고 작은 환경문제들과 연관된 가장 크고 명확한 주제다. 일본 원전 사고 등도 기후변화에서 비롯돼 나왔다. 마사키 다카시의 <나비문명>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가 지금껏 이루어왔던 문명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문명 전환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들이 소개돼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이번 축제의 테마로 ‘기후변화’를 내세우면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문제제기’였다. 이 땅의 청소년이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앞으로 기후변화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번쯤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것이었다.
내년에 여수에서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리는데, 이번 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도 ‘기후변화’라고 한다. 이것도 주제 선정 때 고려했던 부분이다. 올해 축제와 내년 박람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미리 여러 차례 워크숍을 했다고 들었다. 워크숍은 어떻게 진행됐나?
“사전 기획 워크숍은 서울에서 한 번, 여수에서 세 번 진행했다. 서울 워크숍이 열린 6월11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3개월이 되던 날이었다. 이날에는 ‘3·11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세계 시민의 날 행사’가 열렸다. 축제 기획단은 주제와 관련한 강연을 듣고, 영화도 보고, 핵발전에 관한 토론도 했다. 그 다음날인 6월12일에는 기획단 전원이, 한국에 찾아온 ‘그린피스 레인보워리어호’에 직접 타보기도 했다. 배에 올랐을 때 선장님께서 ‘우리는 이미 한 배를 탔다’며 지구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도 여수에서 세 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때는 직접 여수 지역을 다니면서 문화의 장을 찾고, 여수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이 여수 생태에 대한 정보를 주는 시간도 있었다. 이런 시간들이 모두 실질적인 기획회의를 가능하게 해줬다.”
이번 축제에서 특별히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있었나?
“이번 축제는 ‘나비효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구성하려 했다. 참가자 전원이 여수의 다섯 개 권역으로 흩어져 1박2일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렇게 다섯 개 권역에서 지리적 환경에 특화된 다양한 워크숍을 했다. 자전거 발전기 워크숍, 자연소리 채집 워크숍, 멸종위기생물사전 만들기 워크숍 등이 대표적이다. 참가자 모두가 단순히 즐겁게 노는 것만이 아니라,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청소년 처지에서 직접 축제를 기획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은 뭔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잘 즐길 수 있고, 주제에 동화해 공감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생각했다. ‘일회용품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처럼, 참가자들이 생활 속에서 이 자리에 모인 뜻을 마음에 새기면서 작지만 지구를 위한 일들을 실천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솔직히 조바심도 나고 겁도 많이 나고 막막했다. 하지만 막상 축제가 시작되니까 참가자들이 ‘지구를 위한 실천’을 잘해서 안심이 되었다.
또 여수지역 청소년들과 협력하면서 ‘관계를 맺는 것’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함께 기획을 해나가면서, ‘아니, 이게 뭐지?’ 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아, 그렇구나!’ 하며 공감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축제가 끝나고 아쉬운 점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참가자들의 나이대가 15살에서 24살로 폭이 넓었다. 20살이 넘은 참가자들도 상당했다. 이 안에서도 벌써 ‘세대차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나이’, 그리고 ‘지역’이라는 차이가 상당한 장애가 된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이번 축제의 부족한 점을 더 잘 알고 있을 축제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의견을 수렴해서 내년, 내후년의 축제가 더 알찬 모습으로 구성되도록 방안을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거다.”
이번 축제의 성과는 뭐였나?
“적어도 축제를 기획한 청소년 기획단과 여수지역 주민들, 그리고 축제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나비문명>에서 말하는 ‘지속가능한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게 된 것 같다. 그렇게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생긴 것 같다. 축제 뒤에는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번 축제를 통해 ‘다음을 얘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거다.
‘기후변화 시대-청소년’이라는 주제와 ‘청춘, 미래로 움직이는 섬들’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가 어우러진 축제의 의미가 ‘나비효과’처럼 멀리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무언가를 소비하는 축제가 아니라, 이렇게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서로 하나가 되는 걸 느낄 수 있는 축제 문화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 이다.”
박채움(송현고) 학생수습기자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문제의 열쇳말입니다. 이번 축제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법’을 몸으로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해봅시다.”
7월26일, 여수 전남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일본의 평화운동가 마사키 다카시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의 발언으로 제11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가 실질적인 막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마사키는 “이번 축제를 통해 지구시민들이 국가를 넘어선 시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과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막 현장에는 1000여명의 청소년이 함께했다. 이 청소년들은 25일에 시작한 사전축제부터 31일 행사가 막을 내릴 때까지 약 일주일 동안의 항해에 동참했다.
여수, 학생이 기획한 ‘작업장’으로 변신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청소년이 축제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축제의 큐레이팅을 맡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쪽은 “올해의 핵심 패러다임은 ‘참여형 축제, 참여형 교류’”라며 “축제 전체가 커다란 문화예술 스튜디오가 되어 누구나 기후변화 시대를 표현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동도 한려해상국립공원 행사장 곳곳은 축제의 주제였던 ‘기후변화’에 맞춰 청소년들의 대규모 ‘작업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기존 청소년축제에서는 단순 관람객으로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여수 전역을 누비며 사진, 영상 등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문화 게릴라’로 변신했다. 특히 ‘아나바다’ 장터, 과자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체험 부스, 천연 염색 부스부터 천연 스킨, 에코백 만들기 부스 등 친환경 아이디어를 내놓은 행사 부스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천연 스킨 만들기 부스에서 스킨 만들기 체험을 해본 장화연(15·여수중앙여고1)양은 “무료로 이색적인 체험을 해보면서 내가 쓰는 화장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29개 체험부스는 청소년들이 부스별로 체험할 것들을 직접 배워 익힌 뒤 다른 청소년들한테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관람객 가운데에는 대학생, 일반인들도 많았다. 전북대학교 엄의선씨는 “대학생 입장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잘은 모르지만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중심 역할을 한 행사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놀라워했다.
올해 축제 장소인 ‘여수’와 축제의 열쇳말이었던 ‘기후변화’ 역시 청소년들이 직접 정한 것이었다. 기획단 청소년 42명이 축제 장소를 여수로 결정한 것은 여수가 바다와 섬, 도시가 어우러진 장소여서 환경·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획단은 행사 전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6·11 탈원전 세계시민의 날’ 캠페인에 참여하고, 여수환경운동연합을 통해 여수 역사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올해 축제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적이나 성별 등을 막론하고 전세계 청소년들이 ‘교류’를 했다는 점이었다. 축제에는 34개국 340명의 외국 청소년들이 200명의 한국 청소년들과 팀을 이뤄 사전축제부터 참여했다. 모든 청소년들은 행사 기간 에 1500개의 영어 단어만을 사용하는 ‘글로비시’(Globish)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줬다. 3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와 현재 청암대학교에 재학중인 나란튀야(24)는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한 악기 워크숍, 환경 미술 워크숍 등을 통해 국적과 인종이 다른 청소년들이 교과서로만 만나던 ‘기후변화 시대’를 제대로 체험해본 것 같다”며 “나이 어린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수 문수중학교 양궁부에서 마련한 ‘궁활 체험’ 부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1일 폐막식 때는 나비 그림이 그려진 엽서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적어 전국 각지의 뜻밖의 장소에 배달하는 프로그램도 큰 주목거리였다.
축제는 기후변화 시대를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나볼 수 있는 한마당이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7월28일부터 29일까지 열린 ‘나비효과 프로젝트’였다. 축제의 중심 뼈대가 된 이 프로젝트는 국제교류캠프 참가자 350명이 여자만, 돌산도, 사도, 안도, 백야도 등 여수의 섬 다섯 곳에 나눠 들어가 1박2일 동안의 여행을 하면서 기후변화 관련 워크숍을 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녹음기에 자연의 소리 채집하기, 이를 록음악과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펭귄의 모습을 얼음으로 조각하기 등의 활동이 펼쳐졌다.
학생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로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실천 방법들도 내놓았다. “우리 모두 ‘지구 환경을 위해 한 가지 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합시다!” 축제를 시작하면서 모두가 다짐했던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내놓은 청소년도 있었다. 문수빈(15·홈스쿨러)양은 “축제가 시작된 날에 나 스스로 ‘나무젓가락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축제 기간 내내 이 약속을 생각했다”며 “특히 야식으로 라면을 먹을 때는 친구의 나무젓가락을 반 토막 내 나무젓가락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스태프로 참여한 정지수(여수중앙여고1)양은 “이번 축제에서 여수의 야경을 보여주기 위해 불필요한 전력을 많이 사용했는데 무더운 여수의 날씨를 이용해 태양열산업을 발전시키고, 낮에는 열을 모으고 밤에는 사용하는 식의 아이디어를 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자신한테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기보다는 싼값에 되팔아 환경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아나바다’ 장터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축제를 통해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창의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새로운 과제로 남겨뒀다. 이우학교 김태홍(고등 2년)군은 축제를 통해 ‘창의성’의 개념을 다시 정의했다. “창의성은 무조건 새로운 걸 내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포함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번 축제를 통해 무언가를 즐겁게 생각해 내는 것이 창의성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홈스쿨러인 장성민(17)군은 “창의성이라는 것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톡톡 튀는 소수의 창의성이 아니라, 세상과 공공을 위한 다수의 창의성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걸 축제를 통해 배우고 간다”고 했다.
여수/박채움(송현고), 김정민(행신고), 오재연(목운중) 학생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