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실익없이 현장만 멍들어”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 100일을 맞는 4일. 대다수 교사와 학생들은 ‘혼란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한다. 

학생은 인권 침해를, 교사는 교권 추락을 주장하며 갈등을 겪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시교육청은 조례 해석을 놓고 팽팽히 맞서자 학교는 학생생활지도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서울학생인권조례 100일 교원 인식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학생지도가 힘들어졌으며(85%), 교실 붕괴 및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93%)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서울·경기·광주교육청만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국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교사들은 욕설과 폭행을 일삼거나 면학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조례 시행 지역 교사 171명과 비시행지역 교사 172명이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생활지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각각 82%, 79%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일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가 전국에 영향을 미치면서 교사들은 정당하게 학생지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며 “교실 붕괴, 교권 침해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 진보 교육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교실은 교사와 학생 간 ‘조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교과부와 시교육청은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교과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강행하고 있어 현장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3일 “법(학생인권조례)이 살아있는 이상 지켜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사기꾼이 된다”고 서울교육협회에 참석한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장들에게 호통에 가까운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교과부는 학생 두발·복장·소지품 검사 등을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학교 규칙’에 따라 제정하도록 일선 학교에 ‘학교 규칙 운영 매뉴얼’을 배포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의 한 교장은 “교육청 따로 교과부 따로, 지시가 달라 어디를 따라야 할지 몰라 대부분의 학교가 생활지도와 관련한 학칙 수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장도 “실익도 없이 현장만 멍들었다”고 지적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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