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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영상글 수 646
나는 도시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난 학기에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를 주제로 만화를 그리기도 했었고, 도시계획에 관심이 아주 많을 때도 있었다. 디자인 서적을 고를 때도 '초조한 도시' 를 포함해서 세 권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초조한 도시를 먼저 읽기로 했다. 초조한 도시는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사진 서적이라고 새가하며 읽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생각이 나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도 있었고 다른 점도 많았다. 사진들도 매료되어 한참 동안 보았던 사진도 있었던 반면에 어지러워서 바로 넘겨 버려야 했던 사진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영준의 프로필에는 '기계비평가' 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다 보면 빌딩이나 도시 곳곳에 널려 있는 에어컨 실외기 같은 칙칙한 물체들, 콘크리트 교각 같은 것들에 생명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마치 하나의 인격체를 대하듯이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단편적인 도시의 모습 하나하나가 모여서 만들어내는 큰 풍경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 도시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도시의 모습들 중에서도 특히 외지고 쓸쓸한 느낌이 나는 곳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어릴 때부터 구석지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던 게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꽤 어릴 때부터 그런 도시의 풍경들을 보면서 센치한 감정에 빠지곤 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아주 오래되어 들어가기조차 무서운 연립주택이나 상가 같은 곳 안에서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다. 골목길이나, 건물과 건물 혹은 건물과 벽 사이의 아주 비좁은 공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삭막한 공간이 좋다. 예를 들어 아파트 비상계단이나 옥상 같은 곳.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1호선 용산에서 남영 가는 구간이었나 남영에서 서울역 가는 구간을 나는 아주 좋아하는데, 오래된 건물들의 뒤편을 세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되어 녹슨 철로 된 난간이나 나선 계단이나 난간 없는 콘크리트 계단 등이 꾸밈이라고는 전혀 없이 불규칙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공간으로 기어올라가서 들어가고 싶고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그 사이에 있는 틈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도시화되면 도시화된 곳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겉으로 보면 번쩍거리는 화려한 도시 뒤에 이렇게 정돈 안 된 곳이 있었다니!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도시의 뒷편은 얼핏 보면 지저분하고 '삭막하다' 는 말로 쉽게 표현되지만, 사실은 그렇게 화려하고 빠른 도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조한 도시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홍보용 사진이나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찍은 도시의 사진은 아주 높은 곳에서 도시의 화려한 비링들이 전부 나온 사진들이 대부분이지만, 도시의 진면목은 그런 빌딩들 틈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좁은 공간들이고 도시의 정신없이 빠른 물결 속에서 빠져나와 한 숨 돌릴 수 있는 그런 빈 공간들에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써넣는다고 말이다. 그런 공간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그래서 도시는 초조하지 않다는 말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나도 그런 이유들 때문에 도시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도시는 나에게 아주 낭만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도시화의 해악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도시화는 반대한다. 그래서 콘크리트로 뒤덮인 4대강도 언젠가는 자연의 힘에 의해 원래대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그래도 생태적인 도시에서 살고 싶은데, 서울이 생태도시가 되어도 그런 빈 공간들은 분명히 어딘가에 항상 존재할 거라고 믿는다. 그런 공간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나면서 그런 공간들도 계속해서 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 Imag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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