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일 북한에 자진 입국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이 지난 22일 서울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일 사퇴하라" 편지 소지
한국계 미국인 북한 인권운동가인 로버트 박(Park·28·한국명 박동훈)씨가 김정일 정권에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25일 북한에 자진 입국했다.
박씨가 대표로 활동해온
북한 인권단체 '자유와 생명 2009' 관계자는 박씨가 25일 오후 5시쯤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쪽으로 들어갔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선교사이기도 한 박씨가 두만강을 건너면서 "나는 미국 시민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러 왔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박씨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휴대하고 있으며 이 편지에는 정치범수용소 폐쇄 및 인권 개선 조치 이행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박씨의 입북 장면을 촬영한 한 인권 운동가는 박씨가 북한 수용소의 기아와 고문, 살인과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또
다른 편지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입북 전에 동료에게 "700만명이 지금 북한에서 굶어 죽고 있으며 25만명이 학대와
고문으로 정치범수용소에서 죽어가는데도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국제법과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26일 “미국 정부는 미 국민의 보호와 안녕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미국 기자 2명이 북중(北中) 국경지대를 취재하다가 140일간 북한에 강제 억류됐다 풀려난 지 4개월 만에
발생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사건이 미국 기자 억류 사건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미북 관계 및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박씨가 북한인권 촉구라는 명목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고, 북한
당국이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경계해 오히려 박씨를 신속하게 추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씨는 입북을 감행하기 전에
자신이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미국 정부가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출생한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그의 부모는 현재 애리조나주 투산에 살고 있다. 박씨의 부모는 박씨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한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하나님의 선한 뜻을 따르려는 로버트의 순수한 동기를 영예롭게 하자”고 말해 사전에 그의 입북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