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이야기,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조각 작품  첫 장면(sequence)은 정부와 기업의 도시개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노아의 방주처럼 배를 띄워 남태평양의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풍파로 인해 배가 정지하면서 사람들은 분열되기 시작한다. 논쟁 끝에 배를 3등분해 개조하고, 배의 이름도 꿈과 이상, 성장과 창조의 ‘3’호로 바꾼다. 그러나 배는 세 개의 뱃머리로 인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자기 모순에 빠진다. 두 번째 장면은, 이러한 공황 상태에서 배가 바다의 그림자와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이다. 철거민들은 바다의 그림자의 존재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배 안에서 파벌과 쿠데타 등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상처 입은 고래들이었을 뿐이다. 세 번째 장면에서 사람들은 해적질 등을 하며 생존하다가 국제 사회의 관심 속에서 관광 산업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3호’에서도, 현대식 빌딩이 발전과 개발의 상징으로 높게 솟아나게 된지만 끝내 자기 한계 속에서 쇠퇴하고 만다. 그때 이 배에서 태어난 기형아 ‘낙타’가 사람들의 편견으로 죽음에 내몰리자, 이 배를 운행해왔던 선장은 뱃머리에 불을 지르게 되고 마침내 배는 침몰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텍스트와 시각 조형물의 통합적 시도를 유연하게 실로 엮고 봉합하고 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등장인물과 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상황을 관람객들과 함께 만들 온라인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한다. 이는 상호 소통을 중요시하는 인터렉티브 구조로 연결된다. 이처럼 크고 작은 소통구조로 열린 작품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예술이 사람들의 관심과 소통 속에 자리를 잡고, 삶에 감동을 주기 원하는 바람과 맞닿아 있다.
세 개의 눈을 가진 소년과 고래의 의미는? 
“그가 흙으로 사람을 짓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2장 7절) 작가는 배에서 불미스런 일로 태어난 세 개의 눈을 가지고, 휜 등을 가진 ‘낙타’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지어냈다. 임승천의 작품에서 ‘낙타’와 ‘고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낙타는 좌우 대칭이 완벽한 조형성에 대비되는, 균형을 깨는 세 번째 눈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낙타’라는 아이는 제 3의 눈을 통해 낙타가 바라보았던 광할한 사막의 뜨거운 열정을 보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소년의 생명력은 제 3의 눈이라는 혜안에서 비롯됨과 동시에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는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불행한 역사, 전쟁 이후 한국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적 비극과 유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