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문화기획에서 작년인가에 했던 강의록입니다.

호지 여사가 만드신 행복의 경제학과도 닿아 있는 내용이어서 올립니다.

나중에 또 태국에 갈 기회가 되면 가 봄직한 곳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요.

물론 호지 여사께서는 호주(?)에 있는 곳을 쇼에게 가 보라 하셨지만, 태국이 더 가까우니까. ㅎㅎ

 

================================================================================

 

3월 25일, 목요일 그 첫 시간에는
건국대 사회과학부 윤병선 교수와 함께 ‘세계의 자급자립 공동체’를 찾아 떠났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대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는 불안감과 전 지구적 위기 앞에
지속가능한 대안 삶은 무엇일지 고민해 온 윤병선 교수는
오랫동안 농업경제학을 연구하며 농촌에서 새 길을 찾아 왔는데요.
그가 말하는 또 하나의 다른 길, 그리고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하시겠습니다.

 


새로운 체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IMG_4511.JPG

윤병선 교수는 강연의 시작을 로마교황이 19세기 말과 20세기 말에 발표했던 회칙으로 엽니다.
 
"19세기 말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당시의 교황이었던 레오13세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사회주의의 환상’으로 말했습니다. 자본주의 아래서는 자본가 계급의 끝없는 이윤추구로 인해 대다수 노동자계급이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대해 갖는 환상 즉, 비참한 상황은 사라지고 조화와 지배가 도래한다는 환상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1991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사회주의의 폐해와 자본주의의 환상"이라는 말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과거의 사회주의 국가들 대부분이 하나 둘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서고 있지만, 자본주의 국가들도 사회주의 국가에 못지않게 내부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인 것입니다."

IMG_4433.jpg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인한 모순이 우리를 에너지위기와 식량위기, 먹거리 불안 등의 항상적인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었다며 일침을 가하는 윤병선 교수. 이제 새로운 체제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태국의 농촌공동체 ‘인펭네트워크’였습니다.
 
"농사의 주체는 농민이라고 하는데 알다시피 사실이 아니죠. 또한 먹거리의 소비자로서 시민들은 정당한 주체가 되질 못했습니다. 농민들은 어느 땐가부터 시장에 맹목적으로 포섭되어갔고, 소비자들은 마트의 원스탑 쇼핑을 통해 '주는 대로 먹는' 문화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럼 그 사이에 버티고 선 이는 누구일까요? 바로 자본입니다. 경작하는 농민에 대해 불합리한 착취의 구조를 생산하고,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를 가공해 시장에 공급하는 주체는 다름아닌 거대 자본입니다."
 
"대체로는 편리함과 무관심 속에 젖어든 채로 이러한 부당한 세태를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와 농촌, 안전한 식탁을 지키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여러 다양한 운동들이 있어요. 이 가운데 태국 동북부 농촌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펭네트워크'라는 대표적인 자족경제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인펭네트워크,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부활
 
공동체 재건에 대한 구상은 태국의 인펭네트워크가 처음이었을까요?
윤병선 교수는 자족경제공동체에 대한 철학과 움직임이 그 동안에도 여러 모습으로 있어왔지만,
인펭네트워크를 출발시킨 힘은 그들의 인간중심의 신조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전합니다.
 
"재건운동으로는 우리에게도 '새마을운동'이란 이름으로 있었고, 태국 내에서도 외환경제위기 이후 국왕의 '자족경제철학'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모두 수직적인 계획과 통제라는 일관된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무능이나 태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관점을 내재하고 있었죠. 이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권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본질적인 책임마저 국가로부터 개인이나 지역으로 돌리게 되는 결과들을 발생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펭네트워크의 출범에 큰 구심이 된 '푸아이'와 '옌'의 신조는 달랐습니다. ‘사람에게로 간다, 그들과 함께 산다, 그들과 함께 계획한다, 그들과 함께 일한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세운다, 보여줌으로써 가르치고 실천함으로써 배운다, 조각이 아닌 통합적인 접근, 지시가 아닌 변화, 구제가 아닌 해방’이 그들의 이념이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신조를 가지고 접근을 했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있고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농촌재건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죠"

 
IMG_4605.jpg

윤병선 교수는 한가지 의미심장한 견해를 전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 내 많은 회자가 이루어지며 '윤리적 소비'로까지 일컬어지는 공정무역운동의 이면에 관한 내용입니다.
 
"생산자에게 노동한만큼 합당한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다는 공정무역운동은 언뜻 생각해보면 꽤나 윤리적인 소리처럼 들리죠.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농민을 착취하는 다국적기업에 비한다면, 유통과정을 단축시켜 소비자와의 보다 직접적인 연결을 통하는 방식으로의 이러한 거래 구조는 사실 상대적으로는 공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단작 플렌테이션 농업을 멈출 수가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농민들은 계속해서 외부의존형이 되어가고 그 왜곡은 또한 지속되는 것이죠"
 


인펭네트워크의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방식
 
87년부터 이어져온 '인펭네트워크'에 대한 조직 소개와 사업의 역점, 그리고 운영되는 실제모습들이 사진자료들을 중심으로 한 소개로 전해집니다.
 
"하나의 밭에 잘 다듬어진 형태로 하나의 작물만을 심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밭을 이렇게 쓴다면 소꿉장난하나 하겠죠 (웃음) 인펭네트워크는 농가들이 종래의 방식대로 단일경작을 하거나 환금작물(상품작물)을 재배하기 보다, 이와 같이 복합 영농으로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생산된 것을 판매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가족들이 먼저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죠. 남은 것은 팔고요. 작물뿐 아니라 물고기, 소, 돼지 등의 가축사육에 있어서도 복합영농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빈곤과 외부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죠"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원료로 한 가공사업도 하고 있었어요. 예전에는 과일을 수확하면 판매할 생각만 했었는데 가공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주민들 스스로의 자부심도 높아져가고 있고 또한 안전하고 신선한 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된데 대한 만족이 대단히 큽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이제 먹는 것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약재의 제조도 이루어지고 있고, 면직물의 생산과 천연염색도 이루어지고 있죠. 또한 이 밖에도 소액저축은행, 지역상점, 지역정미소 등의 시설들을 보유함으로서 외부에 대한 공동체 스스로의 방어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IMG_4536.JPG


‘너 없이도 살아’가 아니라 ‘너 때문에 살아’
 

인펭네트워크와 같은 자립자족공동체 운동을 윤병선 교수는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합니다.

 

"저는 인펭의 경제를 자립자족이라기보다 '자기의존경제'라고 하고 싶어요. 이 지역의 자족경제란 '내가 필요한 걸 내가 얻어서 쓴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의존도를 서로 높여간다'라는 의미인 것이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너 없이도 살아' 가 아니라 '나는 너 때문에 살아'가 바로 이 공동체의 이념이 되는 것입니다."

 

강연을 정리하며 윤병선 교수는 '외부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국가와 자본에 빼앗겼던 부분들을 농민과 시민이 스스로 되찾는 이러한 흐름들이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힙니다.

 

여기에 수강생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처음에 작은 공동체로 시작했지만 외연을 늘려가게 되면서 다시 외부의존적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시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처음의 시장은 인간을 지배하는 시장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시장이었습니다. 추상적일 수 있지만, 확대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어떠한 형태로 확대가 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생각하고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난 시장이라면 오늘날 자본주의의 많은 비인간적인 부분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IMG_4586.jpg

또 다른 수강생은 양심있는 지식인 집단의 희망계획을 따라 나섰지만 반드시 희망을 만나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궁금하다고 합니다.
 

"인펭이 곧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세상은 자본이라는 커다란 멧돌의 움직임 속에 순응하고 사는 모습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각성하고 고민하며 대안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또한 많이 존재하지요. 그렇다면 같이 갈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 될 겁니다. 사실 저부터도 정말 뭔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얼마나 많이 고민하면서 변화시키려고 노력을 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뭔가 커다란 변화를 꼭 만들어낸다는 의지보다 이렇게 살아보려고 하는 그 노력자체와 애씀의 정신이 먼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리_ 이유만(대학생나눔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