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파트 안의 거실, 가구는 몇 가지 없고 조그만 책장과 컴퓨터, 그리고 구석의 선풍기가 보인다. 정면에 큰 베란다 창문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불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빛이 창문을 통해 비친다. 그 한 가운데에 한 여자가 바닥깔개위에 엎드려 잡지를 보고 있다. 벗어놓은 양말과 먹고 남은 과자봉지, 머그컵 등이 여자 옆에 늘어놓아져 있다. 추리닝바지에 면 티셔츠를 입고  여자는 가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과자를 냠냠거리며 잡지를 넘긴다. 순간 타다닥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잽싸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여자는 반사적으로 문을 바라본다. 열린 문을 거칠게 쾅 닫고 운동화를 벗어던지는 소리가 들린 후 거실로 짧은 머리를 한 여자가 들어온다. 거실로 들어오며 배낭, 자켓, 남방, 양말을 차례로 하나하나 벗어 던진다. 지나간 자리를 표시해주는 듯 물건들이 하나의 길을 만든다. 그녀의 행동을 여자는 과자를 씹으며 눈으로 쫓는다. 마침내 그녀는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당당한 자세로 베란다에 서서 거실을 돌아보며 답답하다는 듯 외친다. 「아이고 집안공기가 왜이래 언니 우리 환기 좀 시키자」말함과 동시에 베란다 문을 시원하게 열어 재낀다. 문을 열자마자 과자봉지가 슬슬 뒤로 밀린다. 동생은 베란다 앞을 왔다 갔다 하다 「아우 더워」라 중얼거리며 선풍기 코드를 꼽고 강풍버튼을 누른다. 베란다와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옷을 펄럭이고 동생은 마치 바람의 신이 된 냥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낀다. 반면 여자는 울적한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발이 시린지 발가락을 꼼지락 대다 깔개 밑에 쑤셔 넣는다. 점점 깔개 밑으로 몸이 들어가고 끝내는 완전히 들어가 깔개를 이불처럼 두른다. 동생이 바람을 느끼면 느낄수록 여자는 깔개를 더 단단히 여민다. 결국 앙칼진 목소리로 외친다. 「추워!!!」동생은 가소롭다는 듯 슬쩍 본 후 다시 눈을 감는다. 여자는 문을 닫으려 팔을 뻗지만 팔이 닫질 않고 팔을 더 쭉 뻗기에는 귀찮다. 몇 번 시도하다 결국 깔개 속으로 푹 파묻혀 얼굴만 내놓고 투덜거린다.「야 이래뵈도 가을인데-」동생은 대답 없이 바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