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어요. 수업시간에 하는 낙서가 제일 잘 그려진다는 것을 알고 매일 낙서로 스케치북을 꽉꽉 채우면, 몇몇 친구들이 자기 스케치북을 내밀며 낙서를 해달라며 조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부끄러운 척하며 손을 내저었어요. 집안에 벽화를 그린다던가 하는 일에는 과감했지만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여주는 일은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혼자 꼼지락 거리면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제가 조금 더 내 작업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은 하자에 온 뒤로부터였어요.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작업의 과정에서는 ‘혼자’ 생각으로 완성시키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주장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도 이어가면서 말이에요. 그리고는 사진을 찍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용’적으로도 의미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여러 공부와 매체학습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가끔 제가 작업하면서 골머리 썩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어요. 저는 ‘고민’이 굉장히 많은 사람입니다. 감히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고민이 많아요. 포스터 하나를 만들 때에도 끝까지 손을 떼지 못해요. (그래서 디자인팀을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을 때 제가 기뻐한 것이에요ㅎㅎ) 같이 지내다가 저의 그런 모습을 본다면 어깨를 툭툭 쳐주면서 ‘그만!’이라고 얘기해 주어도 좋습니다. 코멘트 역시 늘 환영이에요. 

하자에서 ‘디자인’팀을 하겠다고 하면서 ‘디자인’이라는 말을 다시 낯설게 보게 되었어요. 디자인 뿐만 아니라 하자에서는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해야 했어요. ‘왜?’라는 질문을 계속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낯설게 본 것을 깊게 생각해보는 연습도 계속 해야 했지요. 이번 학기에는 틈틈이 부지런히 생각하는 습관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황에서도 생각의 생각들이 모여서 ‘디자인’의 꺼리도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기술적으로,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거의 없지만 차근차근 그것들의 절차를 잘 밟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내 주위의 사람과 상황을 잘 보고 싶습니다. 상황에 대한 눈이 밝아졌을 때,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장치를 구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관계에도, 상황의 흐름에도 어울리며 무언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치랄까요? 그런 장치들을 ‘일상’에서 잘 만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