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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내 나이와 같은 행운목이 있다. 행운목은 점점 커져 원래 심어져있던 화분이 비좁아질 정도로 커졌다. 초록색 잎이 누렇게 시들어 가고 비틀어져갔다. 조금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더니 며칠은 몸살 앓듯이 시들시들하다가 금세 활기를 찾았다.

실상사작은학교에서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에서 다시 대안학교로 나의 배움을 찾으러 갔다. 일반학교는 진학할 생각을 고려하지도 않았다. 그 곳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집에서는 나 혼자 계획을 짤 수 없었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무엇이든 배워야할지 알 수 없었다. 혼자서는 무엇을 할지 몰랐고, 일반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싫어 다시 대안학교를 찾게 되었고, 하자작업장학교를 오게 되었다.


2008년 3월의 미투데이에 "나는 오늘 멍석방에서 쓰레기가 되었다. / 쓰레기를 줍고 멍석방에서 나왔다"라고 썼다. 그날 나는 내가 여태껏 배워왔던 것들이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모두 쓸 수 없는 것인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하는 활동들이 다 어렵게 느껴져 내 수준이 낮나 싶었다. 내가 다녔던 일반학교, 실상사작은학교와는 다른 방식의 생활의 리듬을 만들면서 하루하루가 긴장상태였다. 모든 것이 초기화 되었고 새로운 터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식물이 분갈이를 하면 하는 몸살처럼 나도 그런 것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길찾기 때 행사가 끝난 후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당시 하자센터에 요리팀이 제대로 없을 무렵 작업장학교에서는 행사 후 식사시간에 일회용품을 사용하였고, 쓰레기통을 비집고 나오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나는 실상사 작은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나왔고, 생태적 삶을 지향하며 3년을 살아왔다. 그 것은 작은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여기는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이 오니까, 접시 쓰기 번거롭겠고,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그래도 일회용품 사용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머리는 온통 이 생각으로 그 당시 나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없었다. 마음이 불편한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해 본적이 없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 대안학교는 이런 것들을 말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었는데.


주니어가 되어 페이퍼 타올과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혼자 실천하는 게 편했고,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괜히 간섭하는 것 같고, 자기가 마음이 나야지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암묵적으로 나는 낭비되는 이면지들을 관리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는 중 save my city라는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지리산이 아닌 도시에서 학습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집중했고, 내가 도시에서 자연친화적 삶을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 말과 행동이 다름에 대해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save my city를 준비하면서 A4용지로 동서남북을 접는 것을 했었다. 히옥스께서 이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이면지로 접어도 되지 않냐고 하셨을 때 나는 접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부분이 있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이 이 지경까지 오게 했다는 생각 때문에 부끄러웠었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 기후변화시대의 living literacy를 판돌들께 제안 받았다. 처음에 나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사람들이 환경이 파괴되는 사실들을 알고 하자작업장학교 안에서 종이컵을 쓰지 않거나 에너지를 줄이는 실천으로 가겠지 라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자료를 찾고 보는 과정에서 지금 이슈로 되는 것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세부적으로 알게 되었고 나 또한 내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서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 매번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기후변화시대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 시대를 사는 나 혹은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우리들은 자신의 생활방식에 대해 반성함과 동시에 실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가 하는 실천하는 방식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죄책감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보고 행동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전까지 나는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했었는데, 내가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환경문제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하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와 다른 생각들을 마주하기도 했었고, 또 같이 고민하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한층 넓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기후변화문제에 특성상 혼자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나 또 같이 이야기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생활의 변화가, 어떤 부분에서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혼자만의 실천으로는 급변하는 기후변화문제에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3학기가 되어 나는 영상팀에 속하면서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나의 매체 라고 했을 때 글쓰기 일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렇기에는 내가 주기적으로 내 이야기를 글을 쓰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매체작업을 주로 하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매체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안정감을 주기도 하였지만, 영상팀을 하면서 나는 내가 여태까지 배우고 생각했던 것을 영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었다. 기후변화시대의 living literacy 때 봤던 다큐멘터리들처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tck tck tck 캠페인 영상을 영상팀과 기획하고 만들면서 깨어있으면서 행동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만들자고 이야기 하였으나, 영상을 만들고 나니 영상 안에는 너무나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여태 취했던 혼자서 행동하는 게 사실 나에게는 마음편한 일이었는데,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앞으로 살아나갈 세상에 대해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고, 이런 움직임이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과 변화이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간섭하는 것은 귀찮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 내가 귀찮은 사람이 될까봐 두려웠던 것도 있었는데, 내가 정말 사람들이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행동하길 바란다면 내가 귀찮은 사람이 되더라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구하는 시인들에서는 한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하승창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과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라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현장학습은 내가 함께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작업장학교가 간 메솟지역은 현재 버마에서 군부정권이 독재를 하며 버마의 여러 소수민족들은 탄압하고 있는 과정에서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NGO단체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의 주권을 찾기 위하여 오랜기간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메솟에 있으면서 IT, 청소년 교육, 여성, 의료, 정치범, 소년병 등 다양한 분야의 NGO단체들을 만났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AAPP라는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단체에서 만났던 분이다. 그 분은 기록한다는 것은 버마 군 정부에 복수하기 위함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자신들이 겪은 수모들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다고 하실 때 이 분들이 생각하시는 게 단순히 자신의 커뮤니티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라는 게 혼자만 평화롭다고 해서 평화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멜라캠프는 메솟 부근에 위치한 난민촌이다. 멜라캠프는 일시적인 공간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제3국으로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은 긴 시간동안 그 캠프 안에서 지내야 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밝고 재미있었지만 집은 대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져있고, 우리가 가기 몇 주 전에 국경지역에서 싸움이 있었다고 하고, 제3국에 재정착하는 것이 언제쯤 될지도 모른다. 내가 부딪혔던 고민은 기후변화시대의 living literacy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변화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건만 이곳은 물도, 전기도 부족하여 내가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일차원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선진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것, 사례들은 뉴스 헤드라인에 올라오곤 하지만 슬럼이나, 난민촌과 같은 직접 찾지 않고서는 다뤄지지 않는 뉴스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나는 보여 지는 것에만 노출 되어 있는 것이 아닌 나의 시선을 어느 곳에 두고 있을 것 인지에도 고민되게 한다. 그들의 상황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그들 또한 세계의 구성원 중 한 부분이고,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함께 산다는 것, 특히 또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이야기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내가 속한 사회에서 잘 살기 위함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서울에서, 한국에서, 세계로 나의 시선이 확장되어 감을 느끼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며 살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나와 다른 것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기후변화시대라는, 도시라는 현실에서 나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되었고, 이 질문이 지금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내가 배운 것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지금 내가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의 행동들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나의 근거들을 마련하기 위하여 보고, 듣고, 읽으면서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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