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였나, 교과목을 배울 때 지구가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때 난 '어차피 나 죽고 나서 망하겠지'라고 나다운 농담을 했다. 지금은 그런 '농담 따먹기'나 했던 내가 한심하다.

다큐멘터리는 기승전결이 매우 두드러졌다. 초반에는 아파하는, 오염되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중간 즈음에는 좀 더 심화된 오염을 보여준다. 인간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뉴스를 빠른 화면으로 보여준다. 배경음악은 점점 더 커진다. 사람들은 점점 궁금해진다. '아, 어떻게 하면 지구의 오염을 막을 수 있지? 어서 방법을 알려줘!'라고. 그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그 때 펭귄이 귀엽게 바닷물에 풍덩 빠지는 모습, 아름다운 숲, 생태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며 지금 연구 중인 여러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일반인이다. 그래서 결국 '환경에 대해 걱정하는 그 생각이 지구의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첫 단계이다'라는 멋진 멘트와 함께 끝낸다.

이것이 내가 다큐를 보며 졸지 않은 이유다. 나는 그 중간 단계에서 계속 혼자 끙끙거렸다. 빙하가 쩌억 갈라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으니 침울해졌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정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다큐를 안 보고 존 사람이다. 그 끔찍한 화면을 보고 '앞으로 개인컵을 쓸테야', 혹은 '나는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나서 필요한 만큼의 휴지만 사용할테야' 같은 훈훈한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조금이라도.


나는 이번학기를 청소년이 사회에 보여지는 모순에 문제의식을 갖고 보낼 예정이라, 타이타닉의 꽃남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파악하려 애를 썼다.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했고, 내가 두 번째 문단에 썼듯 다큐의 구조도 단순했다. 처음엔 놀랐다,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해결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11번째 시간'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고, 캠페인을 한다는 아이도 생겼으니, 나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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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