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태는 전학 처음부터 엄석대의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그에게 맞서려 한다. 하지만 맞서면 맞설수록 반 애들 약 40명을 혼자 상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엄석대는 완전 선생님이다. 엄석대가 있는 반 이름이 “엄석대 반”이라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칭해지고 있고 2년 연속 한 번도 빠짐없이 1등에다 아이들이 싸우면 매도 스스로 때리고 벌도 자기가 세운다. 사실 1등은 시험지에 다른 아이들이 엄석대의 이름을 써서 낸 것이고 동급생에게 회초리질을 하고 벌을 세울 때는 정말 놀랐다. 선생님은 완전 허수아비다. 저런 독재가 정말 있을 수 있나? 너무 철저하고 군대보다 훨씬 계급사회인 것 같아 보는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

병태가 한참을 석대에게 맞서다 철저히 밟히고 마음속의 눈물을 들켜버렸을 때 석대는 그제야 병태를 외롭고 고단한 싸움에서 풀어주었다. 그리고 석대에게 권력을 받았는데 권력을 갖게 되니 병태가 석대와 싸울 때 아이들에게 자기 권리를 찾으라고 했던 그 아이들의 권리를 뭉개버렸다. 자신도 독재자가 된 것이다. 어떻게 권력을 조금만 가지면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나도 그럴까? 사람이란 정말 무섭다.

학년이 바뀌고 서울서 한 선생님이 오셨다. 이 선생님의 모토는 ‘진실과 자유’였는데 이런 선생님이 오시니 “엄석대 왕국”은 곧 바로 무너져 버렸다. 엄석대는 진실을 파헤침 당하고 욕을 하며 교실을 뛰쳐나간 후론 다신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런 애들이 보통 깡패가 되고 하는데 엄석대는 도대체 뭐가 되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선생님 장례식장에 커다란 화환 두 개를 보냈는데 커다란 화환을 두 개나 보내는 사람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 될 수 있고 이것은 아직도 어디선가 권력을 잡고 있다고 느끼게 해줬다.

5학년 때 2반에 다녔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석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장례식장에서의 5학년 2반 애들의 모습은 아직도 엄석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고 석대의 그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잊을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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