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스러워야 하는 것”은, 다소곳해야하고, 현모양처여야하고, 연약해서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 지금에서야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졌고, 여자들은 차별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고, 커리어우먼과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19세기 이전에는 남성 중심의 문화권력 사회에서 여성들은 글을 배우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당히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전쟁에 나가고, 사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남성이었다.

고정희 시인은 이런 사회 속에서도 꿋꿋이 시를 써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편견을 깨고 말이다. 그는 여성시인이 써야하는 고상한 시를 쓰지 않고, 강한 목소리로 사회를 비판하는 현실적인 시를 썼다. 그를 최초의 여성해방주의 여류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의 이러한 '행동문학' 덕분이었다. 그는 시(말)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직접 여성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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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는 것은 사자와 사는 일인가 - 고정희
어린 딸들이 받아쓰는 훈육 노트에는
여자가 되어라
여자가 되어라...씌어 있다
어린 딸들이 여자가 되기 위해
손발에 돋은 날개를 자르는 동안
여자가 아닌 모든 것은 사자의 발톱이 된다

일하는 여자들이 받아쓰는 교양강좌 노트에는
직장의 꽃이 되어라
일터의 꽃이 되어라...씌어 있다
일터의 여자들이 꽃이 되기 위해
손톱을 자르고 리본을 꽂고
얼굴에 지분을 바르는 동안
꽃 아닌 모든 것은 사자의 이빨이 된다

신부들이 받아쓰는 주부교실 가훈에는
사랑의 여신이 되어라
일부종신의 여신이 되어라...씌어 있다
신부들이 사랑의 여신이 도기 위해
콩나물을 다듬고 새우튀김을 만들고 저잣거리를 헤매는 동안
사랑 아인 모든 것은 사자의 기상이 된다
철학이 여자를 불러 사자가 되고
권력이 여자를 불러 사자가 되고
종교가 여자를 불러 사자로 둔갑한다

그리하여 여자가 되는 것은
한 마리 살찐 사자와 사는 일이다?
여자가 되는 것은
두 마리 으르렁 거리는 사자 옆에 잠들고
여자가 되는 것은
세 마리 네 마리 으르렁 거리는 사자의 새끼를 낳는 일이다?

그러니 여자여
그대 여자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사자의 발톱은 평화?
사자의 이빨은 고요?
사자의 기상은 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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