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시인이다. 치열했던 현실 인식과 여성해방주의, 지리산과 해남을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던 시인이다. 그녀의 시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활화산 같은 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만큼 열정적이고, 치열한 시라는 말이다. 이런 그녀의 이름은 고정희 이다.

고정희 그녀가 활동할 때만 해도 그녀가 다니던 한신대에는 학생운동이 치열하였다. 그런  고정희가  살아있을 때 그녀가 가지고 있던 치열함은 광주의 역사의식과 여성해방주의 의식이 바탕이 되었다.

이런 그녀의 시집 중 초혼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남도가락과 씻김국 형식을 빌어 민중의 고통을 위로하고, 넋을 다독여 준 장시집이다. 그런 초혼제의 실린 시 중에서 나는 -상한 영혼을 위하여- 라는 시의 몇 구절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상한 영혼을 위하여)


이 구절은 가끔씩 봐왔던 영원한 것이 없다는 말을 위로라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처음이었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말을 부정의 용도가 아닌 긍정에 의도로 사용되는 것을 본 것은  이 구절은 그래서 인상에 남았다.

나는 이 구절 뿐 만이 아닌 이 시 전체가 인상에 남기도 하였는데 이 시에서는 어줍잖게 용기나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닌 진심이 담긴 위로와 소망을 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 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작정하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광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광주 YMCA에서 일하면서 광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았던 그녀에게는 남일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광주 5.18 운동과 관련된 시들을 보면 애절하고, 분노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고정희는 현재 “어느 하나의 시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라고 평가된다. 오직 시를 쓰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은 그녀에게 시는 존재의 이유이자 결과였다. 허나 그녀는 단순히 시를 쓰는 것만이 아닌 종로에서 있던 국민대회 때의 거리에서 최루탄을 맞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행동으로 진심과 치열함을 보여줬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으로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고, 끊임없이 개혁의 길을 걸은 진정한 혁명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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