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지하철 안. 사람들이 몰려든다. 퇴근길 복잡한 움직임 속에서 여자는 혼자 가만히 서있다. '지이잉' 진동이 울린다.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윗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딱 5분만 더 기다려줘!> 몇 번째 같은 문자. 얼굴을 찌푸린다. 핸드폰 슬라이드를 닫고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점점 시끄러워지는 주변을 무시하듯 mp3볼륨을 높인다. 또 열차 한 대가 지나갔나보다. 난간에 기댄 후 몸을 축 늘어뜨리고는 주먹을 쥐어 다리를 두드린다. 그러기를 잠시, 여자는 몸을 일으키고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한발 한발 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과 신발이 타아악 타아악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계단에 다다를 때 쯤 떼거지의 사람들이 무언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빠른 걸음으로 올라온다. 올라오는 사람들과 몇 번이나 어깨를 부딪치고는 뒤로 튕겨나간다. 어깨를 매만짐과 동시에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잠시 그대로 서있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핸드폰을 집으려다 멈춘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손을 빼고 몸을 돌려 원래 서있던 10-1 발판번호가 적혀있는 곳으로 간다. 피곤한 듯 길게 하품을 한다. 누군가 그녀의 등을 톡톡 두드린다. 친구다.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친구에게 핸드폰을 톡톡 치며 지금이 몇시냐 묻는다. 친구는 '헤' 소리 내서 웃고는 핸드폰을 본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지나쳐간다. 그들의 뒤로는 열차가 한 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