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까지는 poetry 시간에 늘 시를 한, 두 편씩 가지고 왔어요.
그렇지만 주로 다른 친구들이나 담임들에게 시를 읽어주기를 부탁했어요.
다 같이 모이는 시간에는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다른 친구들에게 시를 읽어달라고 부탁할거에요.
우리가 만난 지 일주일정도 되었지만 아직 누가 어떤 때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기도 하고 어떤 목소리를,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생각해둔 사람이 있지만 미리 말하지 않을게요. ㅎㅎ
시는 일단 두 편을 골랐는데 어떤 시가 좋을까 고민 중이에요.

한 편은 김소연 시인의 ‘타만 네가라’ 라는 시에요.
몇몇 사람들에게는 예전에 한 번 읽어줬지만 새로 들어온 친구들과도 함께 하고 싶어요.

 
타만 네가라*

                                                         김소연

 

지느러미 달고
바다 속을 떠돌아다니며
물고기들 손끝으로 만지다 놓아주던
여름이 있었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어떤 사람도 떠올리지 않은 채
한쪽 끝과 한쪽 끝에
가난한 집 한 채가 놓인 길 위를
맨발로 걷기만 하던
여름이 있었고

소낙비를 맞아
뚝뚝 물이 떨어지는 옷을 입고
맑은 하늘이 다 말려줄 때까지
강 건너는 물소를 쳐다보며 앉아 있던
여름이 있었고

젖은 나뭇잎들 끌어 모아
한 잔 찻물을 끓이기 위해
한나절을 불 지피던
여름이 있었다

10월도 여름이었고
11월도 여름이었고
12월도 여름이었으나

눈 뜨면 봄이었고
그늘 아래 가을이었고
꿈 속은 겨울이었던
여름이었다

 

*타만 네가라 Taman Negara : 말레이시아 중부 지방 밀림 지대

 

바다 위의 눈

                                        조원규

집들의 바깥
고요한 불빛들을 지나

골목 밖으로
나갈까
어떤 바다로 나아갈까

땅이 끝나고
갈 수 없는 땅이 술렁이면

어떤 머언 눈(眼)으로
어둠으로부터
나를 우리를 바라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