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 표현해요"



재일교포 연출가 김만리, 한일합작 '황웅도 잠복기' 공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배우들은 중증 장애인이고 줄거리는 항일 운동이죠. 관객들의 이해가 두배로 필요한 것 같아요. 힘들긴 해도 제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재일교포 연출가 김만리(58)는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온 중증 장애인이다. 장애인 극단 '타이헨(態變)'의 대표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그가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선 공연을 고국 무대에 올린다.

다음 달 21~22일 서울에서 공연하는 무언극 '황웅도 잠복기'로, 일제시대 경남 고성에서 항일 운동에 몸바쳤던 실존 인물 황웅도(1901~1951)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소아마비, 척추염, 선천적 사지 장애 등 중증 지체 장애를 지닌 한일 양국 배우 20여명이 무대에 올라 전위적인 몸짓으로 황웅도의 항일 투쟁기를 재현해낸다.

김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장애인의 몸은 흔히 '흉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틀에 박힌 미의식을 깨는 무대를 선보이려 한다"면서 "장애인 신체의 뒤틀림, 구부러짐을 통해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표현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는 황웅도가 고성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해 조선총독부의 탄압을 받지만 끈질긴 투쟁 끝에 해방의 기쁨을 맞게 되는 과정이 대사 없이 신체극 형식으로 그려진다.

2009년 오사카에서 초연했던 이 공연에서는 살풀이, 탈춤, 풍물놀이, 판소리 등을 가미해 일본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도 우익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 항일 운동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관객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감상한 것을 보면 공연을 예술 자체로 이해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사카 공연과 달리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공개 오디션으로 한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한일 합작 공연으로 선보인다. 한국 배우들도 뇌병변 후유증 등으로 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이다.

김 대표는 "극단을 세우고 28년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내 몸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드러내지는 못했다"면서 "어렵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드러내고 나니까 '문화에는 벽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재일 교포는 불완전한 존재이긴 하지만 점점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일 양국 관객들이 세월 속에 묻혀 있던 황웅도의 이야기를 보면서 역사가 쌓여 지금이라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04년 국내에서 신체극 '귀향-여기가 이향이었다'를 선보였고 '황웅도 잠복기'는 두번째 고국 공연이다. 서울 공연은 삼성역 인근 한국문화의집에서 이뤄지며 황웅도의 고향인 고성의 고성군문화체육센터에서도 다음달 25일 한차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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