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학기 하자작업장학교

학기중 한 번은 개인과제로 수행해야 하는 페차쿠차.
홍조(서새롬)은 "나와 아버지"를 주제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페차쿠차는 5월에 진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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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빠에게 - 우리 아버지도 맨 처음에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2. 아버지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아버지가 둘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이 땅 어딘가에 있는 아버지. 지금은 좀 이야기가 다르지만요.  

  3.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러면 하늘이 아니라 이 땅에서 우리는 어쩌다 가족이 되었을까요? 내 아버지는 어쩌다 나의 아버지가 되었나요. 몇 가지의 단서를 찾아서 저는 떠났습니다. 

  4. 최근에 저희 아버지는 은퇴하고 나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는 듯 했었습니다. 요리도 배우고 꽃과 나무를 보러 다니고, 물론 그것도 잠시였고, 지금은 다시 복직하셔서 아주 제주도에 계십니다. 

  5. 저희 아버지는요,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까, 아버지 이전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할아버지는 굉장히 멋쟁이셨어요. 평생을 멋과 풍류를 즐기시는 양반이셨어요. 그 덕에 할머니는 굉장히 고생하셨어요. 

  6. 저희 집은 생선가게를 했었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하시다가 고모가 하셨는데, 지금은 우리가족 중 아무도 하지 않아요. 일산에 아직도 가게도 있어요. 

  7. 어릴 적 아빠는 공부를 잘하셨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8.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늘 1등만 하던 아빠는 군대 문제 때문에 대학을 뜻대로 못 가게 되세요. 그 후 술로 방탕한 세월을 보내다가 정신 차리고 제주도로 내려갑니다.  

  9. 그때 당시가 그 질풍노도의 시기 그런 건가 봐요. 그렇죠?  

  10. 아빠가 그 시절 자주 인용했던 구절입니다. 벗이여! 나는 오늘 그대를 생각하며,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는 있으나, 그대가 그곳에서 그토록 세찬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있는 한, 그대와 나는 그대와 내가 아닌 어떤 광대하고 열렬한 정신 속에서 더욱 깊이 더욱 뜨겁게 더욱 두껍게 더욱 가까이 결합되고 있음을 느낀다. -김지하의 벗에서 보내는 편지에요. 

  11. 그리고 그 때 당시는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보다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드는 삶은 어떤 것인지 굉장히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12. 그러던 아버지에게 제 추측은요. 모든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운명이라고 말하겠지만, 지극히 저의 관점에서 잘못된 만남. 이라고 해두죠. 

  13. 던지는 사진

  14. 두 사람

  15. 자, 이것은 탄생의 장면입니다. 동시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탄생의 순간입니다. 이 순간 이 아이를 중심으로 수많은 존재들이 생겨납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 했을 겁니다. 

  16. 이 존재는 엄마의 온기를 느끼고(혹은 보살핌을 받고,) 

  17. 눈을 맞추고, 아주 지긋이 서로를 바라봅니다(사진 포인트). 모든 이가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세상이라는 무대에 등장하게 됨으로, 이 세상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집니다. 관계가 생기지요. 엄마와 나, 나와 언니 등등,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세상에 혼자오지만, 혼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18.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질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의 사람일거에요, 그 이름 때문에 어떤 이는 무지 행복하고, 무지 답답하고, 무지 슬프고, 무지 지루할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많이 아프기도 하는 게 가족이잖아요. 

  19. 일전에는 가족이라고 하면, 도무지 저 인간들은 내게 왜 저럴까?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인간이 덜 되었네, 더러운 집구석 똥통이야 등등, 그런 이야기를 악에 받쳐서 해왔던 것 같아요. 

  20. 내가 처음으로 아빠라는 관계를 떠나서 그 사람의 다른 면도 보게 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야, 내가 아빠 딸로써 어떤 일을 해야겠다던 지,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나고, 아빠는 아빠다, 나의 삶이 있고 아빠의 삶이 있고,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한 타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서로의 삶에서 함께 모여 살만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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