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나를 움직이는 욕구들을 쫓으며 살아왔다. 그림이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렸고, 사진을 찍고 싶을 땐 사진을 찍었다. 천을 가지고 노는데에 미쳐 밤새도록 재봉틀을 돌리기도 하고, 무언가를 조각하는데 푹 빠지기도 하고, 단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데 열중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에게 꽃혀 함께 무언가를 하는데에 모든 관심을 쏟기도 했다.
보통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가 있고, 그 주제가 이어짐에 따라 관심이 확장되며 배움이 이루어진다던데.
나는 반대로 나의 시선과 흥미를 끄는 것이 있으면 그냥 그것을 잡고 열중했다 또 시선이 가는 것으로 옮겨다니는 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 와 '열정은 있으나 끈기가 없다' 라는 소리를 질리도록 들어왔지만 나는 무언가를 잡고 있는 동안에는 그게 그냥 너무 재밌어서 즐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뭔가 굵직한 한가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한켠에서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결국 넌 뭘 하겠다는 거니?' 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거죠' 라는 대답으로 어물쩍 넘어가긴 했지만 답을 찾고 싶었다. 절대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라고 생각하며,

결국 이번학기의 목표와 목적 역시 이 고민의 연장선이었다. 학기를 계획하며 가장 크게 가졌던 포부는 1)몸 안을 돌아다니는 '움직이는 것' 을 실체화 하여 나의 눈으로 보는 것과, 2)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왜 관심이 생기는 지에 대한 이유와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었다.
첫번째 목표는 역시 내 시선이 가는 것들을 가지고 움직이고 작업해보는 것을 '하고 싶다' 라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었고, 두번째 목표는 나의 시선이 왜 이것들에게 가는지 알게 되면 나도 어떤 줄기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2달의 시간을 보낸 지금,처음 목표를 쓸때 가졌던 기대의 방향은 많이 바뀌었으며, 그 고민들과 목표는 약간의 움직임을 가졌다.  가장 큰 것은 내 배움의 방식에 대해 어느정도의 감이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설명이 생긴 셈이다.
하루하루의 일상과 하자에서 나의 시선을 끌고, 고민하게 하는 주제들을 기록하다보니 그것들이 서로 연관성이 없고, 끊겨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하나의 흐름을 갖는다는 걸 요즘 느낀다. 그렇게 관심이 가는 것들을 하나하나 파다보면 그 구멍들이 이어져 어떤 긴 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작은 주제들을 블로그나, 공책에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내 시선을 끄는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는 studio project를 통해 배우고 있다.

요즘엔 이 공간안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내 안에서 크게 자리잡아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 같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든다. 초반에 영상팀끼리 팀작업을 많이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선을 시작으로 시간 날때마다, 또 시간을 만들어서 여러가지 작업들을 시도해보고 해보았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팀의 이름을 짓고, 로고를 만든다는 거 되게 신난다.

하자에서의 생활이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하루의 패턴이 몸에 새겨지고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요령이 생긴다는 뜻이다. 내 안에서 어물쩍 묻어가며 게을러지는 부분들이 생겼다. 경계해야한다. 일단 대충 묻어가는 리뷰들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혼자서 혹은 여럿이 꾸준히 굴을 만들거다. 그리고 그 굴에 사람들을 계속 초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