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찾기를 끝낸 후였다. 그 때는 주니어에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일반학교에서 한 학년이 끝나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는 것처럼. 처음 입학할 때부터 쭉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지원서도 열심히 썼다. 길찾기 때 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하며 시작했던 주니어과정 이였다.


학습계약서를 쓸 때 책을 많이 읽겠다고 했다. 남들보다 습득한 지식이 적으니 서로 소통함에 있어서도 한계를 느꼈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니 그만큼 상대에게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의 폭이 좁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기위해.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강의를 듣고, 어떤 전시를 봐도 리뷰는 쭉쭉 잘 써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좋았다. 자신만만하게 대화에 끼는 편은 아니었지만 영상 팀 안에서 모여 이야기 하는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난 주로 듣는 편이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각각 다른 자기 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것이 참으로 좋더라. 그러는 동안에도 생각했던 건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나 스러운 것은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날 힘 빠지게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영상 팀에 속해있다 보니 촬영의 재미도 빼먹을 수 없다. 저런 거대한 크기의 카메라를 잡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몇 번 찍어보지는 않았지만 움직이는 피사체를 움직이고 있는 모습 그대로 담을 수 있다니, 굉장히 매력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영상 편집 또한 그랬다. 내가 찍은 것을 다시 자르고 붙이고 기존에 찍어 놓은 영상을 완전히 새로운 영상으로 바꿔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프로젝트가 하나 둘 시작하고 시민문화워크숍도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나는 시민문화워크숍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프로젝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혼자 멍하니 서있자니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바삐 움직이는 것 같아 불안함에 남들을 따라갔다. 모르니까 배우는 거고 처음부터 다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도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었다. 이런 상태에서 프로젝트에 참여 하니 불안했다. 워크숍 후엔 항상 길든 짧든 리뷰모임을 가진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볼 때 다른 죽돌들은 이야기를 하나 듣고는 말 할 거리들이 참 많이도 생기더라. 그에 비해 나는 뭐 하나 제대로 된 나의 주관이 없었고 그게 부끄러워 입을 다물고 있을 때가 많았다. 들은 이야기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겉에서만 맴도는, 제대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모습을 보고 공부의 부족함이 너무나 절실히 느껴졌다. 길찾기 때 이미 한 번 있었던 일이다. 그럴 때 마다 독서를 해야겠다 느꼈으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실행이 되지 않았다.

가끔 모임 때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짧게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할 말을 쥐어짜고 또 쥐어짜 간신히 입 밖으로 내뱉기도 했다. 그 때마다 들었던 코멘트들을 나는 너무 나를 혼내려고 한다고만 생각이 들었다. 죽돌이든 판돌이든 누구에게나 코멘트를 받는 순간이 너무 두려웠다. 감정적이게만 받아들이다 보니 코멘트를 10%도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이 없던 것은 아니었을까?

들은 이야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나아진 것은 없었다. 점점 차이가 벌어지니 사람들을 대하기 힘들었다. 답답함이 들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했다. 워크숍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자는 답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몸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언제까지나 이 상태 그대로 머무를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 실천이 되지 않는 까닭은 게으르다는 문제가 부분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우선은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작업장학교에 있는 동안은 빼먹지 않고 리뷰를 써보겠다 라는 목표를 가지고 워크숍에 임할 수 있었겠지만 작업장학교를 나가겠다고 한 시점에 나는 무슨 목표를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

지금 학교를 나가든 안 나가든 분명히 후회 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처음부터 후회 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것. 이것이 내 목표가 될 것이다. 다음에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땐 정말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목표가 있으니 방법도 곧 찾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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