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토토 졸업식과 수료식, 그리고 Season 2를 준비하며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공격을 당한 날, 하자작업장학교는 개교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여러모로 떨리는 가슴으로 치른 개교식이었습니다.
오늘은 하자작업장학교를 3년간 착실하게 다닌 토토가 졸업을 하는 날이고
열 여섯 명의 주니어들이 수료를 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하자작업장학교 1기를 마무리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토토는 입학할 때 좀체 입을 열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몸에 배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삶을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진 ‘고슴도치’ 비스했다고 할까요?
어쨌든 토토는 가까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단단한 벽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 토토가 작업장학교에 와서 세상과 서서히 만나가고
지금, 사회와 깊이 연결된 통찰력 있고 사려 깊은 작업자가 되어서
홍콩에서 대학을 가려고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토토가 어디에 가든
지구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글로벌 시민이자 작업자가 될 것이라 믿고 있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그를 떠나 보냅니다.
 
오늘 수료하는 학생들은 실은 하자작업장학교의 시즌 2 (2.0 버전)을
준비하는데 동참한 친구들입니다.
하자작업장학교의 전통은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이번에 들어온 수료생들을 관찰하면서, 또한 그들과 함께
학교팀은 좀 다른 체제로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요.
 
이번 수료 하는 학생들은 처음부터 별 말썽을 피우지 않고
시간도 잘 지키는 아주 ‘정상적’인 아이들이었습니다.
(작업장학교 초기 학생들은 대체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요.)
여학생들은 와서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길을 아주 잘 찾아가고 있었고
대부분이 여학생들이었는데 최근에는 남학생들도 많이 와서 성비가 비슷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료하는 남학생들은 매우 내내 함께 노래 연습을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모두가 어려운 인문학 책을 낑낑대면서도 끝까지 읽고
어려운 강의도 졸지 않고 귀담아 듣고
그것을 소화해서 아주 훌륭한 글을 써내기도 합디다.
또 점심식사시간에는 한판 신나게 춤을 함께 추더군요.
마치 인디언들처럼요.
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배움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선배들보다 한결 가볍게 학교에 적응하고,
버마 난민캠프에 가서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시대를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료생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행동, 그리고 표현들을 보면서
하자작업장학교 시즌 2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져야 할 지가 분명해지고 있었습니다.
작업장학교는 특별한 소수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다수에게도 활짝 열려야 할  학교로 진화했고
이제 그 틀을 제대로 잡아가고 폭넓게 공유해가야 할 때인 듯 합니다.
 
여기 걸려있는 ‘고래’가 하자작업장학교 1기의 상징입니다.
아시다시피 하자작업장학교는 퇴학이 아니라
더 이상 “학교가 몸에 맞지 않는다”면서
스스로 학교를 떠난 십대들이 모여들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대안 학교입니다.
사회에서는 학교를 안 다니는 그들을  ‘불량학생’취급을 했고
그래서 밖에 나가면 상당한 박해를 받았지만 그런 것을 의연하게 감수하면서
이들을 새 길을 내는 ‘시대적 프로젝트’에 동참하였던 것이지요.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으면서 학교 만드는 일에 자신을 던졌던 것이지요.
 
당시 작업장학교 학생들은 자부심이 아주 높았습니다.
자신들을 고래와 동일시하였는데 그것은 일면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자신들은 남들이 듣지 못하는 고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존재이고
또한 남들이 듣지 못하는 고래의 소리를 내는 특별한 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 남다른 자각을 한 하자작업장학교의 졸업생이나 수료생들은
지금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 곳에 펴져서  
남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또 새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훌륭한 작업자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십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아주 많이 변했습니다.
지난 달에 서울의 한 대학 경영학과 학생이 ‘탈대학’를 선언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학원과 학교를 오가면서 점수 경쟁을 해야 하고
대학에서도 스펙 경쟁을 해야 하는 마당에 배움의 즐거움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배움이 사라진 사회에서 아이가 어떻게 자라며
그런 사회에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청년 실업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며
승자독식의 원리가 점점 지배적이 되면서 점점 살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불안해진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내치며 혼자라도 살아보려고 할 것입니다.
많은 ‘예외’를 만들어서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배제시키고
탈락 시키고 떨궈내려고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스스로를 고래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탁월해지려고 한다면
자칫 승자독식 시대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주변에서 고립된 삶을 살겠다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지금은 승자독식 시대를 넘어서야 하는 시대입니다.
경쟁과 시장 질주의 사회를 ‘‘공생의 원리’로 새롭게 구성해가야 할 때입니다.
하자작업장학교 2기는 그런 시대를 열어가는 학교일 것입니다.
수렵채취사회부터 최근까지 인류의 역사를 통해
탁월한 감수성과 직관력을 가진 인재들은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것의 즐거움,
공통의 감각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남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라기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였고
사랑하는 이의 불행을 줄이고 싶었기에 또한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고 했지요.
하자 작업장 학교 2기는 ‘이기느냐 지느냐’의 양극화 시대를 넘어서
더불어 사는 지혜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하자 2기의 상징으로 크리킨디(벌새)를 보태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불타고 있는 숲의 불을 끄기 위해
조그만 부리에 물을 담아 부지런히 나르는 벌새를 보면서
다른 동물들은 “그런 것을 한다고 뭐가 달라져?”라고 비웃으며 바삐들 도망을 쳤지만
벌새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라면서 불을 끄고 있었지요.
지구의 마지막 날일 지 모른다 하더라도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한 사과나무를 심으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연결하며
재난이 끊이지 않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수료생 주니어들은 정월에 모두 타일랜드 메솟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버마 난민 가족들이 사는 곳이지요.
그들은 그곳에서 집을 잃고 고향을 잃은 ‘난민’들을 만났고
하루 하루의 삶이 불안한 나라 없는 삶,
그리고 기약 없는 기다림의 삶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이 난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들은 그냥 작은 벌새일 뿐입니다.
그러나 실은 일찍이 난민의 감각을 갖게 된 이 학생들은
난민의 시대를 구할 감각을 갖게 된 것이지요.
 
반갑게도 최근에 난민의식과 공생의 감각을 탁월하게 그려낸 시를 한편 만났습니다.
 
“석 달도 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삼십 년을 살았지 인디언이니까 자기들끼리 어울려 함부로 살았지 그래도 행복하다니까 인디언이니까 정비구역 바깥에 살만한 보호지역이 있다고 몇 번이나 공지했지 도시재정비 촉진법도 읽어주고 성경도 읽어주었는데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인디언이니까 정말 우리들의 미래를 구길 셈이니 여기서는 그렇게 숨쉬면 안 된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니까 인디언이니까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했는데도 자꾸 버텼으니까 뻔뻔했으니까 민족적 사업을 추진하는 마당에 불량스럽게도 그 마당에 들어가 손도끼에 불을 붙인 건 그들이니까 아무렴, 인디언이니까 옛날부터 그들은 늘 그렇게 비명을 질러 왔으니까 인디.言이니까. (송기영 시인) 

‘인디 언’을 추방하고 그들을 길들일 생각만 한다면
더 이상 인류의 미래는 없을 겁니다.
바로 이 추방될지도 모를 그들이 바로 나라는 감각을 갖게 될 때
곧 ‘사회’의 감각을 회복하게 될 때
아이들은 꿈을 꾸기 시작하고 활기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소생하면서
바벨탑을 생각보다 쉽게 허물어버릴 것입니다.
자기 땅에서 추방되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
자기 땅에서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 학교라는 곳에서 해내야 하는 것이지요.
 
더 이상 ‘성장주의’로 세상을 구할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근대 문명의 쇠퇴기에 성장주의는 일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인류가 공통의 운명을 가진 한 공동체라는 공생의 감각,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 난민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지금 우리 학생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이념이자 태도일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정신 없이 경쟁놀이에 몰입하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다고 무기력하게 늘어져버리는 것은
바로 어른들이 그들로부터 공생의 감각을 일찍이 박탈해버린 때문입니다.
지금 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살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해야 할 일과 현장을 찾는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자”는 하자 1기의 모토를
“더불어 있는 것이 좋아서 함께 일을 벌이고 일을 벌이다 보니
다 잘 살게 되더라”는 식으로 바꾸어볼까 합니다.
좀 더 가볍게 그러나 더 기운차게 벌새 떼가 모이면
사라져야 할 문명은 서서히 쇠퇴하면서 새 문명의 싹이 틀 것입니다.
그간 중심을 벗어나 주변에서 창의적으로 몸을 바꾸었던 이들은
이제 다시 ‘중심’으로 들어가 ‘중심들’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마을,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국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춘추 전국시대가 그러했듯, 문명의 전환기에는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입니다.
시대의 인문학자는 이를 ‘천개의 고원’이라 표현했지요.
하자작업장학교 시즌 2는 바로 그 천개의 고원 중
하나의 고원을 만들어가게 되겠지요.
 
그간 하자작업장학교를 거쳐간 많은 담임들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수료생들을 차분하게 데려간 사이다, 유리, 단지, 양상, 수고 많으셨고요,
앞으로도 새로운 여정에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하자작업장 학교를 거쳐간 동문들, 멘토들, 그리고 학부모님,
또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많은 ‘하자의 친구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담임으로 천부적인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해준 작업장학교의 버팀목
히옥스께 가장 큰 축하와 감사의 박수가 돌아가야 하겠지요.
 
작업장학교의 시즌 2를 신나게 열어가기 위해  
더욱 자주 만나 즐거운 일들 함께 벌여가도록 합시다.
 
2010년 3월 27일 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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