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학기 하자작업장학교

학기중 한 번은 개인과제로 수행해야 하는 페차쿠차. 

신상(신상현)은 타이헨프로젝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여 들려준다. 

이 페차쿠차는 5월에 진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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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옛날에 했던 자원봉사자의 활동들은 장애인들이 놀자고 할 때 같이 놀고, 같이 놀자고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다가가서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또 수업을 할 때 보조를 해주고, 식사와 세면을 도와줬다.

  2. 처음에는 장애인들과 접촉하기가 싫었다. 이걸 왜 하는지 자세히 모르고 있었고, 또한 하기도 싫어가지고, 그나마 비장애인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장애인들을 보조해주었다. 이틀 동안은 그렇게 지냈었다.

  3. 아마 이틀 동안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 때문에 장애인들과 친해지려면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장애인이랑 붙어 있는 다는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내다 보니 친해질 수 있었다.

  4. 자원봉사자라고 한답시고 갔지만, 봉사하기보다는 노느라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쿠로코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 하나가 있는데, 자원봉사자를 했었을 때는 그 장애인들이 너무 활기차고,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달라는 표시를 많이 했었다.

  5. 자원봉사자와 다른 느낌의 쿠로코는 검은 막 뒤에서 마치 없는 것처럼 조용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라는 3대 원칙을 두고 장애인인 배우 분들이 연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 말고도 장애인분들의 생활보조 또는 레오타드를 갈아입히는 것을 했었다.

  6. 쿠로코를 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Helper가 되지 말고 쿠로코가 되라’이었다. 옛날에 자원봉사자를 했던 경험과 ‘동정심’ 때문에 나는 처음에 쿠로코가 되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었다. 하지만 나는 ‘동정심’을 버리고 연극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배우 분들을 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서야 쿠로코가 뭔지 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7. 자원봉사자와 쿠로코 활동들은 너무나도 달랐다. 예를 들어 내가 자원봉사를 하러갔을 때는 정말 장애인들의 생활 속에서 어려운 것들을 도와주는 역할로 간 것이고, 쿠로코를 했을 때는 장애인들이 연기를 잘하게 만들거나 도와주는 역할로 간 것이기 때문에 두 개의 활동을 했을 때도 서로 느꼈던 것들이 달랐던 것 같다. 

  8. 자원봉사자를 하고나서 바뀐 태도가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자원봉사를 하고나서 바뀐 태도는 장애인들을 별로 꺼려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같이 지내보면 되게 편하고, 어색하지가 않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장애인은 비장애인 없이는 못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없으면 생활을 할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냐면 처음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장애인들을 도우러가자 라는 말 때문에 우리가 없으면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9. 쿠로코를 하고나서 바뀐 것들은 장애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안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 없어졌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0. 쿠로코를 하면서 생각 들었던 것은 ‘유명하지 않다, 보이지 않다’가 생각이 났다. 타이헨 연극에서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고 무대 뒤에서 검은색으로 최대한 몸을 가린 채 할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11. 쿠로코와 자원봉사자가 똑같이 하는 일은 장애인의 생활을 보조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장애인과 같이 생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타이헨 고성 공연 때 미난이와 같이 탄진님의 룸메이트가 된 적이 있었다. 자원봉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었다. 

  12. 또 한 가지 내가 생각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돌보다. 보살피다. 도와준다. 라는 말이다. 자원봉사를 제외하고는 누구를 돌보거나 보살피거나 도와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활하면서도 계속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했던 것 같다.

  13. 자원봉사를 했을 때나 쿠로코를 했을 때나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뭔가 나서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것은 쿠로코를 할 때나 자원봉사를 했을 때나 똑같았다. 적응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일단 나서서 한다는 것이 나한테는 잘 안되었던 것 같다.

  14. 옛날 학교 때 장애인에 대한 주제로 논문을 쓴 누나가 있었다. '장애인은 사소한 일에도 성취감이나 행복함을 느끼지만, 비장애인은 계속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사소한 일에도 성취감을 못 느낀다.'라고 논문 안에 쓰여 있다. 페차쿠차를 하면서 다시 그 논문을 봤는데, 정말 이 말이 맞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내 생각으로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높게 잡는다. 라고 많이 들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나 비장애인들이나 원하는 것들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15. 같이 생활 한다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함께 산다.’ 라는 말이 어려운 것 같다. 그 함께 사는 상대가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사는 것, 준비가 다 되었다고 먼저 하지 않는 것들을 저번 쿠로코를 했을 때 느꼈었다.

  16. 나한테 자원봉사자란? 나와 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를 깨트려준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원봉사자라는 경험이 있어서 쿠로코가 해야 할 것들을 더 생각하게 된 것 같고, 더 잘 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17. 나한테 쿠로코란? 색다른 경험이었다. 자원봉사자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이었고, 예술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18. 나한테 장애인이란?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 그리고 나한테 많은 배움을 준 것 같다. 장애인 분들이 없었더라면 쿠로코나 자원봉사자라는 것들을 해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19. 본의 아니게 타이헨을 9월 달에 또 하게 되어서 그 때는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기대를 하면서 다음 타이헨을 또 생각할 것 같다.

  20. 페차쿠차를 끝내면서 이렇게 정리를 하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머릿속이 좀 정리가 돼서 편해진 것 같고, 쿠로코와 자원봉사자라는 것이 되게 오래 기억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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