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중 한 번은 개인과제로 수행해야 하는 페차쿠차. 선호(김재욱)의 주제는 선호가 디자인팀을 선택하면서 했던 말 "디자인은 비교적 정직할 수 있는 매체인 것 같다"는 언급에서 요구된 내용. 선호가 생각하는 "정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페차쿠차는 5월에 진행되었음
나는 쌍둥이자리다. 쌍둥이자리여서 그런지 몰라도 다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대할 때도 한결같이 대하지 못했고, 그게 나와 상대방 양쪽을 피곤하게 했다. 그건 나의 콤플렉스였다.
두기봉 감독의 영화중에 '신탐'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일곱개의 인격을 가진 범인을 쫓는 형사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형사보다는 일곱개의 인격을 가진 범인에 몰입하게 되었다. 내가 꼭 그 짝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땐 아직 어렸을 때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 같다.
그걸 깨달은 것은 잡지에 실렸던 한 장의 그림 때문이다. 제임스 앙소르의 'the strange masks'.. 그 그림과 함께 실렸던 글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집에서 입는 옷과 거리로 나설 때 입는 옷이 다르듯 우리는 군중의 일원이 될 때 가면을 쓴다. 그러나 가면을 쓴 개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고 타인들의 가면만 본다." 그 그림과 글이 이상하게 내 맘을 찔렀다.
나는 지금 가면을 쓰고 있고, 그것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론 가면을 벗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모두가 그러고 있는걸.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내가 힘들었다. 어떻게 내 본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나의 몸 가는데로 놔두고, 내가 은연중에 하는 생각과 내뱉는 말들을 그대로 인정하자. 이렇게 결심했다. 내 자신에게 솔직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이 무렵 읽게 된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그 생각을 더욱 굳혀주었다. 지금도 세 번 정도 읽었는데 너무 좋아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딘 모리아티란 인물은 자기 뜻대로 행하는 인물이다. 그의 매력에 잠시 혹했던 사람들이 뒤돌아서서 딘 모리아티를 철없다며 욕해도 그는 마지막까지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산다. 그런 솔직한 모습이 내 맘을 사로잡은 것 같다.
그런데 '솔직함'과 '정직함'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솔직함은 남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알아도 그래도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것이고, '정직함'은 흔히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솔직함이 좀 더 자유롭고, 정직함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솔직함은 '윤리'에 가깝도, 정직함은 '도덕' 에 가까운 것이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솔직함'이 더 좋을 걸까? 인터넷에서 본 글이 있다.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한 '나도 책 하나도 안읽어.'라는 거짓말이 '솔직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엉뚱한 일에 대해 의문을 품는 글이었다. 분명히 거짓말이었는데 그것은 왜 솔직한 것이 되는 걸까? 솔직함이라는 개념은 필요에 의해 의미가 쉽게 변질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극장이 있다. 이곳은 극장에서 상연되지 않는 옛날영화들을 틀어주는 공간이다. 이 공간의 운영주체가 쌩뚱맞은 기업에 위탁되 공간의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나는 관객모금단에서 열심히 일해 우리가 이 극장을 운영하겠다,라고 홍보했었다. 다행히 극장은 지켜졌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나는 대략 1년 반 정도 극장을 드나들며 거의 살다시피 했었다.
함께 놀고 얼굴을 보는 사람들 모두 free한 스타일이었고, 자유롭고 유희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이런 행동들이 어린 마음을 흔든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를 대하고 있는 것일까? 솜사탕처럼 달고 날아다닐 것 같은 자유로운 언어들이 사실은 그냥 의미없이 떠다니는 가벼움 뿐이라는 것이 느껴질 참이었다.
물론 타인에게 성의를 다해 대하건 말건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다. 혹은 내가 성의를 다해 대하지 않아도 될만한 사람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난 남들을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뜨겁고 진중한 관계를 원했다. 언제까지고 가벼운 이야기들로만 인생을 채울 순 없었다. 그런 것을 느끼고 나서부터 난 그 극장을 떠났다.
내가 많은 것을 배운 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 장소는 선릉역에 있는 샹제리제 웨딩홀이다. 이곳에서 난 손님들을 접대하고 연회를 준비하는 일을 주로 했다.
그곳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세속적인 고민들, 대학과 취업문제, 연애들. 그리고 뻔한 대중문화들. tv드라마와 대중가요. 들은 평생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았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와 떨어진 세계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나 중에서 누가 더 자기 삶에 더 충실한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그들이었다. 주어진 환경을 가만히 인정하고 하루하루 성의를 다해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양식이란 걸 배운 것이다. 그것이 비록 멀리까지 내다보지 못하는 소시민의 삶이라도, 나에게 썩 어울리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일기를 쓴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빼놓지 않고 쓰려 한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는데,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공책을 어디다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일기를 쓰기시작한 것이다. 그 일기장은 이제 다 쓰고 지금 두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다.
성장해가면서 점점 재미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 그것이 두려워 일기를 쓰면서는 굉장히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여기엔 작업장학교를 까는 글도 있고, 그날 들은 음악의 감상, 야한 꿈 등이 기록되어있다. 특별한 일이 아무것도 생기지 않은 날이라도 위대한 탄생의 방영날, 개인적인 순위를 매겨 기록하기도 한다. 지금 와서 옛날 일기를 읽는다는 건 쪽팔리지만, 그래도 자꾸보다보면 지금의 내 모습과 전혀 무관하지않은 모습이란 걸 알 수 있다.
특히 짝사랑 같은 걸 하면서부턴 일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상대를 사랑하는 건지, 나의 판타지를 사랑하는 건지 구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일기였다. 일기를 쓰면서부턴 무작정 솔직해져서 삶을 탕진해버리는 것도 아니고, 딱딱하고 진중해져서 재미없어지는 것도 아닌, 딱 적당한 온도, 정직함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지금 충분히 정직할까? 거짓말을 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정직한 건 아니다. 정직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세속적이고, 일차적인 감정에 휘둘려 상대를 판단하고 성의없이 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짓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던 예전과 비하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에 희망을 찾을 수 있겠다.
좀 더 정직해지려면 아무래도 더 많이 사람들과 부딪쳐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내게 하자작업장학교라는 공간이 주어져있으므로 여기의 친구들과 더 많이 놀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런 경험이 나를 바꿔가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들어 육체의 피곤함 때문에 나 자신도 돌보는 게 힘들어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참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바로 여러분께 앞으로 많은 폐를 끼칠 것이고, 많은 감사를 드릴 것이다. 우리의 인연이 서로에게 인상적인 발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ㅍㅊㅋㅊ가 너무 개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부담스럽고 듣기 불편했을 분들이 계실까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당~♥
2) 저는 쌍둥이자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한결같이 대하지 못했고, 그게 저와 상대방 양쪽을 피곤하게 했습니다. 그건 저의 콤플렉스입니다.
3) 두기봉감독의 영화중에 '신탐'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곱개의 인격을 가진 범인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일곱개의 인격을 가진 범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랑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4) 제임스 앙소르라는 화가의 '이상한 가면'이라는 그림입니다. 잡지에서 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함께 써진글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우리는 군중의 일원이 될 때 가면을 쓴다 그러나 가면을 쓴 개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고 타인들의 가면만 본다.” 그 그림과 글이 이상하게 제 맘을 찔렀습니다.
5) 저는 제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내 본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나의 몸 가는데로 놔두고, 내가 은연중에 하는 생각과 내뱉는 말들을 그대로 인정하자,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솔직하자고 생각했습니다.
6) 이 무렵 읽은 책, <길 위에서>는 그 생각을 더욱 굳혀줬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딘 모리아티란 인물은 자기 뜻대로 행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철없다며 욕해도 딘 모리아티는 마지막까지 그가 생각하는대로 삽니다. 그런 솔직한 모습이 제 맘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7) 그런데 솔직함과 정직함은 어떻게 다를까요. 솔직함은 그럼에도 자신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고, 정직함은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솔직함이 좀 더 자유롭고, 정직함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8) 그렇다고 해서 솔직함이 더 좋은 걸까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한 '나도 책 하나도 안읽어.'라는 거짓말이 '솔직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엉뚱한 일에 대해 의문을 품는 글이었습니다. 분명히 거짓말이었는데 그것은 왜 솔직한 것이 되는 걸까요? 솔직함이라는 것은 필요에 의해 의미가 쉽게 변질될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9)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극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옛날영화들을 틀어주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이 쌩뚱맞은 곳에 위탁돼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저는 관객모금단에서 열심히 일해 우리가 이 극장을 운영하겠다,라고 홍보했었습니다. 다행히 극장은 지켜졌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저는 대략 1년 반 정도 극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었습니다.
10) 함께 놀고 얼굴을 보는 사람들 모두 free한 스타일이었고, 자유롭고 유희적인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어린 마음을 흔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를 대하고 있을까? 솜사탕처럼 달고 날아다닐 것 같은 자유로운 언어들이, 사실은 의미없이 떠다니는 가벼움 뿐임을 깨달았습니다.
11) 저는 타인을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뜨겁고 진중한 관계를 원했습니다. 언제까지고 가벼운 이야기들로만 인생을 채울 순 없었으니까요. 그런 것을 느끼고 나서부터 전 그 극장을 떠났습니다.
12) 제가 많은 것을 배운 곳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샹제리제 웨딩홀입니다. 이곳에서 전 손님들을 접대하고 연회를 준비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13) 그곳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세속적인 고민들: 대학과 취업문제, 연애들, 그리고 뻔한 tv드라마와 대중가요들은 평생 저와는 상관없을 이야기 같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저와 떨어진 세계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14) 그리고 그들과 저 중에서 누가 더 자기 삶에 충실한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그들이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가만히 인정하고 하루하루 성의를 다해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형식이란 걸 배운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소시민의 삶이라도 저에게 썩 어울리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5) 저는 일기를 씁니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빼놓지 않고 쓰려 노력합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는데,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공책을 어디다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일기장은 이제 다 쓰고 지금 두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습니다.
16) 일기를 쓰면서는 굉장히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업장학교를 까는 글도 있고, 그날 들은 음악의 감상이나 꿈 같은 것도 기록합니다. 옛날 일기를 읽을 때도, 쪽팔리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제 모습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모습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17) 특히 짝사랑 같은 걸 하면서부턴 일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지, 판타지를 사랑하는 건지구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일기였습니다. 일기를 쓰면서부턴 무작정 솔직해져서 삶을 탕진해버리는 것도 아니고, 딱딱하고 진중해져서 재미없어지는 것도 아닌 딱 적당한 온도, 정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8) 그럼 저는 지금 충분히 정직할까요? 거짓말을 하며 살진않지만, 정직하진 않습니다. 너무 세속적이고, 일차적인 감정에 휘둘려 멋대로 판단하고, 성의없이 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짓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던 예전과 비하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에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19) 좀 더 정직해지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과 부딪쳐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게 하자작업장학교라는 공간이 있으므로 여기의 친구들과 더 많이 놀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저를 바꿔가는 것 같습니다.
20) 우리의 인연이 서로에게 인상적인 발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페차쿠차가 너무 개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부담스럽고 불편했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이 텍스트가 올라갔네요
녹음을 하면서 수정을 했어요
1) 저의 페차쿠차 주제는 정직입니다.
2) 저는 쌍둥이자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한결같이 대하지 못했고, 그게 저와 상대방 양쪽을 피곤하게 했습니다. 그건 저의 콤플렉스입니다.
3) 두기봉감독의 영화중에 '신탐'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곱개의 인격을 가진 범인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일곱개의 인격을 가진 범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랑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4) 제임스 앙소르라는 화가의 '이상한 가면'이라는 그림입니다. 잡지에서 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함께 써진글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우리는 군중의 일원이 될 때 가면을 쓴다 그러나 가면을 쓴 개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고 타인들의 가면만 본다.” 그 그림과 글이 이상하게 제 맘을 찔렀습니다.
5) 저는 제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내 본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나의 몸 가는데로 놔두고, 내가 은연중에 하는 생각과 내뱉는 말들을 그대로 인정하자,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솔직하자고 생각했습니다.
6) 이 무렵 읽은 책, <길 위에서>는 그 생각을 더욱 굳혀줬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딘 모리아티란 인물은 자기 뜻대로 행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철없다며 욕해도 딘 모리아티는 마지막까지 그가 생각하는대로 삽니다. 그런 솔직한 모습이 제 맘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7) 그런데 솔직함과 정직함은 어떻게 다를까요. 솔직함은 그럼에도 자신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고, 정직함은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솔직함이 좀 더 자유롭고, 정직함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8) 그렇다고 해서 솔직함이 더 좋은 걸까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한 '나도 책 하나도 안읽어.'라는 거짓말이 '솔직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엉뚱한 일에 대해 의문을 품는 글이었습니다. 분명히 거짓말이었는데 그것은 왜 솔직한 것이 되는 걸까요? 솔직함이라는 것은 필요에 의해 의미가 쉽게 변질될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9)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극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옛날영화들을 틀어주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이 쌩뚱맞은 곳에 위탁돼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저는 관객모금단에서 열심히 일해 우리가 이 극장을 운영하겠다,라고 홍보했었습니다. 다행히 극장은 지켜졌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저는 대략 1년 반 정도 극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었습니다.
10) 함께 놀고 얼굴을 보는 사람들 모두 free한 스타일이었고, 자유롭고 유희적인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어린 마음을 흔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를 대하고 있을까? 솜사탕처럼 달고 날아다닐 것 같은 자유로운 언어들이, 사실은 의미없이 떠다니는 가벼움 뿐임을 깨달았습니다.
11) 저는 타인을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뜨겁고 진중한 관계를 원했습니다. 언제까지고 가벼운 이야기들로만 인생을 채울 순 없었으니까요. 그런 것을 느끼고 나서부터 전 그 극장을 떠났습니다.
12) 제가 많은 것을 배운 곳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샹제리제 웨딩홀입니다. 이곳에서 전 손님들을 접대하고 연회를 준비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13) 그곳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세속적인 고민들: 대학과 취업문제, 연애들, 그리고 뻔한 tv드라마와 대중가요들은 평생 저와는 상관없을 이야기 같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저와 떨어진 세계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14) 그리고 그들과 저 중에서 누가 더 자기 삶에 충실한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그들이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가만히 인정하고 하루하루 성의를 다해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형식이란 걸 배운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소시민의 삶이라도 저에게 썩 어울리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5) 저는 일기를 씁니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빼놓지 않고 쓰려 노력합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는데,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공책을 어디다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일기장은 이제 다 쓰고 지금 두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습니다.
16) 일기를 쓰면서는 굉장히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업장학교를 까는 글도 있고, 그날 들은 음악의 감상이나 꿈 같은 것도 기록합니다. 옛날 일기를 읽을 때도, 쪽팔리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제 모습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모습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17) 특히 짝사랑 같은 걸 하면서부턴 일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지, 판타지를 사랑하는 건지구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일기였습니다. 일기를 쓰면서부턴 무작정 솔직해져서 삶을 탕진해버리는 것도 아니고, 딱딱하고 진중해져서 재미없어지는 것도 아닌 딱 적당한 온도, 정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8) 그럼 저는 지금 충분히 정직할까요? 거짓말을 하며 살진않지만, 정직하진 않습니다. 너무 세속적이고, 일차적인 감정에 휘둘려 멋대로 판단하고, 성의없이 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짓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던 예전과 비하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에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19) 좀 더 정직해지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과 부딪쳐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게 하자작업장학교라는 공간이 있으므로 여기의 친구들과 더 많이 놀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저를 바꿔가는 것 같습니다.
20) 우리의 인연이 서로에게 인상적인 발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페차쿠차가 너무 개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부담스럽고 불편했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