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학교 학생들 인터뷰만으로 기사 절반이 완성?
[커버스토리]교실 ‘돌발 영상’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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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9/29 위클리경향 8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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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국 초·중학교 진단평가가 실시된 지난 3월31일 시험 대신 생태 학습을 선택한 교사와 학생들이 경기도 남한강변을 걷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여건에서 학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피해자는 학생과 교사 모두라는 지적이 높다. <경향신문> |
최근 인터넷에 떠돈 ‘선생님 꼬시기’ 동영상은 또 한 번 충격적이다. 얼마 전부터인가 교실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교사에게 맞아 고막이 터진 학생도 있다. 교사들은 ‘땅에 떨어진 교권’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은 ‘비교육적 인권침해’를 호소한다. 세상은 변했고 우리 아이들은 달라졌다. 교실을 ‘바로세우기’ 위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7월5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이 끝난 뒤 번잡스런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2학년 학생이 시간제 음악교사로 일하는 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누나 사귀자”라고 말했고, 이에 당황한 교사가 자리를 피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한 번 더! 한 번 더!”라고 소리쳤다. 학생이 다시 한 번 교사에게 다가가 장난을 쳤고, 교사는 강하게 제지했다. 이 장면을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에 담았다. 교사가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40여 초의 짧은 동영상은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이를 본 사람들은 ‘여교사 성희롱’이라면서 비판했으며, 이 사건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학생과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학생은 ‘출석정지 10일’ 징계를 받았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표 요구 2008년 5월 서울의 모 중학교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들의 싸움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가 상담하다가 발생한 일이었다. 교사는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했고, 학부모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 학부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됐다.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한 사건에서 징역 1년이 구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 |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의 한 장면(왼쪽)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얼차려를 받고 있는 학생 모습(오른쪽).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
이 밖에도 교사들이 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6년에 청주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급식지도를 못한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사표를 요구했다. 이에 여교사가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건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2008년에는 서울 강서구의 초등학생 2명이 자신들을 혼내는 여교사에게 욕설과 함께 폭행한 사건도 충격을 줬다. 여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일도 있고, 학생의 잘못을 지적한 교사에게 한 여중생이 “당신이 뭔데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냐”고 대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됐다. 알게 모르게 학교 내에서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 또는 교장으로부터 유·무형의 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일부 사건은 사회적인 이슈가 됐지만 그때뿐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본적인 처방은 없고 임시처방만 내려지기 때문이다. 교권침해 사건은 사회 풍토와 상관성이 높아 근본적 처방이 어려운 특성도 있다.
‘여교사 성희롱’ 사건이 알려지면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은 교권 침해가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한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교총이 조사한 교권침해 사건은 2006년 179건, 2007년 204건, 2008년 249건, 2009년 9월 현재 200여 건이다. 2009년 9월 현재까지 접수된 교권침해 사건 가운데 학생·학부모에 의한 폭언·폭행·협박 등을 당한 사례는 37%를 차지했다. 전교조도 3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교권상담 691건의 유형과 사례를 발표했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에 대해서 일선 교사와 학생들은 의외로 차분하게 반응했다. 학생들은 “학생의 장난이 좀 지나쳤다”고 대답했으며, 일부 교사들도 “교사의 대처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학교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차분하게 대처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신 모 교사는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이지 않느냐”면서 “황당한 일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아이를 불러도 들은 체는커녕 교사를 무시하는 학생, 지적했다고 대드는 학생들을 만나면 절망한다”고 한마디했다. 수원의 실업계 고등학교의 한 여교사도 “동영상을 보고 교사에게 친한 척 하려는 것이 지나쳤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교사가 제대로 제재했으면 사건이 커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이부영 교사 역시 “이번 사건처럼 교사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도 “이게 교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 아니겠느냐”고 학교 내의 문제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교사만 힘든 것이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 침해 사례는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규정에 어긋난다고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리는 학생, 교사의 구타로 고막이 찢어진 학생도 있다. 심지어 복장검사를 한다고 남녀공학 학교에서 여학생의 치마를 들추는 황당한 교사도 있다. 교사의 감정이 섞인 체벌이 문제가 된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엉덩이나 손바닥이 아니라 배나 뺨을 때리는 교사들이 ‘사랑의 매’라고 하는 항변에는 어느 누구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7년 10월 학교자치연대와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이 전국 중·고생 12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인권침해로 바뀌어야 할 학칙이나 학생생활 규정 중 74.1%가 ‘두발 규정’이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체벌(32.8%), 용의복장 규정(29.8%) 등 순으로 나타났다. 두발 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동떨어진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년 학교 떠나는 아이 늘어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협성대 교육대학원 김성기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2월 전체 초·중·고생 773만4531명 가운데 7만36명이 학교를 떠난 것이다. 0.9%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현재 전체 학생 761만7796명 가운데 7만3494명(전체의 1%)의 학생이 학업을 중단했다. 특히 중학교가 의무교육임에도 중학교 단계에서 발생하는 학업 중단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만난 박동녘군(16)은 중학교 졸업 후 고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중학교 1학년 때 교사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박군은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 때 줄넘기를 까불면서 했다고 선생님한테 맞았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비인간적이었다. 선생님이 신고 있던 신발로 나를 때렸다”고 말했다. 전산군(18) 역시 중학교 졸업 후 대안학교로 방향을 틀었다. 전군은 학교를 다닐 때 귀를 뚫었으며, 옷도 제멋대로 입었다. 꾸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제도권 교육에서는 ‘문제아’로 찍혔다. “어느 날 학생 주임한테 맞았다. 선생님이 난간에 있는 쇠를 뽑아서 손을 뒤로 하게 하고 배를 때렸다”면서 “20대를 맞았는데 그것은 체벌이 아니라 폭행이었다”고 입술을 떨었다.
이들은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에 대해서 무덤덤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하자작업장학교로 온 밤비양(18)은 “나도 문제가 있는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 체험을 했기 때문에 여선생님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여선생님이 학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다면 학생들도 그런 장난은 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산군 역시 “학생들이 여교사에게 수치심을 준 것은 잘못이지만 학교를 다닐 때 하도 많이 봐온 장면이어서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사건을 바라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모두 교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 이후에는 교사나 학생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 | 2006년 8월 청주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일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연합뉴스> | 포디군(가명·19)는 “누구만의 잘못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을 묶어 주는 연결고리가 시험과 대학뿐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면서 “그런 시스템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어떻게 마음을 통하고 소통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산군 역시 “학생과 선생님이 서로 소통하게 되면 학생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학생이 선생님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존경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교밖청소년자립교육센터’에서 생활하는 하소진양(17)은 “학생이 선생님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맞지만 선생님도 학생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해법을 내놨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은 ‘소통’을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교사가 예전처럼 ‘아이들은 이래야 된다’는 틀을 가지고 있다면 학생과의 마찰은 불가피해진다. 과거와 달리 학생들은 권위에 대한 반감이 많고, 자존심이 강해졌다. 예전처럼 학교를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학생이 학교를 떠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 마음의 상처는 오래 남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정수씨는 “교사도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 때문에 우울증을 겪게 되고, 아이들도 역시 교사가 나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첫걸음 교사들은 학생의 교육을 학교에만 미루는 가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대현 교사는 “예전에는 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으로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나 학생이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 지쳐간다”면서 “가정에서도 학교의 변화를 알고 아이의 모든 것을 학교에다 맡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신 모 교사 역시 “가정에서 컨트롤이 안 되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맞지만 가정에서도 아이들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차분히 말했다.
교사와 학생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쉬쉬’하고 덮기만 하는 학교와 교육청이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은 “대부분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와 교육청에서 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면서 “학교나 교육청은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문제가 불거져서 불똥이 튈까 봐 교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교사와 학생, 학교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총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협의해 7월2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모든 학교에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해 교육활동과 관련한 분쟁이 있을 때 적극 개입·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교육분쟁조정위원회는 임의규정이지만 이것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분쟁조정위원회가 강제 사항이 된다면 학내에서 발생하는 학생과 교사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