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접한 매체의 기억……. 뭘까 생각이 나질 않는다. 딱히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생각나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형이 엄마에게 쫄라서 겨우 산 mp3. 약간은 부끄러운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때 난 그게 뭔지도 몰랐다. 어렸을 적에 난 음악을 좋아하지도 많이 들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관심도 주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화도로 이동학습을 가기 전날에 우리 가족은 모두 들떠서 내 소풍 짐을 챙기고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예쁜 옷들과 손수건 양말 칫솔 뭐 이것저것 챙겨주었고, 형은 내게 자신의 애장품인 mp3를 건네주었다. 아마 그때 내가 형한테 이걸 왜 가져가야하냐고 물었더니, "이건 최신유행 아이템이야, 넣어둬"라고 했었던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었나? 아무튼 뭔가 그것은 의미심장했었다. 그게 mp3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의 mp3는 나온 지 아주 초기라서 액정도 없었고, 버튼 4개와 노래 몇십곡 정도만 들어가는 아주 후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상황은 달랐다. 내가 소풍 당일 버스에서 엠피쓰리를 꺼내자, 유독 6학년 누나들과 같은 학년 여자아이들이 벌떼처럼 내 앞뒤옆 할 것 없이 달라붙어서 구경했고, 나를 뭔가 다르게 보게 된 거 같아서 우쭐했었던 기억이 난다. 확실하게 mp3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해부터 왠지 모르게 내 주위엔 여자들이 많아졌다. 정리를 하자면, 나의 처음 접한 매체인 mp3는 그것의 기능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그런 최신식매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그것을 소유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 로망이랄까? 그런 것들에 대해 놀라버렸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가지고 또 우쭐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기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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