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옷을 입은 하악산 밑자락, 밀양의 작은 마을에선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멀리서 온 서울사람들과 4개의 마을이 모이는 큰 잔치를 위해 큰 솥을 꺼내어 따듯한 시레기 국을 만들고 계셨다. 도시에서는 이젠 쉽게 볼 수 없는, 어르신들의 정감이 물씬 묻어나는 풍경이었다. 평밭마을에서 살고 계시는 이금자 할머니는 부산에서 지내다 4명의 자식들을 낳고, 아픈 몸을 회복하기 위해 밀양에 와서 살게 되셨다고 한다. 밭도 일구고 동네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며 이젠 밀양이 자신에게 정말 편안하고 소중한 장소라고 하신다. 마을에는 비록 어르신들밖에 안계시지만 화목하고 끈끈한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오늘도 마을사람들과 동네 트럭에 앉아 행진을 하러 떠난다. 사람들이 직접 쓴 현수막 뒤에서 흥겨운 리듬을 타며 외치는 단어는 송전탑 백지화이다. 7년이 다 지나가는 싸움이라 마을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정과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시간들이 마을을 더 똘똘 뭉치게 하고, 오늘과 같은 잔치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의 시간은 우리의 것보다 길다. 자신이 조상에게 이 삶을 물려받은 것처럼 후세를 생각하는 것이 할머니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모두를 돌보고 계셨다. 밀양의 할머니처럼 각자 애정이 담긴 소중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 곳은 이미 계발되어 사라져 버렸을 수 도 있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이 그런 추억을 담은 소중한 곳일 수 도 있다. 핵과 송전탑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생활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가는 일을 이제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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