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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Intro 이번 프로젝트 초기에 서로의 마음의 고향을 떠올려보고 이미지화해서 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당시 떠올랐던 키워드는 '거처'다. 나에게도 머무르고 싶은 장소, 좋은 기억, 지키고 싶은 곳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구도 머무르지 않음으로써 폐허가 되어버렸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옛 고향의 이웃의 정과 공간에 대한 애착을 찾을 수 없다. 쌀쌀맞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동네, 흐르는 문화가 하나도 없다 보니 사람들과 접촉할 이유도 없어진 것이다. 서촌이 대단하게 격이 다른 마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안의 주민들과 작업자들이 맺는 관계, 예를 들어서 사랑방에 오가면서 소식을 주고받고 물건을 나누고 차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 '마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서로에게 야박하지 않고 둥글게 잘 지내며 지내는 것 같다. 실제로 이 마을에 사시는 분들은 어떨까? 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다. 일단 나는 외부인이니까 별달리 알 도리가 없으니, 그 궁금증은 더 커졌다. ------------------------ (***거리사진) 서촌 거리의 가게는 대부분 땅딸막하다. 작은 사무실쯤 되는 정류소, 옷가게, 나무공방, 중국집, 친환경 물품 판매점, 비디오 대여점, 예쁜 카페, 구멍가게, 신문사, 아주 오래된 서점 등. 마치 이 거리는 대형 마트의 카테고리를 옆으로 뉘어놓은 느낌이었다. 오래되고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얽히고설켜서 말이다. (***만들지 스케치 사진) 그 사이에 간판 없는 가게가 눈에 띈다. 그 안에는 창호지가 덕지덕지 남은 낡은 문, 물고기 그물 같은 커튼, 벽면에 붙은 계란반. 범상치 않은 공간인 듯하다. 이곳은 [만 들 지]다. 만들지는 '생각한 것을 현실화하자, 상상한 것을 종이란 세상에 풀어보자, 무엇이든 만들어보는 나만의 세상'이라고 한다.(이유정 디자이너 블로그 참조. blog.daum.net/mandleji) 이곳은 재료부터 결과물까지 자연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을 이용해 디자인을 작업하는 공간이다. 갈피표, 손수건지갑 등을 수제로 만들고 접시에 수채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클로즈업 사진) ['만들지' 자연디자이너 이유정] (***작업물 사진들) -만들지의 작업물로는 한국의 야생화를 그린 책갈피와 휴지의 일회성과 방수가 되지 않는 손수건의 결함을 보완한 손수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하고 있는 다른 작업은 서촌의 파편과 재료들을 이용해서 문을 만들고 있어요. 저기 보이는 문들도 버려진 틀이었는데 다시 리사이클링 한 것이죠.- 궁금한 점이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홍대를 문화 작업의 중심지로 시작하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 문화작업지에 대한 환상에 젖은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점차 소비의 거리, 유흥의 대표 공간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반면 서촌에서도 젊은이들이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점거하고 판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곳은 무엇 때문에 오게 되는걸까? -원래는 홍대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저를 비롯한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홍대의 대부분의 공간이 유흥가로 바뀌면서 정이 떨어졌어요. 그렇게 다른 작업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수소문 끝에 서촌을 알게 된 거죠.- 서촌에는 이곳저곳 젊은이들이 많다. 주로는 카페, 개인 작업실이 가장 많았는데 대부분 열린 공간이었다. 소문으로는 마을주민들이 카페에 가서 신 메뉴를 제시하기까지도 한다던데? (***할아버지 사진) 중절모와 신사복을 차려입은 멋쟁이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한 손에는 깨진 컵, 한 손에는 우편물을 들고 계셨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서로 가까운 사이신 듯 보였다. 그 두 개를 이유정 디자이너에게 건네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이쪽 마을 분들이요? 오지랖들이 아주 넓으시죠! 제 작업실은 개인 작업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종에 마을사람들이 드나드는 사랑방이기도 해요. 보셨듯이 깨진 컵이나 망가진 것들을 많이 갖다 주시는데요.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물건들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만들지 제 역할이에요.- -서촌은 작업하기 굉장히 좋은 공간이에요. 굉장히 재미있지요. 앞서 말하신 것과 같이 건축도 다양하고, 흐르는 문화들도 다양해요. 조용히 작업하기도 좋은 공간이구요. 이 마을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혹시 '백년골목'이라고 아세요? 뒤쪽 길에 가면 백 년 전의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는 골목이 있어요. 오랜 시간동안 지켜져 온 것은 건축물이나 어떤 물질들이 아니고, 삶의 형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옆에는 자신의 집 앞에 꽃을 매일 가꾸는 주민의 집이 있어요. 이렇듯 이 마을 사이에서는 주민들끼리만 아는 재미있는 비밀들이 좀 있지요.- ------------------------------------------------- (***백년골목을 조명하는 사진들) -백년골목 이곳이 바로 백년골목. 기대에 부풀어 100년이나 된 골목은 얼마나 옛 되었는지 새삼스레 했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구석구석 보수된 낡은 집들과 얼마 되지 않은 새 한옥이 나란히 있는게 조금 특별해 보인다. 그 외에는 어느 동네에도 있을법한 풍경이다. 별 특징이 없음에도 이곳이 100년 골목이라 부르는 것은 이곳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같이 흘러왔기 때문이다. (***백년골목을 조명하는 사진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세월도, 장소의 세월도 흐른다. 흐른다는 것은 ‘일정한 모습으로 영원히’가 아니라 흐르는 모양대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을 말한다. 서촌이 바로 그렇다. 서촌은 낡다고 버리지 않고 고치고 오랫동안 쓰는 옛 사람들의 정서가 여전히 존재하는 골목길이었다. 백년 골목뿐만 아니라 서촌이란 곳 전체는 시간을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쳐 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고 성급한 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쳐 왔다는 것이다. 백년골목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
(주님의 코멘트에 동의하는 바.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데 어색해서 억지로 끼어넣은 감이 있다고 생각함) 두 번째로 찾은 핸드메이드 천연 화장품과 비누 가게 RIZ Soap 리즈솝. 이곳은 숯, 녹차, 커피 등 천연 재료 100%로 만든 핸드메이드 천연 화장품과 비누, 향초를 판매 및 제작워크숍을 진행한다. 몇 차례 서촌 뒷 골목길을 가다가 이 가게를 보면서 ‘아, 방향제 하나 사두면 요긴하게 잘 쓰겠군.’이라 생각했다. 때마침 이야기도 나눌 겸 했는데 문은 잠겨있었다. 외출 중 팻말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드렸더니 금세 오시더니 일이 많이 있으신 듯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리즈솝RIZSOAP 변미숙 대표님] Q.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금속공예공방 Helena에 방문했었다. 비록 주인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많은 대화를 하지 못 했지만 이쪽을 추천해주시면서 '문화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놀이터는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 마을에서 재미있게, 잘 지내보자'라고 할 수 있죠. 처음에는 그런 생각과 더불어 실행에 옮기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사이에 주변을 둘러보니 이 지역에는 작가들도 많이 살고, 공방들도 많고, 자기 작업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뭔가를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았죠. 아울러 우리는 자기 작업을 하지 않는 일반주민들도 작업자로 생각해요. 집에서 혼자 무언가를 만들면 똑같이 작업의 일환이 되는 거고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거죠. ‘있는 것을 끄집어내자’라는 거예요. 다 같이 재미있게 놀자는 거지요. Q. 이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인가요? 네. 아직까지는 좋으신 것 같아요. 여기를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것에는 호의적인 것 같아요. 저희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우리가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을 내세우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는 작업을 하는 작가그룹은 아니고, 그걸 지향하지도 않고요. 저희는 우리가 열심히 한 것을 선보이듯이 와서 보고 구경하라는 의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마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또 우리 스스로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다보니까 일치점이 생기더라고요. Q. 마을 곳곳이 꾸며져 있는 것을 보고 이 마을에는 재미있는 문화가 흐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마을의 문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문화라는 것이 포괄적이면서 추상적인 것 같더라고요. 뭔가 생활이 더 풍요로워지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문화라고 한다면 방안에 썩혀놓았던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서 물물교환을 하는 것 자체도 문화예술인 것 같아요. 또한 뭔가 이름 있는 작가의 그림 전시를 본다든가 산다던가 하는 것도 문화예술일 수 있는데, 문화놀이터의 취지는 '동네에 맞는 문화를 공유하자'는 거예요. 그 정도죠. Q. 이 마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민들의 관심은 많지만 간섭이 심하지 않고, 무심한 척 하지만 항상 주시한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업하기에도 좋고요. 때문에 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죠. 현재 이 마을이 '세종마을'이라고 이름이 바뀌었어요. 이 지역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는 않아요. 서촌이 갑자기 세종마을로 바뀌는 것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리고 여전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촌’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서촌에 오는 거지, 세종마을에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이렇게 서촌으로 불리는데 작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문화작업을 벌이고, 서촌이 계속 서촌으로 불리게 될 명분을 계속 제공하는 역할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 아닐까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하는 이유는 이곳이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동네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설령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좋아서 하기 때문에 계속 이 프로젝트를 잇고 있는 거죠. 대대로 프로젝트를 돈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오래 못가요. 그리고 우리 같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자발성 없이는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저희는 주민과의 소소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현 시대에 개발로 인한 이웃과 고향이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서촌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마음의 고향을 찾아 귀향하는 곳이 있다면, 도시 속 마을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지금 시대에 필요한 공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내가 서촌을 통해 발견한 것은 Hardware와 Software, 즉 공간과 삶의 방식이다. 조건이 갖추어진 자신만의 완벽한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을 주민으로서 '함께' 가꾸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거처’이며 서촌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2011.12.14 17:17:23
와 백년골목 이야기 좋아요!! 그리고 앞에 나왔던 홍대얘기가 백년골목 뒤에 한번 더 나와서 반복되는 느낌이. 나중에 순서 배치할 때 무브 얘기는 마지막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듬 인터뷰 중심이라 사실확인 내용도 많고, 나머지 두개의 이야기랑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좀 더 포괄적인것 같아요
2011.12.14 17:22:18
주님 최종 텍스트(A5 2페이지 반 분량)+사진 Intro 우리는 어느 동네에서나 사람과 집과 함께 ‘문’을 볼 수 있다. 문은 집의 문이 되기도 하고 창고의 문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의 문이 되기도 한다. 문은 각각의 건물 혹은 물건의 특성과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갖추고 있다. 서촌 또한 여느 동네처럼 많은 문이 있다. 집안에서든 밖에서든 일상적으로 무수히 많이 마주치는 문이지만, 나는 서촌의 문들에 흥미를 느꼈고 여러 가지 문들을 찾아다녔다. 서촌의 문들을 보며 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이라는 요소에 흥미를 느꼈을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본론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다. 살았던 빌라는 좁았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바퀴벌레도 자주 나왔었다. 동네의 골목골목은 좁고 가팔랐다. 내가 초등학교로 들어가면서 집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그 뒤로 집 사정이 좋아질 때마다 더 넓은 집으로 옮겼다. 나는 아직도 그 빌라에 살던 시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린다. 아빠가 담배피던 베란다, 가파른 길 위에 있던 슈퍼, 엄마랑 딸기우유 사들고 갔던 목욕탕, 200원짜리 딱지, 구멍 뚫린 모기장. 이렇다 할 큰 이야기 없이 소소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그 기억들은 겪어온 삶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더 그립게 남아있다. 나는 그 집과 그 동네의 낡고 소박한 느낌이 좋았다. 서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래되어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는 문들은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겉은 낡았지만 그 안에서의 기억은 소박하고 따듯했기 때문에, 그런 문들을 열어보면 단촐한 저녁상이지만 정답게 밥을 먹고 있는 가족이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서촌에는 여러 문들이 있다. 집 문, 창고 문, 화장실 문, 주차장 문, 파란색으로 페인트칠을 한 문, 반원 모양의 문도 있고, 얼마 전 새로 지은 한옥 집 문 바로 옆엔 오래된 시멘트 건물의 낡은 문이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얇은 문도 있고, 앞에 화분을 잔뜩 놓은 문도 있다. 니집 내집 다 똑같은 아파트 문이 아니라,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집마다 다른 문을 갖고 있다. 다양한 만큼 더욱 보는 재미도 있는 이 문들을 보다 보면 문을 열면 안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왜 저렇게 만들어졌을까 상상하게 되기도 한다. 1. 볼 때마다 참 예쁘다고 생각한 문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 나무문을 만들다니! 저 문 안에는 분명 감각 있는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곳에서 나온 것은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용변을 끝마친 남자였다. 2. 저 문은 2층인데 밖에 베란다도, 계단도 없다. 낭떠러지다. 창문 위에 창살도 덧붙여 놓은 걸 보니, 죄수라도 감금했던 것일까?! 3.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개가 “누구쇼” 하면서 문 열어 줄 것 같다. 4. 아무리 어린이집이라지만 문 정말 작다. 정말 ‘어린아이’의 집인 것을 배려한 디자인일까. 어른들의 간섭이 싫었던 당돌한 꼬마가 설립한 ‘정말 어린이만을 위한 집’ 일지도. 5. 누구 쓰라고 저렇게 얇게 만들어 놓은 걸까. 빚쟁이에게 쫓기던 사람이 숨어있던 문이었을까. ‘설마, 창고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겠지-’하는 생각에 만들었을까? 아 그런데 보통 빚쟁이들은 덩치 큰 형님들이라 작은 문으로 들어가다간 복부나 엉덩이가 낄지도 몰라. 혹시 그걸 노린건가?!!! 나는 다양한 문들을 보며 옛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하고, 재밌는 상상도 할 수 있었다. 서촌의 문이 다양해질 수 있었던 건 이곳이 커다란 변화 없이 세월을 자연스레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흐름이 녹아있는 서촌의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서촌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리워하거나, 잊어버리고 있었거나, 돌아가고 싶은 지난 시간의 모습이 서촌 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무리 다양한 문은 마치 서촌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대신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서촌의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사람이 서촌이라는 장소를 거쳐 갔다. 공간과 그 공간 속의 사람은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며 늘 조금씩 변해간다. 문의 다양함은 ‘공간’을 기억과 의미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만큼이나 다양하다. [대표이미지]
2011.12.15 06:07:58
Intro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다. 살았던 빌라는 좁았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바퀴벌레도 자주 나왔었다. 동네의 골목골목은 좁고 가팔랐다. 내가 초등학교로 들어가면서 집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그 뒤로 집 사정이 좋아질 때마다 더 넓은 집으로 옮겼다. 나는 아직도 그 빌라에 살던 시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린다. 아빠가 담배피던 베란다, 가파른 길 위에 있던 슈퍼, 엄마랑 딸기우유 사들고 갔던 목욕탕, 200원짜리 딱지, 구멍 뚫린 모기장. 이렇다 할 큰 이야기 없이 소소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그 기억들은 겪어온 삶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더 그립게 남아있다. 나는 그 집과 그 동네의 낡고 소박한 느낌이 좋았다. 서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래되어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는 문들은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겉은 낡았지만 그 안에서의 기억은 소박하고 따듯했기 때문에, 그런 문들을 열어보면 단촐한 저녁상이지만 정답게 밥을 먹고 있는 가족이 있을 것 같다. 서촌의 문은 가장 그리운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서촌의 문들을 좀 더 보고 싶어졌다.
본론 서촌에는 여러 문들이 있다. 집 문, 창고 문, 화장실 문, 주차장 문, 새로 페인트칠을 한 문, 반원 모양의 문도 있고 문이 3개나 달린 집도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얇은 문도 있고, 앞에 화분을 잔뜩 놓은 문도 있다. 니집 내집 다 똑같은 아파트 문이 아니라,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집마다 다른 문을 갖고 있다. 다양한 만큼 더욱 보는 재미도 있다.
_예쁜 문 신기한 문 -볼 때마다 참 예쁘다고 생각한 문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나무문을 만들다니! 저 문 안에는 분명 감각 있는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곳에서 나온 것은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용변을 끝마친 남자였다. -저 문은 2층인데 밖에 베란다도, 계단도 없다. 낭떠러지다. 창문 위에 창살도 덧붙여 놓은 걸 보니, 죄수라도 감금했던 것일까?! -누구 쓰라고 저렇게 얇게 만들어 놓은 걸까. 빚쟁이에게 쫓기던 사람이 숨어있던 문이었을까. ‘설마, 창고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겠지-’하는 생각에 만들었을까? 아 그런데 보통 빚쟁이들은 덩치 큰 형님들이라 저렇게 얇은 문으로 들어가다간 복부나 엉덩이가 낄지도 몰라. 그걸 노린 걸지도!!
_꾸며져 있는 문 사람들은 각자의 집집마다 문을 재미있게 꾸미기도 한다. 노란색으로 칠한 문도 있고 화분을 문 앞에 잔뜩 갖다놓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문을(집과 삶을)다르게 꾸민다.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공간’일 뿐인 곳에, 그들만의 거처를 만들고, 꾸미고, 기억을 남기며 그들만의 삶의 ‘장소’를 만들어간다.
_작은 문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개가 “누구쇼” 하면서 문 열어 줄 것 같다. -아무리 어린이집이라지만 문 정말 작다. 정말 ‘어린아이’의 집인 것을 배려한 디자인일까. 어른들의 간섭이 싫었던 당돌한 꼬마가 설립한 ‘정말 어린이만을 위한 집’ 일지도. -그 외에도 작은 문은 정말 많다. 서촌에 있는 작업 공간 ‘만들지’에는 내부에도 작은 문이 있다. 그 문의 정체는 화장실이다. 이런 작은 나무문은 적산가옥의 특징이다. 적산가옥은 일제시대 때 들어온, 좁은 나무 계단이 있는 낮은 일제식 가옥이다. 서촌엔 이 옛 가옥의 형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나는 익숙지 않은 작은 문들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서촌 안에서는 너무 많아서 굳이 신기할 것 없는 일상의 문 중 하나였다.
outro 나는 다양한 문들을 보며 옛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하고, 재밌는 상상도 할 수 있었다. 서촌의 문이 다양해질 수 있었던 건 이곳이 커다란 변화 없이 세월을 자연스레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흐름이 녹아있는 서촌의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서촌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리워하거나, 잊어버리고 있었거나, 돌아가고 싶은 지난 시간의 모습이 서촌 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문은 마치 서촌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대신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서촌의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사람이 서촌이라는 장소를 거쳐 갔다. 문의 다양함은 ‘공간’을 기억과 의미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는 서촌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만큼이나 다양하다.
2011.12.15 18:57:55
A5용지 기준 6페이지 나옵니다. Intro 이번 프로젝트 초기에 마음의 고향을 떠올려 이미지화해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당시 내게 떠올랐던 키워드는 '거처'다. 나에게도 머무르고 싶은 장고 지키고 싶은 곳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구도 머무르지 않음으로써 폐허가 되어버렸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웃의 정과 공간에 대한 애착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인 공간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동네고 공유하는 문화가 하나도 없다 보니 서로 접촉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서촌이 대단하게 격이 다른 마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촌에 오가면서 자주 눈에 띄었던 것은 주민들과 작업자들이 맺는 관계다. 공방에 오가며 소식을 주고받고 물건을 나누고 차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 '이웃이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마을의 작업자들과 주민들은 서로에게 쌀쌀맞지 않고 둥글게 잘 지내는 것 같다. 작업자들의 집합지를 생각하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은 홍대다. 내 생각에 지금의 홍대는 문화작업지에 대한 환상에 젖은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점차 소비의 거리, 유흥의 대표 공간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서촌에서도 작업자들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이곳을 점거하고 판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대끼고 같이 산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으로 오는 걸까? ------------------------ (***거리사진) 서촌 거리의 가게는 대부분 땅딸막하다. 작은 사무실쯤 되는 주유소, 옷가게, 나무공방, 중국집, 친환경 물품 판매점, 비디오 대여점, 예쁜 카페, 구멍가게, 신문사, 아주 오래된 서점 등. 마치 이 거리는 대형 마트의 카테고리를 옆으로 뉘어놓은 느낌이었다. 그 사이에 간판 없는 가게가 눈에 띈다. 그 안에는 창호지가 덕지덕지 남은 낡은 문, 물고기 그물 같은 커튼, 벽면에 붙은 계란반. 범상치 않은 공간인 듯하다. (***만들지 스케치 사진) 이곳은 [만 들 지]다. 만들지는 '생각한 것을 현실화하자, 상상한 것을 종이란 세상에 풀어보자, 무엇이든 만들어보는 나만의 세상'이라고 한다.(이유정 디자이너 블로그 참조. blog.daum.net/mandleji) 이곳은 재료부터 결과물까지 자연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을 이용해 디자인을 작업하는 공간이다. 갈피표, 손수건지갑 등을 수제로 만들고 접시에 수채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클로즈업 사진) ['만들지' 자연디자이너 이유정] (***작업물 사진들) -만들지의 작업물은 한국의 야생화를 그린 책갈피와 휴지의 일회성과 방수가 되지 않는 손수건의 결함을 보완한 손수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하고 있는 다른 작업은 서촌의 파편과 재료들을 이용해서 문을 만들고 있어요. 저기 보이는 문들도 버려진 틀이었는데 다시 리사이클링 한 것이죠. -원래는 홍대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저를 비롯한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홍대의 대부분의 공간이 유흥가로 바뀌면서 정이 떨어졌어요. 그렇게 다른 작업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수소문 끝에 서촌을 알게 된 거죠. 서촌에는 이곳저곳 젊은이들이 많다. 주로는 카페, 개인 작업실이 가장 많았는데 대부분 열린 공간이었다. 소문으로는 마을주민들이 카페에 가서 신 메뉴를 제시하기까지도 한다던데? (***할아버지 사진) 중절모와 신사복을 차려입은 멋쟁이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한 손에는 깨진 컵, 한 손에는 우편물을 들고 계셨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서로 가까운 사이신 듯 보였다. 그 두 개를 이유정 디자이너에게 건네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이쪽 마을 분들이요? 오지랖들이 아주 넓으시죠! 제 작업실은 개인 작업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종에 마을사람들이 드나드는 사랑방이기도 해요. 보셨듯이 깨진 컵이나 망가진 것들을 많이 갖다 주시는데요.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물건들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만들지 제 역할이에요. -서촌은 작업하기 굉장히 좋은 공간이에요. 굉장히 재미있지요. 앞서 말하신 것과 같이 건축도 다양하고, 흐르는 문화들도 다양해요. 조용히 작업하기도 좋은 공간이구요. 이 마을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혹시 '백년골목'이라고 아세요? 뒤쪽 길에 가면 백 년 전의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는 골목이 있어요. 오랜 시간동안 지켜져 온 것은 건축물이나 어떤 물질들이 아니고, 삶의 형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옆에는 자신의 집 앞에 꽃을 매일 가꾸는 주민의 집이 있어요. 이렇듯 이 마을 사이에서는 주민들끼리만 아는 재미있는 비밀들이 좀 있지요. ------------------------------------------------- (***백년골목을 조명하는 사진들) -백년골목 이곳이 바로 백년골목. 기대에 부풀어 100년이나 된 골목은 얼마나 옛 되었는지 새삼스레 했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구석구석 보수된 낡은 집들과 얼마 되지 않은 새 한옥이 나란히 있는게 조금 특별해 보인다. 그 외에는 어느 동네에도 있을법한 풍경이다. 별 특징이 없음에도 이곳이 100년 골목이라 부르는 것은 이곳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같이 흘러왔기 때문이다. (***백년골목을 조명하는 사진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세월도, 장소의 세월도 흐른다. 흐른다는 것은 ‘일정한 모습으로 영원히’가 아니라 흐르는 모양대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을 말한다. 서촌이 바로 그렇다. 서촌은 낡다고 버리지 않고 고치고 오랫동안 쓰는 옛 사람들의 정서가 여전히 존재하는 골목길이었다. 백년 골목뿐만 아니라 서촌이란 곳 전체는 시간을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쳐 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고 성급한 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쳐 왔다는 것이다. 백년골목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 두 번째로 찾은 핸드메이드 천연 화장품과 비누 가게 RIZ Soap 리즈솝. 이곳은 숯, 녹차, 커피 등 천연 재료 100%로 만든 핸드메이드 천연 화장품과 비누, 향초를 판매 및 제작워크숍을 진행한다. 몇 차례 서촌 골목길을 거닐다가 이 가게를 보면서 ‘아, 방향제 하나 사두면 요긴하게 잘 쓰겠군.’이라 생각했다. 때마침 이야기도 나눌 겸 했는데 문은 잠겨있었다. 외출 중 팻말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드렸더니 금세 오시더니 일이 많이 있으신 듯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리즈솝RIZSOAP 변미숙 대표님] Q.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금속공예공방 Helena에 방문했었어요. 주인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 했지만 이쪽을 추천해주시면서 '문화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좋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놀이터는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 마을에서 재미있게, 잘 지내보자'라고 할 수 있죠.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사이에 찾은 대안은 마을 사람이 누가 있는지 찾는 거였죠. 주변을 둘러보니 이 지역에는 작가들도 많이 살고, 공방들도 많고, 자기 작업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뭔가를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아울러 우리는 자기 작업을 하지 않는 주민들도 작업자로 생각해요. 집에서 혼자 무언가를 만들면 똑같이 작업의 일환이 되는 거고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죠. Q. 이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인가요? 네. 아직까지는 좋으신 것 같아요. 여기를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것에는 호의적인 것 같아요. 우리는 작업을 하는 작가그룹은 아니고, 그걸 지향하지도 않고요. 저희는 우리가 열심히 한 것을 선보이듯이 와서 보고 구경하라는 의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마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또 우리 스스로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다보니까 일치점이 생기더라고요. Q. 이 마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민들의 관심은 많지만 간섭이 심하지 않고, 무심한 척 하지만 항상 주시한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업하기에도 좋고요. 때문에 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죠. Q. 이 마을의 작업자들은 마을을 정말 아끼시는 것 같아요. 이 마을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업자들의 역할이 무엇일까요? 현재 이 마을이 '세종마을'이라고 이름이 바뀌었어요. 이 지역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는 않아요. 서촌이 갑자기 세종마을로 바뀌는 것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리고 여전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촌’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서촌에 오는 거지, 세종마을에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이렇게 서촌으로 불리는데 작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문화작업을 벌이고, 서촌이 계속 서촌으로 불리게 될 명분을 계속 제공하는 역할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 아닐까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하는 이유는 이곳이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동네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설령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좋아서 하기 때문에 계속 이 프로젝트를 잇고 있는 거죠. 대대로 프로젝트를 돈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오래 못가요. 그리고 우리 같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자발성 없이는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저희는 주민과의 소소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내가 서촌을 통해 발견한 것은 Hardware와 Software, 즉 공간과 삶의 방식이다. 마음의 고향을 현실화하는 것은 조건이 갖추어진 자신만의 완벽한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의 주민들과 '함께' 가꾸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 시대에 개발로 인한 이웃과 고향이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옛 향수가 그립다면 그 기억을 함께 나누고, 또 다시 기억될 향수가 되는 그런 공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자기가 사는 마을이 또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어 귀향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어디에서든지 자신들의 마땅히 머물러도 좋을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011.12.16 00:08:17
Intro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다. 살았던 빌라는 좁았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바퀴벌레도 자주 나왔었다. 동네의 골목골목은 좁고 가팔랐다. 내가 초등학교로 들어가면서 집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그 뒤로 집 사정이 좋아질 때마다 더 넓은 집으로 옮겼다. 나는 아직도 그 빌라에 살던 시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린다. 아빠가 담배피던 베란다, 가파른 길 위에 있던 슈퍼, 엄마랑 딸기우유 사들고 갔던 목욕탕, 200원짜리 딱지, 구멍 뚫린 모기장. 이렇다 할 큰 이야기 없이 소소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그 기억들은 겪어온 삶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더 그립게 남아있다. 나는 그 집과 그 동네의 낡고 소박한 느낌이 좋았다. 서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래되어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는 문들은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겉은 낡았지만 그 안에서의 기억은 소박하고 따듯했기 때문에, 그런 문들을 열어보면 단촐한 저녁상이지만 정답게 밥을 먹고 있는 가족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서촌의 문들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가장 그리운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던 문을 시작으로 나는 다른 서촌의 문들도 좀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본론 서촌에는 여러 문들이 있다. 집 문, 창고 문, 화장실 문, 주차장 문, 새로 페인트칠을 한 문, 반원 모양의 문도 있고 문이 3개나 달린 집도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얇은 문도 있고, 앞에 화분을 잔뜩 놓은 문도 있다. 니집 내집 다 똑같은 아파트 문이 아니라,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집마다 다른 문을 갖고 있다. 다양한 만큼 더욱 보는 재미도 있다. _예쁜 문 신기한 문 -볼 때마다 참 예쁘다고 생각한 문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나무문을 만들다니! 저 문 안에는 분명 감각 있는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곳에서 나온 것은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용변을 끝마친 남자였다. -저 문은 2층인데 밖에 베란다도, 계단도 없다. 낭떠러지다. 창문 위에 창살도 덧붙여 놓은 걸 보니, 죄수라도 감금했던 것일까?! -누구 쓰라고 저렇게 얇게 만들어 놓은 걸까. 빚쟁이에게 쫓기던 사람이 숨어있던 문이었을까. ‘설마, 창고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겠지-’하는 생각에 만들었을까? 아 그런데 보통 빚쟁이들은 덩치 큰 형님들이라 저렇게 얇은 문으로 들어가다간 복부나 엉덩이가 낄지도 몰라. 그걸 노린 걸지도!! _꾸며져 있는 문 사람들은 각자의 집집마다 문을 재미있게 꾸미기도 한다. 노란색으로 칠한 문도 있고 화분을 문 앞에 잔뜩 갖다놓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문을(집과 삶을)다르게 꾸민다.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공간’일 뿐인 곳에, 그들만의 거처를 만들고, 꾸미고, 기억을 남기며 그들만의 삶의 ‘장소’를 만들어간다. _작은 문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개가 “누구쇼” 하면서 문 열어 줄 것 같다. -아무리 어린이집이라지만 문 정말 작다. 정말 ‘어린아이’의 집인 것을 배려한 디자인일까. 어른들의 간섭이 싫었던 당돌한 꼬마가 설립한 ‘정말 어린이만을 위한 집’ 일지도. -그 외에도 작은 문은 정말 많다. 서촌에 있는 작업 공간 ‘만들지’에는 내부에도 작은 문이 있다. 그 문의 정체는 화장실이다. 이런 작은 나무문은 적산가옥의 특징이다. 적산가옥은 일제시대 때 들어온, 좁은 나무 계단이 있는 낮은 일제식 가옥이다. 서촌엔 이 옛 가옥의 형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익숙지 않아 신기하고 재밌을 작은 문들이, 서촌 안에서는 너무 많아서 굳이 신기할 것 없는 일상의 문 중 하나이다. outro 서촌의 문이 다양해질 수 있었던 건 이곳이 커다란 변화 없이 세월을 자연스레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흐름이 녹아있는 서촌의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서촌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리워하거나, 잊어버리고 있었거나, 돌아가고 싶은 지난 시간의 모습이 서촌 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문은 마치 서촌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대신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서촌의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사람이 서촌이라는 장소를 거쳐 갔다. 문의 다양함은 ‘공간’을 기억과 의미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는 서촌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만큼이나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다양한 문들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재밌는 상상도 할 수 있었다. 시간의 두께로 인한 다양함은 사람들이 그리움을 느끼게 하기도, 즐겁게 만들기도 하며 그곳으로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가진다. 그것이 서촌의 큰 특징이 아닐까.
2011.12.16 06:15:26
이번 프로젝트 초기에 마음의 고향을 떠올려 이미지화해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당시 내게 떠올랐던 키워드는 '거처'다. 나에게도 머무르고 싶은 장고 지키고 싶은 곳이 있다. 그렇지만 모두들 공간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거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폐허가 되어버렸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웃의 정과 공간에 대한 애착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인 공간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동네고 공유하는 문화가 하나도 없다 보니 서로 접촉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반면에 서촌은 마을의 문화를 주민들과 작업자들이 함께 하는 것 같다. 이곳의 작업자들이 점거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대끼고 같이 산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지내고 있을까? ------------------------ (***거리사진) 서촌 거리의 가게는 대부분 땅딸막하다. 작은 사무실쯤 되는 주유소, 옷가게, 나무공방, 중국집, 친환경 물품 판매점, 비디오 대여점, 예쁜 카페, 구멍가게, 신문사, 아주 오래된 서점 등. 마치 이 거리는 대형 마트의 카테고리를 옆으로 뉘어놓은 느낌이었다. 그 사이에 간판 없는 가게가 눈에 띈다. 그 안에는 창호지가 덕지덕지 남은 낡은 문, 물고기 그물 같은 커튼, 벽면에 붙은 계란반. 범상치 않은 공간인 듯하다. (***만들지 스케치 사진) 이곳은 [만 들 지]다. 만들지는 '생각한 것을 현실화하자, 상상한 것을 종이란 세상에 풀어보자, 무엇이든 만들어보는 나만의 세상'이라고 한다.(이유정 디자이너 블로그 참조. blog.daum.net/mandleji) 이곳은 재료부터 결과물까지 자연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을 이용해 디자인을 작업하는 공간이다. 갈피표, 손수건지갑 등을 수제로 만들고 접시에 수채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작업물 사진들)(***이유정 디자이너 클로즈업 사진) Q. 만들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만들지의 작업물로는 한국의 야생화를 그린 책갈피와 휴지의 일회성과 방수가 되지 않는 손수건의 결함을 보완한 손수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하고 있는 다른 작업은 서촌의 파편과 재료들을 이용해서 문을 만들고 있어요. 저기 보이는 문들도 버려진 틀이었는데 다시 리사이클링 한 것이죠. Q. 어떻게 이 마을에 오시게 되셨어요? -원래는 홍대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저를 비롯한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홍대의 대부분의 공간이 유흥가로 바뀌면서 정이 떨어졌어요. 그렇게 다른 작업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수소문 끝에 서촌을 알게 된 거죠. 서촌은 작업하기 굉장히 좋은 공간이에요. 굉장히 재미있지요. 앞서 말하신 것과 같이 건축도 다양하고, 흐르는 문화들도 다양해요. 조용히 작업하기도 좋은 공간이구요. 이 마을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할아버지 사진) 이야기 도중에 중절모와 신사복을 차려입은 멋쟁이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한 손에는 깨진 컵, 한 손에는 우편물을 들고 계셨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서로 가까운 사이신 듯 보였다. 그 두 개를 이유정 디자이너에게 건네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Q. 서촌에는 주로는 카페, 개인 작업실이 가장 많았는데 대부분 열린공간이었어요. 여기도주민들이 자주 들락날락 하시나봐요? -이쪽 마을 분들이요? 오지랖들이 아주 넓으시죠! 제 작업실은 개인 작업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종에 마을사람들이 드나드는 사랑방이기도 해요. 보셨듯이 깨진 컵이나 망가진 것들을 많이 갖다 주시는데요.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물건들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만들지 제 역할이에요. 이렇게 마을 주민들과 지내다 보니 주민들끼리만 아는 재미있는 비밀들이 좀 있지요. 혹시 백년골목'이라고 아세요? 뒤쪽 길에 가면 백 년 전의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는 골목이 있어요. 오랜 시간동안 지켜져 온 것은 건축물이나 어떤 물질들이 아니고, 삶의 형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옆에는 자신의 집 앞에 꽃을 매일 가꾸는 주민의 집이 있어요. ------------------------------------------------- (***백년골목을 조명하는 사진들) -백년골목 이곳이 바로 백년골목. 기대에 부풀어 100년이나 된 골목은 얼마나 옛 되었는지 새삼스레 했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구석구석 보수된 낡은 집들과 얼마 되지 않은 새 한옥이 나란히 있는게 조금 특별해 보인다. 그 외에는 어느 동네에도 있을법한 풍경이다. 별 특징이 없음에도 이곳이 100년 골목이라 부르는 것은 이곳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같이 흘러왔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세월도, 장소의 세월도 흐른다. 흐른다는 것은 ‘일정한 모습으로 영원히’가 아니라 흐르는 모양대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을 말한다. 서촌이 바로 그렇다. 서촌은 낡다고 버리지 않고 고치고 오랫동안 쓰는 옛 사람들의 정서가 여전히 존재하는 골목길이었다. 백년 골목뿐만 아니라 서촌이란 곳 전체는 시간을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쳐 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고 성급한 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쳐 왔다는 것이다. 백년골목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 두 번째로 찾은 핸드메이드 천연 화장품과 비누 가게 RIZ Soap 리즈솝. 이곳은 숯, 녹차, 커피 등 천연 재료 100%로 만든 핸드메이드 천연 화장품과 비누, 향초를 판매 및 제작워크숍을 진행한다. 몇 차례 서촌 뒷 골목길을 가다가 이 가게를 보면서 ‘아, 방향제 하나 사두면 요긴하게 잘 쓰겠군.’이라 생각했다. 때마침 이야기도 나눌 겸 했는데 문은 잠겨있었다. 외출 중 팻말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드렸더니 금세 오시더니 일이 많이 있으신 듯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리즈솝RIZSOAP 변미숙 대표님] Q.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금속공예공방 Helena에 방문했었어요. 주인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 했지만 이쪽을 추천해주시면서 '문화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물어보면 좋을 거라고 하시던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놀이터는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 마을에서 재미있게, 잘 지내보자'라고 할 수 있죠.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사이에 찾은 대안은 마을 사람이 누가 있는지 찾는거였죠. 주변을 둘러보니 이 지역에는 작가들도 많이 살고, 공방들도 많고, 자기 작업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뭔가를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아울러 우리는 자기 작업을 하지 않는 주민들도 작업자로 생각해요. 집에서 혼자 무언가를 만들면 똑같이 작업의 일환이 되는 거고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거죠. Q. 이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인가요? 네. 아직까지는 좋으신 것 같아요. 여기를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것에는 호의적인 것 같아요. 우리는 작업을 하는 작가그룹은 아니고, 그걸 지향하지도 않고요. 저희는 우리가 열심히 한 것을 선보이듯이 와서 보고 구경하라는 의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마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또 우리 스스로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다보니까 일치점이 생기더라고요. Q. 이 마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민들의 관심은 많지만 간섭이 심하지 않고, 무심한 척 하지만 항상 주시한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업하기에도 좋고요. 때문에 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죠. 현재 이 마을이 '세종마을'이라고 이름이 바뀌었어요. 이 지역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는 않아요. 서촌이 갑자기 세종마을로 바뀌는 것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리고 여전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촌’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서촌에 오는 거지, 세종마을에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이렇게 서촌으로 불리는데 작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문화작업을 벌이고, 서촌이 계속 서촌으로 불리게 될 명분을 계속 제공하는 역할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 아닐까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하는 이유는 이곳이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동네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설령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좋아서 하기 때문에 계속 이 프로젝트를 잇고 있는 거죠. 대대로 프로젝트를 돈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오래 못가요. 그리고 우리 같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자발성 없이는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저희는 주민과의 소소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나는 서촌이 대단하게 격이 다른 마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안의 주민들과 작업자들이 맺는 관계, 예를 들어 공방에 오가며 소식을 주고받고 물건을 나누고 차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 '이웃이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서로에게 야박하지 않고 둥글게 잘 지내는 것 같다. 내가 서촌을 통해 발견한 것은 Hardware와 Software, 즉 공간과 삶의 방식이다. 마음의 고향을 현실화하는 것은 조건이 갖추어진 자신만의 완벽한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의 주민들과 '함께' 가꾸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 시대에 개발로 인한 이웃과 고향이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옛 향수가 그립다면 그 기억을 함께 나누고, 또 다시 기억될 향수가 되는 그런 공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자기가 사는 마을이 또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어 귀향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도시에서도 자신들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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