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과정

처음에 스크랩북이 뭔지도 이해를 못했다. 세 네 번 물어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내가 보고 만나는 것들을 골라서 내 것으로 담아내는 것. 정말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처음 워밍업작업으로 시작했던 '간판 스크랩'작업부터 버겁기 시작했다. 간판을 통해서 지역의 특색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때문에 난 그저 간판자체의 지역성만을 넘어서 그것들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내가 정한 장소는 청과물 시장. 나는 청과물시장 중간에 작은 빌라에 살고 있다. 집을 나서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낮과 밤. 이 곳이야 말로 낮과 밤이 뒤바뀐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밤(새벽)부터 시작된 일은 해가 질 무렵 마무리 된다. 그 4~5시간 동안에는 한국에서 과일이 생산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곳으로 모여들어 상자를 나른다. 제철과일 외에도 다양한 과일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 지저분하기도 한 이 시장통에서 그나마 좋아하는 부분은 계절이 변하고 날씨가 바뀔 때마다 내가 집으로 향할 때 맡을 수 있는 향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오늘은 사과상자들이 무지막지하게 쌓여있더라……. 새벽이라 낮에 신나게 날리던 매연들도 어느정도 가라앉아 공기가 살짝 상쾌했고 사과 향이 더 진하게 날아들었다. 매일 밤 분주한 움직임들과 밝고 따듯하게 켜진 백열등은 이 향기와 좁은 시장통 골목길의 풍경을 한층 측은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는거 같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길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 곳에서 날아오는 향기, 그 향의 이유 등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또 조금 더 섬세하게 보기 위해 밤, 낮, 오후 시간으로 나뉘어 변하는 청과물시장의 하루를 관찰하기도 했다. 이렇게 관찰해서 보이는 발견되는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스크랩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방법들이 떠오르지 않아 계속 작업이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관찰하며 찍은 사진들로 작업을 해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미지 가지고 놀기. 이것은 내 전체스크랩 북 주제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스크랩 북 주제.
산의 구조 (이미지 가지고 놀기)
 내가 평소 생각하고 중요시하는 가치관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담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주제를 정하자면, -'촛불집회'와 비슷한 성격에 내가 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문제의식들 돈과 도시(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이야기들을 - 내 일상에 대한(일상에서 보이는 것들) 긴 글은 힘들겠지만 짧은 시나 문구들을 담는다. (명함작업) - 또 지향하는 건축물이나 도시의 모습 건물의 모습들을 담는다……. 이미지들을 모아서 묶어보고 연결시켜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처럼 이미지들로 뭔가를 해보려구요. 아직 정확하고 구체적인 스크렙 북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아서.... 주제는 계속해서 생각해 보며 확정지어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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