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보는 영화를 놓친 그날 밤,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친구를 억지로 대학로로 끌고 가서 이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는 보러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나는 어땠지?

재미로만 따지자면, 굉장히 재밌었다. 굉장히 몰입해서 봤고, 반전도 마음에 들었다. 공효진의 패션은 도대체 촌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패셔너블하게 꾸민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고, 명은이 역에 앉아서 울고 있을 때에는 눈물도 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꼭 한번 다시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이 영화는, 페미니즘 모임에서 보자는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꼭 한번 보고싶은 영화에 지나지 않았다. 공효진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약간 잔잔한(그렇게 짐작되는). 그러나 신문에서 '근래 나온 최고의 페미니즘 영화' 라는 말을 읽고, 이 영화를 같이 보자는 말이 나온 후 본 영화는 나에게 말 그대로 페미니즘 영화가 되어 있었다. 명주와 명은의 지나칠 정도의 대조를 보며, 엄마와 이모와 두 자매와 그중 언니의 딸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여성인 상황을 보며, 남자에게 헤픈 명주와 결벽증적인 명은을 보며 나는 '저건 페미니즘으로 볼때 뭘 의미하는거지'라는 생각밖에 하질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에게 "꼭 한번 더 보러와야겠다" 고 말했지만 그건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 한번쯤 페미니즘을 생각하지 않고 보고 싶은 영화라는 뜻이였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노트에 끄적인 말들이 있다.

성전환의 의미, 이유.????
여자들의 화해.
자매 - 친자매, 혹은 의붓자매, 혹은 친구
남자에게 헤픈, 혹은 결벽증적인 (이건 땀이 올려준 감독 인터뷰에서 어느정도 나와있긴 했지만)
딸의 아빠, 아들의 엄마
여자들뿐인 영화 - 심지어 아빠마저?

얘기하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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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hrill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