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부터 8일까지 하자작업장학교에선 예술마을 감+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고한과 사북의 첫 이미지는 낯선 장소였다. 처음에는 광부의 존재나 카지노 건물이 한국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것들이 어떤 의미이고, 그리고 공공예술을 그 곳에서 하는지에 대해서 처음에는 잘 모르고 갔다. 하지만 일주일 후 고한, 사북의 이야기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멈춰버린 공간, 흘러가는 시간.

고한과 사북 중 나에게는 사북의 기억들이 더 많다. 사북은 동원탄좌와 뿌리관(The coal town memorial)이 있고 그런 장소들이 사북은 자신들의 뿌리를 탄광시절이라고 생각하고 그 때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광부는 나에게 생소하다. 농부가 가장 익숙하고 고모부가 어부이시긴 하셔서 조금은 알고 TV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광부, 탄광은 나에게 익숙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동안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들어왔다.

사북에 있는 동원탄좌는 전국에서 가장 큰 민영탄광이었다. 지금은 폐광하여 그 장소에 있는 물건들이 예전에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려준다. 동원탄좌에 가면 뒤로는 경석 더미들이 보이고 건물 앞쪽에는 '나는 산업전사의 광부였다'라는 문구와 함께 탄가루를 얼굴에 묻히고 환하게 웃고 있는 광부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있다. 탄좌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 습한 공기와 햇빛이 들지 않아 서늘한 느낌이다. 벽에는 곳곳에 탄가루가 묻어 거뭇거뭇하고 방 곳곳을 들어가면 2004년 10월에 멈춰진 달력과 시계가 있다. 2004년 10월은 동원탄좌가 폐광한 일시다. 윤주경 작가의 <검은 산>은 광부들이 탄광 안에서 탄가루 마시면서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공간에서 했을 노동들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안전위주 정밀작업', '다치지 말자' 등 여러 문구들이 안전이 최우선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탄좌 안에 있을 때만은 고한, 사북에 광부들이 있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한 공간에는 광부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으나 동원탄좌에서 경석산까지의 경로를 제외하고는 자동차만이 간간히 지나가고 하자작업장학교, 감동프로젝트 사람들 외에는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 고요했다.

내가 고한, 사북에 오기 전에 사람들에게 일주일동안 탄광지역이었던 곳으로 간다고 하면 모르지만 카지노나 하이원이라고 말하면 그곳이 어디인지 안다. 어느 새인가 고한 사북이라는 지역의 강원랜드가 아닌 강원랜드 안의 고한 사북이 있는 것만 같다. 귀동냥 한 이야기로 카지노 안의 시간은 모자라다고 느껴질 정도로 빨리 갈 것이라 짐작해본다. 하지만 동원탄좌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공간은 멈춰져 예전에 광부였던 몇 명의 분만이 그 곳을 지키고 있다.

사실 살면서 잊혀지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나'라는 개인으로만 봤을 때도 그런데 마을은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공간은 변화한다. 그리고 변화 하면서 놓치고 가는 부분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잊히기엔 아까운 것들이 있다. 고한사북을 다녀온 후 나에겐 그들이 가지고 있는 탄광의 역사가 잊히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2009년을 사는 10대인' 사람이여서 그런지 탄광의 역사는 나에게 생소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동원탄좌의 존재는 그 곳의 흔적들로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추측하게 해준다. 탄광은 무엇이며 어떻게 일을 하고 그것은 어떤 환경이었으며 3.3 항쟁까지. 인터넷으로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외에 오감으로 느끼는 것, 그리고 이런 막연한 느낌들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 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흐름 속에서 내가 붙잡고 싶어하는 것들

고한, 사북에 가서 나는 tck tck tck 이라는 글로벌 액션을 하였다. 처음에는 생활 속에 있는 틱틱틱이라는 의성어에서 시작하였다. 무엇가가 깨지거나 치거나. 잠에서 깨라는 뜻으로 틱틱틱 아이디어를 냈었고 영상팀 안에서 생각들이 덧붙여져 지금에 몸으로 T, C, K를 만드는 것까지 이르렀다. 셋째 날, 넷째 날에 거쳐 고한과 사북에서 촬영을 하였는데 사실 그 때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할까 보다 걱정이 앞섰던 점은 광부들의 노동에 내가 뭐라 뭐라 하는 것이 아닌지 라는 생각들이 그 당시에는 많았던 것 같다. 고한 사북을 다녀와서, 지구마을 젊은 주민들 편까지 시리즈로 만들자고 하였지만 벌여 놓은 것은 점점 많아졌다. 사실 내가 벌여 놓는 다기 보다는 찍어야 하는 상황들이 자꾸 온다. 이게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게 지구온난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그에 맞춰 글로벌액션도 빠르게 진행되어서 나 또한 그 속도에 따라가야 하는데 내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내가 왜 이런 것을 이야기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본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은 도시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부터 산에 가는 것이나 시골의 맑은 공기나 고요함을 좋아하긴 했었으나 중학교를 지리산 자락에서 지내면서 나의 그런 성향들이 영역을 넓혀간 것 같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자연에서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는 것이라고 일주일에 한 번 했던 생명평화 108배 CD에서는 그리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풀이랑 나의 관계, 나무와 나의 관계, 다른 사람과 나의 관계.

그리고 학교를 다니기 위해 도시에 오면서 시골과 도시의 생활에 괴리감을 느꼈다. 게다가 기후변화시대가 되었고 도시의 생활은 환경을 파괴하기 쉬운 것들을 많이 접하고 있어서 그에서 오는 내가 느끼는 죄책감 같은 것에서, 그러면 서울시의 천만 명이 죄인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가, 귀농이 쉬운 일도 아닌데 모두가 할 수 있는 건가, 귀농만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건가라는 것부터 시작하였던 것 같다. 작업장학교에 오고 나서 내가 도시에 있는 동안 지리산에는 케이블카와 댐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산행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지리산이라는 장소와 그 곳에서 같이 지냈던 사람들의 기억이 내가 중학교 생활을 했던 마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지리산과 관련 된 것에는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 있다. 더 나아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기후변화 문제가 어느 곳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어 해결책이 한가지 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자작업장학교에 있으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번학기 시민문화워크숍을 하면서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귀농이라는 방법이 직접적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자신의 삶의 패턴을 변화하기 쉬울 수도 있으나 나는 작업장학교에서 있으면서 시스템을 디자인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활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가치 있는 것들이 모두에게 가치 있을 수는 없다. 기후변화시대이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는 극단적으로 사람 또한 살 수 없는 환경까지 이를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고 대략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지만 이게 정말로 중요해지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정말로'라는 것은 이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생활까지 이어지는 실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고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가치 있는 것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잃어버리는 거 같은 것들에 대해 나는 어떤 말을 걸 수 있을까?

느끼다+움직이다

강원도라는 곳은 나에게 낯선 지역이고 석탄이라는 것은 더 더욱 낯설었다. 나는 연탄을 자주 본 것도, 그리고 연탄 한 장도 갈아본 적 없이 살았다. 그렇지만 고한 사북에 있으면서, 고한 사북의 예전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잊혀지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잊혀지는 것들 중에 잊혀 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는지. 요즘 잊혀지는 것에 대한 이유 없는 과민반응인 것 같은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과민 반응만으로는 무언가를 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어떤 것에서 왜 반응하는지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반응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더욱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잊혀지는 것들은 많지만 그렇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은 무엇인지, 지금 무엇을 지키고 싶은 지, 작업장학교의 우리가 말했던 save my city와 save my earth, 더 나아가 save our earth 그리고 save my self를 외치는 것들이 중요한 문구이지만 어디까지 들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외치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서 나는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이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이것은 이런 가치가 있다고 내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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