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남겨놓고 스스슥 유유히 사라져서 어딘가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강원도 정선의 사북, 고한.

강원도 정선에 도착한 것은 11월 2일. 정선에서 첫눈을 맞이하게 되었다. 눈발이 얼굴을 차갑게 때리고 있을 때 왠지 나도 모르게 공허함을 느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여기서 난 뭘하고 있나? 이렇게 한참 멍 때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고한에 도착해서 구읍사무소에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예술마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생각났고 전시를 보기 위해 둘러보았다. 구읍사무소에 전시되어있는 예술가들의 작품들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바닥 한 가운데에 까만 석탄가루가 뿌려져있던 추억은 방울방울이다. 그냥 뿌려져 있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 형태가 있었다. 그 작품을 보며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바로 훅 하고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던 그 작품을 볼 때마다 곁을 맴돌곤 했었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보며 떠올랐던 게 ‘흔적’ 이란 단어였다.

우리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하자안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하자안에서 있을 때는 오랜 시간을 같이 있지 않아서 그런지 얘기도 많이 해보지 않아서 누가 어떤지 그리고 어땠는지 그런 질문조차 물어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내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정선에서 팀끼리 모여서 얘기를 했을 때 모두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얘기를 해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얘기를 하려는 생각은 해도 말을 하지 않으니까 몰랐던 부분들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난 그나마 우리가 그런 생각들을 다 가지고는 있었다는 생각에 좀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말이다.   

유일하게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

정선에 남아있는 흔적은 있었지만 남긴 사람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북, 고한은 어딘가 너무 어색하고 두 곳 모두 묘한 정적이 흐르는 곳이었다. 정선에 가서 아쉬웠던 게 하나 있다면 신종플루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던 것.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길 바랐던 건가? 아무튼 도착했을 때나 다시 돌아갈 때나 마음속에 휑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내가 생각한 정선의 흔적은 주민들의 과거에 흔적들이었다. 지금의 주민들에게는 내가 정선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생각되는 흔적들이 그러니까 동원탄좌나 경석산이 고물처럼 여겨지고 있는 듯했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흔적들이 소외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찍었던 장소도 사북 고한에 안쪽 보다는 바깥쪽에 멀리 동떨어져 있었고 주민들도 많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주민들이 흔적들을 두고는 서로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아서 그게 쫌 속상했다. 관심이 없는건지 신경쓰기가 싫은건지 아니면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놔두고 있는건지 모르니까 답답했다. 나중에 주민들이나 다른 관광객들에게 카지노나 강원 랜드가 정선의 흔적으로 남겨지는 게 아닐지 싶다.

 강원 랜드와 카지노 하며 정선에서 만큼은 높게 보이는 모텔건물들. 그리고 아파트까지 그래서 그런지 더 더욱 정선이 답답해보였다. 특히 사북의 모텔들은 바로 옆에가 또 모텔이고 그 옆에가 또 모텔인 정말 모텔이 많았던 곳이었다. 네온사인도 다른 어느 곳들보다 더 눈에 띄어 보였다. 서울에서 봤을 때랑 정선에서 본 도시화는 어색하기만 했다. 작은 정선에서 도시화가 진행되어가고 큰 건물이 들어서면서 바뀌어 가고 남겨져 있는 것마저 묻혀가고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나중에 그 곳에 흔적이 사라지더라도 볼 수 있게 남겨진 흔적들을 찾아 사진들을 찍었는데 필름카메라여서 셔터를 마음껏 누르지 못한 게 아쉽지만 사진 한 장을 찍을 때 어떤 것을 찍을 것인지 찍으면서도 이것을 왜 찍고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선에서 흔적을 찾았었다면 그럼 난 정선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왔는지 생각했다. 아마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흔적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자연에 의해서 다시 메워졌을 둘째 날 경석 산에 오르면서 질퍽했던 땅에 남겼던 발자국이 아직까지 나의 유일한 흔적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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