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기억하는 마을
제가 다닌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작은학교 주변의 마을들은 ‘시골’에 가까운 상을 띄고 있습니다. 젊은이들 보다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더 많이 있고, 마을마다 이장님이 계시며 아직도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공지를 하고 논밭이 펼쳐져 있었지요. 비록 댐이 들어서고 최신형 학교가 들어오긴 했지만 무한경쟁 교육을 추구하지는 않고 반대해야 할 것은 반대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산중턱 위로 이사를 해 마을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이지만 실상사의 옆 컨테이너를 교실로 사용했던 학교였을 때에는 연등 축제, 운동회, 5.18 마라톤, 글쓰기 한마당, 김장, 음악회 등 행사와 축제를 여는 철이면 마을의 주민들이 오셨습니다. 우리도 모내기철이나 일손이 모자를 때에는 그분들의 일을 함께 했었구요.

가까이 지냈던 주민들은 공양간(식당) 보살님, 스님들, 농부 아저씨 아주머니들, 마을의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절과 농장 사이에 위치했던 작은학교는 그 공간의 주민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에는 공동 작업(주로 농업관련 일)을 하고, 또는 서로의 잔치에 초대하기도 했으며 지속적인 만남과 인사, 그리고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낯익은 얼굴들이고 자주 안부를 물었던 사이입니다. 단골가게의 주민들께서는 저희를 이미 다 알고 계셨습니다. 별로 이름을 소개한 적은 없지만, 저희들끼리 부르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이름을 외우셨었습니다.

그리고 절 내부에서는 스님들과의 합장인사(손을 명치부근에 손을 모아 인사하는 의식)을 하며 경건히 지내는 것 이었습니다. 이러한 서로간의 배려 덕분에 저희는 부처님 앞에서 밴드공연을, 때로는 연설회를, 그리고 김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불편함이 있을 때에는 슬그머니 부탁을 하기도 하고 경건히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미 생활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었으니까요.

우리 마을의 주민들은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안부를 물으며, 거의 모두가 낯익은 얼굴들이고 자연스러운 인사와 서로에 대한 공경심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기억하고 있는 마을과 주민의 형상입니다. 하지만 근 2년간 하자에 다니면서 오늘 다시 하자마을에 대해서 짧은 생각을 풀어놓아 보겠습니다.

2) 내가 다니는 마을

공간을 나누어 쓰고, 잔치와 행사를 함께 나누고 전통을 만들어내는 그런 마을.
그리고 하자로 오시는 분들을 '외부인'으로, 관광객, 손님으로 치부시키지 않습니다. 어떤 방식의 참여의사가 있다면 그것이 연결지점이 되어 마을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3개의 학교가 같은 건물에서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의 학습방법을 찾으며, 11개(맞나.?)의 사회적기업이 사회적기여를 동시에 지속가능한 일을 목표로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일을 벌이는, 그런 다양성이 움직이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이게 어째서 마을이야?’라고 한 것이 저의 하자마을에 대한 첫 물음이었습니다. 시골 속 마을로부터 도시 속의 마을로 상경한 저로써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들 분주해 보이고(과장 조금 섞어서) 서로에게 관심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손님들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제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공동체가 하자 안에 있었다.······랄까요?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저로선 제가 이곳의 주민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까지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운영지원부에서 물건을 빌려보면서 잠깐의 인사, 식당의 아주머니들과 식사 전 잠깐의 인사와 식사 후 감사함을 표시하는 인사 등. 어쩌면 ‘마을’이라는 것이 도시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특이한 이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진짜 마을'에서 3년을 보낸 저에게는 그만큼 낯설은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여느 공무원들이 낯설어하면서 돌아간건 아닐까요?) 하자 내에서는 '마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할 지 고민입니다.(도시인심 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런지..)

이곳은 사람이 한적한 시골의 마을보다 더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날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모습이 곧 하자마을의 모습이기 때문에 주민, 주인의식을 경각하며 지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글이 올라온 주민의 안건으로는 '예의에 대한 신경을 조금 더 쓰자'라는 의견이 나왔었지요. 그에 이어서 몇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마을'이라는 좋은 인상 때문에 말을 삯히던 몇 분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마을의 상像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해본 경험은 저는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 대표자회 의는 있지만 마을주민회의는 없어서일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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