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다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예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복습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니?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들길 
                                             도종환

들길 가다 아른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 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거리의 악사 
                                                빌헬름 뮐러

저편 마을 한구석에
거리의 악사가 서 있네,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손 풍금을 빙빙 돌리네.

맨발로 얼음 위에 서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지만;
그의 조그만 접시는 
언제나 텅 비어 있어.

아무도 들어줄 이 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네;
개들만 그 늙은이 주위를 빙빙 돌며
으르렁거리고 있네.

그래도 그는 모든 것을 
되는 대로 내버려두고
손풍금을 돌린다네, 그의 악기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네.

참으로 이상한 노인이여,
내가 당신과 함께 가드릴까요?
나의 노래에 맞춰
손풍금을 켜주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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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네다 산토카 

거미는 그물을 치고 나는 나를 긍정하려는데, 모든 거짓이었다 하고 봄은 달아나버렸네.
꿈 속의 그 사람 손을 잡았으나 도로 꾸는 꿈.
힘 주고 또 힘 주어 힘이라 쓰고, 당신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걷고, 지친 다리에 잠자리 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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