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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하자 인문학 5 : 애전별친愛錢別親글 수 387
이별과 가족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같다.
나는 늘 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불편했고, 그 내밀한 관계를 남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싫었다. '가족' 얘기를 하는 게 나의 치부를 드러내고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가족 얘기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얘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한 얘기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게 싫어서 말을 하다가도 '이 얘기를 하면 우리 식구들 얘기도 나오겠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아예 입을 닫는다. 남들에겐 화목하게 보이는 가정이라도 그 가정의 구성원들이 실제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 해를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로 시작했고, 그 때문인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미 떠나간 사람에 대한 기억들은 아무리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보통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이 썼던 물건이나 흔적들을 태운다. 그렇지만 아무리 태우고 태워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있고, 기억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글이 계속 맴돈다. 특히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은 읽는 내내 괴로웠다. 사람 뿐 만 아니라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어도 그 기억이 한참동안 생생하게 남는데 박완서 선생님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뭐가 됐든 소재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닐 텐데, 그런 일을 어떤 형태가 있는 것으로 남긴다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잔인한 것 같다.
흑인들은 노예 생활을 했을 때 누군가 죽으면 진심으로 기뻐했다고 한다.
어릴 적, 세상에서 제일 커보였던 아빠의 모습이 지금은 너무도 작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고, 내 손을 잡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던 엄마의 손을 이제는 내가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열 세살부터 떨어져 살면서 가끔가다 얼굴을 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정말 하루아침에 안녕, 할까봐서 겁이 나기도 하고, 밤에 잠들기 전에 항상 방문 앞을 서성거리게 된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게 싫은 일이지만 이미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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