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N에게.

 
잘 지내고 있는거니.
그 따뜻했던 날, 함께 거닐었던 그 길, 네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그렇지만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너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내가 떠난 다음에도 너는 그대로 있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눈에 선하다.
그랬던 그 모습들이 어느 새 그렇게 사라졌어.
이제는 떠올리려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아.
다시 한 번 그 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

너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맴돈다. 
3월이 얼마남지 않았어. 머지않아 우리가 얼굴을 마주할 날도 오겠지.
이토록 아름답고 설레는 날들을 너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날들.
(지금 우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애써 숨긴 채, 지난 날들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너의 눈이 말하고, 너의 손끝에서 느껴지는데 어째서 우린 이토록 멀어지는 걸까.
이제 '나'는 남아있지 않아.
오직 '너'만이 있을 뿐이야.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는 날들.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던 너의 약속, 어떻니? 지금도 그 약속 변함없니?

서로의 소중함을 알지 못 했던 그날들을 다시 되돌릴 수 없어. 그렇기에 더욱 더 후회가 된다.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너에 대한 내 마음이 간절했을까?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널 향하고 있어.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끊임없이 원하고 사랑했던 것일까.
서로를 애태우고 상처입히기를 반복하고.
우리의 고귀한 사랑에 흠집을 내고 싶지는 않아.
문득 생각이 난다.
사람의 기분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고, 그 때문에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바람이 부는 것의 (가만히 앉아 눈만 껌벅이는데도)
움직임이 온 피부로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바람에 실린, 햇살의 온기와 같은 너의 사랑도 느껴져.

열린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든다.

사랑에 빠지는 속도, 색, 빛, 소리, 온도.
그 모든 것이 너였다는 걸 기억해.






만약 내가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살며시 다가왔던 너는 아름다움이고, 외로움이며, 삶이었어.
우중충했던 나의 날씨에 무지개를 내려준 너에게 애정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