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인상을 찌푸렸다. 잔인한 걸 못 보는 나로선 얘기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편이어서 더 그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각적인 부분을 강조시켜서 사람들을 압도해버리지 않았다.
히옥스의 글에도 쓰여 있듯이 ‘시적이고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논리적’ 인 것 같다.
분명 같은 여자임에도 얼마나 아플지 상상조차 안가지만 할례를 받는 동안 부정을 타면 안 된다고
울지 않는 어린 아이들의 두려움이 느껴져서 가슴이 총에 맞은 듯 했다.
할례 같은 문화적인 관습을 그 사람들은 ‘악습’이라고 일컬었다.
그럼 문화라는 것 때문에 생식기가 잘려나가는 것을 당연하고 축하해줘야 한다는 건가? 순간 혼란이 왔다.
문화가 끼치는 영향도 대단하지만 그걸 전혀 바꾸지 않고 지내왔던 당연하다고 느끼는 수많은 여자들의 고통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여자’라는 존재가 예전부터 억눌려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할례’에서는 너무나도 끔찍하게 여자를 억누르는 것 같다. 여자가 자신의 몸 하나를 가누지 못하는 듯이
표현하기도 했고 그래서 어린아이처럼 아예 못하게 막아버린다는 건 (정말 궁금한데) 누구의 발상이며
(혹시 여자들이 생각해낸 건지) 왜 이런 문화를 만든 것이며 누굴 위해 그런 것이었는지,
왜 이 방법밖에 없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보면 여자를 소유물로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나고 여럿 이런 말을 했는데 그럼 이건 정말 사람의 욕심인 건가 아님 단순히 정말 순수하게
처녀성을 간직하게 하기 위함 인건가? 이런 것들도 궁금했지만 남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얘기가 너무 듣고 싶었다.
한 여자를 통해 자신의 남편이 한 얘기를 들려줬지만 직접 그 남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다.
여자 편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왜 이 ‘악습’이라고 불리는 할례를 하며 축하해주고
죽음을 보면서 계속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나로선 저런 할례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꼬마들이 받는 것은
인권의 문제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을 자극하는, 긴급한, 끔찍한 영화가 아닌 생각을 계속 하게끔
만들어 주는 영화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을 또 한 번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권도 존중해준 것 같다. 하지만 이 할례의 과정을 왜 비밀로 하려는 지도 궁금했고
왜 남자들은 안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여자의 몸으로는 혼자 임신을 할 수 없는데 그렇담
남자들이 생식기를 막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전통이라서 그래’ 라고 하면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어지는 건 사실인데 ‘그게 왜 전통인데?’
라고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옛날부터 했으니까’ 이다. 뭔가 말이 좀 이상한 것 같다.
왜 전통인지, 그 방법 말고도 많을 텐데 왜 그것인지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모른다.
옛날사람이 알겠지, 난 그런 거 몰라 하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자신들에게 해로운 건 악습이고
좋은 건 관습이라고 말한다. 그럼 어떤 전통과 문화와 관습이 존재해야 되고 어떤 게 악습인지
기준도 애매모호해질뿐더러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한 번에 깨기란 불가능하기에
너도나도 조용히 살자 라는 식이다. 나도 참 이 부분이 안타깝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서로 얘기를 나누는데
얼마 전에 있던 추석이 떠올랐다. 제사상은 여자가 차리고 여자는 쉬지 않고 일하고 항상 앞치마를
동여매고 있고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절은 못하게 한다.
그 음식도 먼저 맛보지 못하고 남자들이 다 먹고 자리가 남으면 그제야 먹는다.
남자들이 음식을 먹을 동안 잠시도 쉬지 못한다. 계속 심부름을 해야 하니까.
할례랑 이것이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단순히 생식기를 잘라버린다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할례는 악습이고 이것은 그저 전해 내려오는 관습인가? 싶다. 밥 먹자마자 티비보고, 놀고 눕고 자고
다시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다.
그들도 자신의 부모님, 그 위에 부모님, 그 위에 조상들에게서 내려져 왔던 문화이기 때문에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다.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모르고 일하는 여자들이나 꼼짝 안하는 남자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이건 악습이야! 하고 소리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이 전통과 문화에만 너무 얽매여있지 말고 이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인지를 보고
이것이 최상의 방법인지를 봤으면 좋겠다. 할례뿐만 아닌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많을 것이고
그것이 전통과 관련이 있는 것들도 있을 텐데 나로선 아직 형식적으로 받아들이긴 하지만 정말
깊이 이해하거나 동의하지 못하겠다. 사람에겐 소유욕이 있고 지배하고 싶다는 것이 있다는 걸 알지만
난 너무 거기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추석을 지내며 그리고 그 주가 지나기 전까지 이것에 대한 스트레스로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았는데
한 번 더 할례로 인해 여러 혼잡한 생각이 든다. 타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에 두 번이나 생겼던 것 같다.
아직은 내가 이런 부분에서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몇몇 꺼내서 글로 표현해보니까
좀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