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ㄹ.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날 용서해줘.
네게 편지를 전한 지도 벌써 까마득한 옛 기억 같구나.
네가 읽는 이 편지가 왜 적혀졌는지에 대해 짐작해보렴.
아마 금방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벌써 19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구나.
네 눈에 담기는 곳은 어떠하니? 햇볕이 따사롭니?
너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내 소원이라면 소원이란다.
그 하늘은 분명 보랏빛의 아름다움이 배어있을 거야.
하지만 그 아름다움도 네 앞에선 맥을 추리지 못할 것 같아.
분명 네 생각도 그렇겠지?
기쁘게도 오늘 책을 읽다가 네게 읽어주고 싶은 한 문장을 찾았어.
<창가의 토토>에서 점심을 먹기 전에 부른 노래라고 하는구나.
지난 날 네가 내게 불러주던 노래만큼이나 아름답단다.
소리 내어 읽어보렴.
꼭꼭 씹어요
모든 음식을
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모든 음식을
이 얼마나 꼭꼭 씹게 만드는 노래이니! ㄹ, 네게도 내 목소리가 들리니?
너도 이 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먹고 싶은 바람이 새록새록 피어나겠지?
내가 지금 이 순간 너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것은 이 문장을 읽으며 미소 지을 네 얼굴이 그려졌기 때문이야.
실없이 웃는 너의 바보 같은 웃음소리가 내 귓가엔 벌써 들리는 듯 해.
애교스런 너의 움푹 패인 보조개와 네 사랑스런 다크써클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나를 녹아들게 만드는구나.
이 노래를 소리 내어 내 귓가에 울리게 할 때마다 내 머릿속엔 온통 네 모습밖엔 떠오르질 않아.
너도 그렇니? 물론 그렇겠지?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늘 내게 행복을 주는 너란 존재란!
한없는 감사와 경의를 전하고 싶다.
기억하니?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해왔던 날들 말이야.
처음 보았을 때보다 한없이 사랑스러워진 네 모습을 보는 내 흐뭇함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너도 지금 이렇게 느끼니?
널 항상 머릿속에 떠올릴 적마다 난 이런 기쁨에 취하곤 해.
넘쳐흐르는 이것을 주체하기란 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구나.
모쪼록 영원한 행복과 안전에 네 주위를 지켜주기를!
더불어 함께 곱창을 먹고 싶은, 그것을 간절히 염원하는 내 마음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