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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시민문화 워크숍글 수 603
1991년 6월 9일, 치열하게 살던 고정희가 실족사로 죽었다.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허나 의심스러운 것은 그가 죽기 전 <독신자>라는 시를 남겨 죽음을 묘사하였으며, 그렇다면 자신이 죽을 거란 걸 알았나?라는 질문을 만들게끔 한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들은 생전을 살아가며 죽음 이후에 삶을 상상한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천국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고, 영혼이 빠진 채 몸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원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으로 떠나는 사람, 혹은 남는 사람, 죽음의 원인, 고정희는 기독교 정신이 충일하던 시인이다. ===================================================================================== 죽은 사람의 영혼을 종교적이며 상징적인 방법을 통해 씻겨 줌으로써 저승으로 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무속적 제의인 '씻김굿'을 차용한 이시집에서 그는 죽음과 부활을 다루었는데 총5부중 특히 <사람 돌아오는 난장판>과 <환인제>를 마당굿시로 창작하였다. 이는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씻김굿이 시대의 어둠과 절망에 짓눌려 죽은 영혼을 천도하는데 적합한 제의라는 것을 수용한 반기독교로의 전환인 동시에 우리의 전통적 가락을 오늘에 새롭게 접목시키려 한 관심사의결과였다. 이에 비해 6년 후에 출간한『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에서 우리는 좀더 본격적인 '굿시'를 대할 수 있다. 이 시집은 부당한 역사에 대한 회개에서 치유와 화해에 이르는 씻김굿을 그 주요한 창작의 근간으로 삼고 있으며 그 굿의 효과적인 정서적 공감대 형성의 토대로서 어머니라는 주의 한을 어머니의 가슴으로 품어 역사속에서 희생당한 뭇 민중여성의 넋에 접맥시키려는 여성민중주의를 표방한 점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5월의 광주를 절규하거나 새기는 많은 시인들이 있었지만 그 상처와 한을 역사 속에서 이름도 없이 희생당하고 숨져간 민중여성과 관련시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로하면서 또한 민주화에 방해가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여성의 리스트를 열거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어찌하여 민주길이 막혔는고 하니 복종생활 순종생활 굴종생활 '석삼종'때문이라 여자팔자 빙자해서 기생 노릇하는 여자 현모양처 빙자해서 법적 매춘하는 여자 사랑타령 빙자해서 노리개 노릇하는 여자 미모 빙자해서 사치놀음 하는 여자 가정교육 빙자해서 자녀차별 하는 여자 남편출세 빙자해서 큰소리치는 여자 -이하 중략- 이 땅의 여성 중 이 화살을 비껴갈 만한 여성이 있을까? 이 같은 현실을 넘어서서 우리가 지어야 할 '살림 의 집'아름답고 이상적인 집이 그려지기도 하였다. 누구나 일할 권리 있는 집이요 누구나 쉴 자유 있는 집이요 누구나 맡은 임무 있는 집이요 누구나 타고난 천성대로 받들 책임 있는 집이라 집안살림 나라살림 출입문 따로 없고 가사일 바깥일 따로 없는 집이라 차별이 없는 중에 자기 길 각자 있고 귀천이 없는 중에 각자 직분 있는 집이라 조화 있고 화목있고 위로 있는 집이라 원래 마당굿판을 위한 대본으로 쓰여진 이 시집으로 실제 공연을 하면서 그 현장성을 점검했더라면 훨씬 더 감칠맛 나고 거침없는 그리고 화자의 청중들이 그야말로 하나가 되어 한 판 어우러지는 그런 시로 향상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신자 - 고정희 환절기의 옷장을 정리하듯 애정의 물꼬를 하나 둘 방류하는 밤이면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길, 내가 가야할 저만치 길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크고 넓은 세상에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고 내가 잠시도 잊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달려와 지상의 작별을 노래하는 모습 보인다 그러므로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모든 영혼은 풀잎 위의 이슬과 같은 것, 풀도 이슬도 우주로 돌아가, 돌아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어라 잊어야 할까봐 나는 너를 잊어야 할까봐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없으니까 하느님 보시기에 마땅합니까? 오 하느님 죽음은 단숨에 맞이해야 하는데 이슬처럼 단숨에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하는데요 뒤늦게 달려온 어머니가 내 시신에 염하시며 우신다 내 시신에 수의를 입히시며 우신다 저 칼날같은 세상을 걸어오면서 몸이 상하지 않았구나, 다행이구나 내 두 눈을 감기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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